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국, 바다가 가진 왕실

수도를 요코에서 소쿄로 옮긴 나라 우미국을, 해왕실이 전국에 남긴 궁을 따라 읽는다. 정궁과 별궁, 관광지로 열린 성, 북방의 여름 별장, 공사 중인 즈오카의 대로, 그리고 1980년 500만에서 200만으로 줄어든 기리시아까지. 지명·궁·왕실 구조·인구 변동은 모두 원문 근거가 있다.

소쿄의 저녁
소쿄의 저녁© HOON

어떤 나라는 지도를 펴야 이해되고, 어떤 나라는 왕실의 재산 목록을 펴야 이해된다. 우미국은 뒤쪽이다.

이 나라의 해왕실은 재산이 많고, 그 궁들은 전 지역에 고루 흩어져 있다. 고루, 라는 말이 중요하다. 궁이 수도에만 몰려 있지 않다는 사실은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말해 준다.

01옮겨 간 수도

우미국의 수도는 소쿄이고 원래는 요코였다. 언제 옮겨졌는지 남은 기록은 밝히지 않지만, 수도가 요코에서 소쿄로 넘어간 뒤 두 도시의 역할이 갈렸다.

소쿄에는 해왕실의 정궁인 해쿄왕궁이 있다. 그 곁에 소쿄성도 함께 서 있는데, 이 성에는 왕실 가족이 살지 않고 지금은 관광지로 일반 시민과 관광객에게 열려 있다.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가장 붐비는 건물이 되었다.

요코에는 수도를 옮기기 전에 쓰던 정궁이 남아 있다. 지금은 별궁이지만 비어 있지는 않아서, 다른 나라의 국빈이 오면 이곳으로 초대해 만찬을 열고 국빈 숙소로도 쓴다. 요코성 역시 관광객에게 열려 있다.

옛 수도가 손님을 맞는 도시가 되는 것은 흔한 결말인데, 우미국의 경우 그 결말이 유난히 정중하다. 나라는 요코를 비우지 않았다. 쓰임만 바꿨을 뿐이다.

도시로서의 요코도 남았다. 이 도시의 중심은 루메다이고, 그 바깥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가이칸이다. 쇼핑과 문화와 상업이 한데 몰린 구역이라고 기록은 적는다. 새 수도에서는 시부야가 같은 자리를 맡게 된다.

나라는 옛 수도를 비우지 않았다.
쓰임만 바꿨을 뿐이다.

02궁들의 지리

해쿄왕궁
해쿄왕궁© HOON

해왕실의 궁을 따라가면 우미국의 지리가 대강 그려진다. 기리시아에는 바다별장이 있고, 즈오카에는 즈오카궁이 있으며, 북방의 가사토리에는 여름 별장이 있다.

해쿄왕궁은 요코의 왕궁보다 전통적인 건축을 하고 있다. 사진 속 이 궁은 초록 유약을 입힌 기와지붕을 두 겹으로 얹었고 용마루 위에는 짐승 모양의 장식이 줄지어 앉았는데, 돌로 쌓은 기단에는 붉은 문 셋이 나란하다. 궁은 사방이 우거진 숲에 둘러싸여 있고 그 앞으로 물길이 지나며, 숲머리 너머 왼편으로 유리 마천루 몇 채가 솟아 한 화면 안에 지붕과 스카이라인이 함께 들어온다.

가사토리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지역은 우미의 북쪽에 있어 여름에도 서늘해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무더위를 피해 가사토리로 휴양을 왔다. 왕실도 다르지 않아 여기 별장을 짓고 여름을 났다.

왕실이 백성과 같은 이유로 같은 곳에 간다는 대목은 이 나라의 궁 목록에서 유독 눈에 띈다. 가사토리의 별장은 권위의 표시가 아니라 날씨에 대한 대응이었다.

가사토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말도 남아 있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바로 가사토리라고.

03즈오카의 대로

즈오카궁 앞 대로
즈오카궁 앞 대로© HOON

즈오카궁이 있는 즈오카시는 오래 공사 중이었다. 조성 중이라 어수선하고 어색한 부분이 많다는 말과 함께 도시는 완성 전의 모습을 먼저 공개했고, 아직 많이 휑하다는 말이 그 아래 붙었다. 이 일대에는 우미 전통문화 박물관과 국방부가 함께 놓인다.

사진 속 즈오카는 폭이 아주 넓은 대로 하나로 정리된다. 왼쪽에는 초록 첨탑을 올린 석조 상가 건물이 길게 서 있고, 오른쪽에는 성벽이 이어지다 붉은 문루에서 한 번 끊긴다. 성벽 앞은 잔디를 띠처럼 두른 넓은 포장 광장이다. 두 방향의 차로 폭은 같은데 왼쪽에는 차가 두어 대뿐이고 오른쪽에만 차들이 꼬리를 물고 화면 밖까지 늘어서 있으며, 그 끝을 멀리 산줄기가 막아선다.

이 광장을 두고 규모가 몇 배는 커 보인다는 감상이 나왔다. 기와의 색이 독특하다는 말과 옥색 기와의 궁궐은 처음 본다는 말도 나란히 붙었다. 완공되면 웅장하겠다는 기대는 그해 안에 확인되지 않았다.

04줄어드는 제2의 도시

우미국의 지리에 커지는 도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리시아는 해리아도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넓게는 기리시아부를 좁게는 그 핵심인 기리시아시를 가리킨다.

기리시아시의 인구는 1980년에 5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뒤 공업 시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기업 본사가 소쿄로 옮겨 가고 사람들이 위성도시로 이주하면서 도심 공동화가 가속됐고, 지금은 200만 명 정도가 산다. 기리시아부 전체로는 340만 명, 해리아도 지방의 광역 인구까지 넓히면 800만 명에 이르니 도시는 줄었고 권역은 남았다.

개항장 같다는 감상이 붙자 실제로 참고한 도시는 없고 북미 양식으로 가자고 정했을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수도를 옮긴 나라의 궁 목록에 인구가 반 넘게 빠진 도시가 함께 적혀 있다.

05궁 뒤편의 역

소쿄의 역사
소쿄의 역사© HOON

수도의 얼굴은 궁보다 역에 가깝다. 소쿄의 메인역은 소쿄 중앙역인데, 규모로는 신주쿠역에 밀리면서도 상징성과 건축 덕분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제는 그 건축이 감당해야 하는 양이었다. 건물의 규모가 철도 수용량을 따라가지 못하자 도시는 최근 역을 하나 더 열고 이름을 소쿄 중앙북역이라 붙였다. 아름다운 역을 헐지 않으려고 그 옆에 역을 하나 더 지었다.

사진 속 역사는 붉은 벽돌로 쌓였다. 아치창이 정면에 늘어서고, 지붕에는 청록으로 산화한 금속 아치가 세 줄로 얹혀 있으며, 모서리마다 잎을 펼친 듯한 장식이 붙었다. 오른쪽 옆구리로는 고가 선로가 빠져나가고, 앞쪽 낮은 건물 옥상에는 비즈니스호텔 간판이 서 있으며, 뒤로는 검은 유리 고층 건물과 바다의 수평선이 보인다.

06소쿄의 저녁

소쿄의 물가에서 도심을 보면 고층 건물이 촘촘하다. 가운데가 사각으로 뻥 뚫린 탑이 둘, 유리로 마감한 검은 탑, 그 사이사이의 낮은 사무동. 해가 떨어지면 창에 하나씩 불이 들어오고 물 위로 그 빛이 길게 늘어지며, 물가의 넓은 포장 위에는 배 몇 척이 올라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돛대가 유난히 높다.

정작 물가에 가장 가까이 선 것은 사무동이 아니라 흰 벽에 파란 띠를 두른 아파트 한 동이다. 유리로 감싼 탑들 앞에 그 평범한 주거동이 먼저 서서 저녁 빛을 받는다.

여기서 해쿄왕궁은 보이지 않는다. 궁은 스카이라인 뒤편 어딘가에 낮게 앉아 있어서, 소쿄는 궁의 도시가 아니라 궁을 가진 도시로 보인다.

수도를 옮겼지만 옛 수도를 버리지 않았고, 성은 관광객에게 열었으며, 왕실은 더위를 피해 북쪽으로 갔고, 한때 500만이던 도시는 200만이 되었다. 궁의 목록과 인구의 목록이 같은 기록 안에 나란히 적혀 있다.

이 나라의 옛 수도 요코는 올해 또 하나의 역할을 맡았다. 그 이야기는 이번 호 Culture 섹션에 있다.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소쿄의 저녁'·해쿄왕궁·즈오카 대로·역사 묘사는 각 사진에 보이는 요소만 서술
  • '왕실도 더위는 피한다', '궁의 도시가 아니라 궁을 가진 도시' — 편집부 논평 두 곳
  • 수도 이전 시점은 원문에 없어 '남은 기록은 밝히지 않지만'으로 처리
  • '아름다운 역을 그대로 두기 위해 그 옆에 역을 하나 더 지었다'는 679 원문(수용량 부족 → 중앙북역 신설)에 대한 편집부의 해석적 요약
  • 게재 사진을 소쿄 중앙역으로 단정하지 않고 '역사'로만 적었다. 사진 출처(1243)에 역명이 명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