Vol. 01 — Winter 2018

겨울, 칸도르를
다시 걷다

여름의 축제가 끝나면 칸도르에는 다른 계절이 남는다. 천오백 년을 떠돌다 2003년에야 주소를 얻은 시장이 그 계절의 이름이다. 이번 호는 그 광장에서 시작해, 바다가 가진 왕실과 스스로를 낙원이라 부르는 항구와 오래 비워 둔 도시를 지나, 눈이 내릴 때까지 다시 세워진 궁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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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계절이 바뀌면 같은 길도 처음 걷는 길이 된다

겨울은 도시가 자기 얼굴을 바꾸는 계절이다.

칸도르에서는 그 얼굴이 시장이다. 여름의 그랑도르가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가면, 도심의 광장에 목조 매대가 서고 알전구가 낮게 걸린다. 이 도시는 축제로 계절을 세는 법을 안다.

바다 건너 우미국에서는 얼굴이 궁이다. 수도를 옮긴 뒤에도 옛 수도를 비우지 않은 나라, 성을 관광객에게 열어 둔 왕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 궁의 목록이 곧 이 나라의 지리다.

남쪽에서는 새 항구가 문을 열었다. 개장 3주 만에 다리를 놓고, 닷새 뒤에 공항급행을 열었다. 스스로를 지상낙원이라 부르는 이 도시는 첫 달에 이미 자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래 비워 둔 도시가 하나 열렸다. 1년 9개월 만이었다. 전소된 대학과 황폐한 성과 이가 빠진 해변을 가진 채로, 송정은 한 번 보였다가 다시 닫혔다.

이번 호에서 가장 오래 걸린 일은 궁을 세우는 일이었다. 궁장과 육조거리에서 시작해 태원전과 향원정까지, 삼문삼조의 질서가 하나씩 채워졌다. 그리고 눈이 내렸다. 축과 대칭과 자재를 이야기하던 목소리들이 전부 지붕 아래로 들어가고, 흰 기와와 붉은 기둥만 남았다.

계절이 바뀌면 같은 길도 처음 걷는 길이 된다. 이번 겨울, 우리가 걸은 길은 여덟 갈래였다.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이번 호

목차

천오백 년을 떠돌던 시장에
2003년에야 주소가 생겼다.

'칸도르의 겨울' 중에서

듣기

음악 큐레이션

지면과 함께 고른 열 곡.

  1. 01 사랑하기 때문에 유재하
  2. 02 춘천 가는 기차 김현철
  3. 08 Corcovado Antonio Carlos Jobim

YouTube Music에서 듣기 → 편집부 선곡

다음 호

Vol. 02 — Spring 2019

다음 호는 봄에 찾아옵니다. 수십 개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재난이 예고되어 있고, 새 도시가 하나 모습을 드러냈으며, 카사나이는 아직 비바람 치는 바다를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제작 정보

발행과 제작

발행
PLAYCITY
발행일
2018년 12월
편집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사진
HOON · LK · 아리랑 · 네인 · Geff
출처
PLAYCITY 아카이브 — CS 도시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