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 재난을 찍는 일

우미국의 옛 수도 요코를 무대로 한 자연재해 시네마틱이 올해 유튜브 조회수 10만 회에 이르렀다. 도시를 짓는 게임의 시네마틱으로는 처음이다. 러닝타임 24분, 제작 기간 최장, 건물 개수 제한을 넘어선 도시. 그리고 촬영이 끝난 뒤 그 도시는 지은 사람에게 남지 않았다.

시네마틱 '요코'
시네마틱 '요코'© 아리랑

도시를 가장 널리 알린 방법이 도시를 부수는 것이었다면, 그 도시는 무엇을 얻은 걸까.

올해 이 물음에 답해야 할 도시가 하나 생겼다. 요코다.

01세 번째 역할

요코는 우미국의 옛 수도다. 수도가 소쿄로 옮겨 간 뒤 이 도시는 별궁을 두고 국빈을 맞는 도시가 되었고, 요코성은 관광객에게 열렸다. 그리고 올해 요코는 세 번째 역할을 맡았다. 촬영지다.

이 도시를 무대로 만든 자연재해 시네마틱 '요코'가 유튜브 조회수 10만 회에 이르렀다. 도시를 짓는 게임의 시네마틱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고, 영상은 여러 해외 게임 매체를 통해 보도됐으며 게임 제작사의 보도자료로도 소개됐다.

촬영한 쪽이 스크린샷을 공개하며 붙인 소개에는 우미국의 도시 요코라는 표현이 그대로 적혀 있고, 도시를 지은 사람도 우미국을 만들어 온 사람과 같다. 요코가 어떤 도시였는지는 이번 호 Places 섹션에 실었다.

옛 수도가 재난 영화의 무대가 되는 것은 어울리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 한 번 지위를 잃어 본 도시니까.

02굿바이 요코

시작은 2월이었다. 굿바이 요코라는 제목의 예고편이 먼저 올라왔고, 고급 시네마틱이 나왔다는 인사에 첫 장편이라는 대답이 붙었다. 소쿄에서 다시 보자는 인사도 함께 달렸는데, 수도가 옮겨 간 나라의 사정을 알고 나면 이 작별 인사가 두 겹으로 읽힌다.

댓글 하나가 이 도시는 정말 게임 티가 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돌아온 답은 짧았다. 이게 첫 도시라고.

이틀 뒤 스크린샷이 두 묶음으로 올라왔다. 한 묶음은 평상시의 요코, 다른 한 묶음은 재난이 지나가는 요코였고 두 글 모두 도시 이름과 지은 사람의 이름을 표지처럼 앞에 세워 두었다. 일본풍의 도시와 거대한 개발 면적이 다양한 볼거리를 준다는 소개에, 거대한 도시와 거대한 재난은 끝없는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말이 뒤따랐다.

03끊임없이 재난을 부르다

요코는 효과를 실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토네이도를 활용해 연기 속을 비행하는 듯한 화면을 만들고 헬리콥터를 띄워 재난의 현장감을 살렸다고 촬영한 쪽은 적었다. 자욱하게 깔린 안개는 재난 시네마틱에서 처음 시도한 효과인데, 일종의 트릭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그 화면을 얻는 데 도시가 얼마나 들었는지는 댓글에서 드러난다. 연기 효과를 위해 추가로 파괴된 요코에 묵념한다는 말에, 끊임없이 재난을 부른 결과 도시 전체가 잿더미가 되었지만 그림만큼은 화려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도시 전체가 잿더미로..
그러나 그림만큼은 화려했네요.

부서지는 모습을 보고 남몰래 울었다는 댓글도 있었다.

04남의 도시를 부수는 일

요코는 이 촬영자의 두 번째 콜라보였다. 무대는 자기 도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지은 도시였고, 도시를 내어 준 이는 우미국을 만들어 온 사람이었다. 몇 달에 걸쳐 지은 도시를 남에게, 그것도 부수라고 내어 주는 일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협업의 결이 드러나는 자료가 하나 남아 있다. 촬영 자료를 넘기면서 촬영자는 요코랜드라는 짧은 부가영상을 하나 더 만들었는데, 파일을 보내는 동안 라라랜드 음악을 듣고 있었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공개할 생각이 없던 영상이라 도시를 지은 쪽은 이렇게 공개되어 다행이라고 적었고, 고가도로에서 시민들이 춤을 춰야 할 것 같다는 감상이 옆에 붙었다.

시네마틱이 10만 회에 이른 뒤 촬영자가 남긴 글의 마지막 줄도 도시를 제공해 준 이에게 보내는 감사였다. 한 사람이 도시를 짓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찍는데, 어느 쪽도 혼자서는 10만 명에게 닿지 못한다.

0524분

완성본이 나오기까지 버려진 것도 많았다. 오프닝만 해도 여러 편집본이 있었으나 다소 지루하거나 밋밋하고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됐고, 그중 두 종이 나중에 초안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공개됐다.

작업 자체가 여러모로 힘들었다. 게임의 프레임 오류가 가장 심하던 시기였던 데다 요코가 건물 개수 제한을 넘어선 도시여서, 제작에 걸린 시간이 이 촬영자의 시네마틱 가운데 가장 길었다. 완성된 영상의 길이도 가장 길어 24분이었고, 공개 당시 24분을 책임지시라는 농담이 댓글에 달렸다.

2년간 수십 편을 만들어 온 쪽에서 이 분야는 처음에 불모지에 가까웠다고 적었다. 도시를 짓는 게임에서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가, 2016년 겨울 자연재해를 다루는 확장팩이 나오면서 찍을 것이 생겼다. 그 뒤로 여러 자연재해 시네마틱이 만들어졌고 그 계보의 끝에 요코가 있다.

06남은 것과 남지 않은 것

재난 시네마틱에는 도시가 실제로는 부서지지 않는다는 좋은 점이 있다. 다만 요코의 경우 부서지지 않은 도시가 남았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6월에 촬영자가 요코를 다시 열어 보고 사진을 올렸다. 그 글은 도시 제작자를 밝힌 뒤 곧바로 한 줄을 덧붙였다. 지난 2월에 요코 프로젝트가 끝나서 지금은 만든 사람에게도 요코가 없다고. 넉 달 만에 다시 만난 요코는 여전히 컴퓨터를 버거워했다.

죽은 줄 알았던 도시의 화려한 귀환이라는 댓글이 달렸고, 추억이 뿜어져 나온다는 말이 이어졌다. 도시를 지은 사람이 남긴 말이었다.

그래서 요코는 두 곳에 남았다. 하나는 여름에 정리된 우미 해왕실의 재산 목록으로, 거기서 요코의 옛 정궁은 별궁이 되어 국빈 만찬을 열고 요코성은 관광객에게 열려 있다. 다른 하나는 그 도시를 부순 사람의 컴퓨터다.

연말에 또 하나의 재난이 예고됐다. 수십 개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재난을 다룬다는 시네마틱이고, 첫 스크린샷은 12월의 마지막 날에 공개됐다. 거기 실린 첫 도시의 이름은 칸도르였다.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옛 수도가 재난 영화의 무대', '이미 한 번 지위를 잃어 본 도시니까' — 편집부 논평 1
  • '이 작별 인사가 두 겹으로 읽힌다' — 편집부 논평 2. 원문은 '소쿄로 다음에 뵈요' 한 줄뿐
  • '어느 쪽도 혼자서는 10만 명에게 닿지 못한다' — 편집부 논평 3
  • '요코는 두 곳에 남았다'의 두 항목은 각각 1245(왕실 재산 목록)와 1183(촬영자가 다시 열어 봄)에 근거. '지은 사람에게는 남지 않았다'는 1183의 직접 서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