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문을 짓는 법
미리트리미트의 톨게이트 공사 일지. 재미없는 진출입로가 싫다는 이유로 시작된 공사는 헐고 다시 짓기를 되풀이하다, 차들이 로터리처럼 한 바퀴 돌아 나가는 기현상으로 이어졌다. 원인은 1u짜리 도로 하나였다.
2018년 6월, 카페에 한 줄짜리 질문이 올라왔다. 톨게이트는 만들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답은 금방 달렸다. 창작마당에서 검색하면 자재가 나온다는 안내였고, 질문한 사람은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났다. 그 뒤로 넉 달 동안 카페에 톨게이트는 올라오지 않았다.
10월이 되어서야 관문 하나가 섰다. 미리트리미트의 고속도로 진입부다. 고속도로가 도시로 들어오는 지점을 대개는 진출입로라 부르는데, 이 도시는 그 이름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공사를 시작하며 네인이 남긴 말은 짧았다. 아무래도 재미없는 진출입로는 싫으니 톨게이트를 만들자고.
01도로부터 직접 놓다
공사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쓰던 것이 패치 판본이라 필요한 도로가 내장되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도로를 직접 놓는 일부터 해야 했다. 갈라지는 지점은 도로를 겹쳐 놓는 방식으로 해결했는데, 막상 끝내고 보니 예전에 일반 도로로 하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겉면 처리를 따로 해 준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 그 아래 붙어 있다.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리였다. 공중에 놓은 구조물에 원경 처리가 빠져 있어서, 카메라를 물리면 다리가 통째로 사라졌다. 그런 게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는 탄식이 글에 그대로 적혀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아 헐고 다시 지었지만 결과는 같았고, 지금 여기는 공중이라 원경 처리가 없다는 말을 한 번 더 적은 뒤 그는 원래대로 되돌렸다.
되돌린 이유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었다. 차가 지나다니는 것을 보니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도 않더라는 게 전부였다.
02클-린
도로와 톨게이트 사이에는 미묘한 높이 차가 있었다. 한쪽을 일부러 낮춰 맞추는 바람에 접합부가 조금 어긋났지만, 어차피 겹쳐 놓는 방식을 쓰고 있으니 상관없었다. 완성된 접합부를 두고 그가 남긴 소감은 한 단어였다. 클-린.
차 지나다니는 거 보면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도 않아서.
031u의 범인

관문이 열리자 차들이 이상하게 움직였다. 톨게이트를 곧장 통과하지 않고 로터리처럼 한 바퀴 빙 돌아서 나갔다. 무언가 싶어 들여다본 끝에 나온 범인은 1u 남짓한 짧은 도로 하나였다. 연결점의 방향이 어긋나 그 구간만 양방통행으로 남아 있었고, 차들은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실하게 지킨 결과로 한 바퀴를 돌고 있었다.
관문 전체를 다시 세우는 일보다 이 한 뼘을 찾아내는 일이 오래 걸렸다.
04트럭 전용을 포기하다
차로 배정은 끝까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톨게이트 자재의 본래 콘셉트에 맞춰 외곽 차로를 트럭 전용으로 지정해 두었는데, 게임이 상업용 차량과 트레일러를 구분하지 않는 탓에 엉뚱한 차들이 섞여 들어왔다. 신경이 쓰인 그는 결국 구분을 포기하고 차로를 통합했다.
자재 자체의 한계도 있었다. 원본은 차로가 셋인데 2차로와 4차로는 아예 쓰지 못하게 막혀 있고, 그 자리에 원뿔 표지가 놓여 있다. 소품이었다면 지우는 도구로 없애기라도 할 텐데 그럴 수 없어서, 그는 차선을 최대한 앞에서 우회시키는 쪽으로 돌려놓았다. 쓸 만한 톨게이트 자재가 없다는 말이 그 아래 붙어 있다.
05차단기는 내려갑니까
이틀 뒤 그는 톨게이트를 지나는 차량들을 다시 찍어 올렸다. 기껏 만들어 놨더니 톨게이트가 업데이트된다는 소식이 들려온 참이었다. 억울해하면서도, 잘 이용하는 걸 보니 그래도 보기 좋다고 그는 적었다.
댓글에는 질문이 하나 달렸다. 보기 좋다면서, 저러면 차단기는 내릴 수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답은 다섯 글자였다. 하이패스입니다.
농담처럼 오간 문답이지만 이 관문의 성격을 정확히 짚은 대목이기도 하다. 손으로 세운 이 톨게이트는 통행을 막았다 여는 시설이 아니라 통행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시설이었다. 차단기를 내릴 방법이 없으니 하이패스라고 부르는 편이 맞았다.
06실제로 기능하는 톨게이트
그가 걱정하던 업데이트는 곧 도착했다. 10월 말, 아리랑이 게임에 새로 들어온 톨게이트를 찍어 올리면서 필터도 테마도 얹지 않은 화면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에는 기대가 줄줄이 달렸다. 창작마당 자재들이 기다려진다는 말,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 그리고 실제로 기능하는 톨게이트라니 두근거린다는 말.
실제로 기능한다는 다섯 글자가 앞의 문답과 나란히 놓인다. 네인이 넉 달 전 질문에 답하듯 손으로 세운 관문은 끝내 하이패스였고, 두 주 뒤 게임은 차단기가 실제로 내려가는 관문을 무료 업데이트로 내놓았다.
새 톨게이트를 두고도 말은 오갔다. 톨게이트가 작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느냐는 물음에, 더 큰 것도 있다는 답이 달렸다. 그보다 하루 앞서는 교통 관리 모드에 오류가 생겨 톨게이트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공지가 올라왔고, 써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을 텐데 아쉽다는 말과 쥐어 주어도 못 쓴다는 말이 그 아래 나란히 붙었다.
6월의 질문에서 10월의 관문까지 넉 달이 걸렸고, 그 관문이 유일한 톨게이트였던 기간은 두 주였다. 그사이 이 도시는 진출입로 대신 문턱을 하나 얻었다. 같은 도시의 광장 이야기는 이번 호 Places 섹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