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
해가 진 뒤에 보이는 것들
여름에는 밤이 길다. 정확히는, 밤에 밖에 있어도 견딜 만한 계절이라 밤이 길게 느껴진다.
이번 호의 표지는 그 밤에서 왔다. 아무것도 없는 대지 위에 상업지구 하나가 홀로 떠올랐다. 구룡성채를 닮은 밀집 구역과 다이아몬드 마켓, 케이블카가 걸린 언덕. 낮에 보면 미완성인 이 도시는 해가 지면 완성된다. 네온은 빈 땅을 가려 주는 가장 좋은 재료다.
궁도 밤에 열렸다. 지난겨울 눈에 덮여 흰 기와만 남았던 경복궁이, 여름에는 나무와 물길을 얻고 야간개장을 했다. 같은 장소인데 계절이 두 번 바꿔 놓은 셈이다. 겨울의 궁이 형태였다면 여름의 궁은 분위기였다.
한편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스스로를 지상낙원이라 부르던 항구가 두 편의 시네마틱이 되었다. 미니어처처럼 축소된 화면과 '평화의 도시'라는 제목. 정지 화면으로 존재하던 도시가 처음으로 시간을 얻었다.
그리고 여름의 게시판은 붐볐다. 한 사람이 한 번에 여든한 장을 올렸고, 제목은 "여기가 고인물 파티라고"였다. 자조와 자부심이 반씩 섞인 말이다.
밤이 아닌 것들도 있었다. 활주로 하나로 버티는 공항에 보딩브릿지가 하나씩 붙었고, 운전면허학원의 연습 코스와 종합대학의 캠퍼스가 지어졌다. 광화문광장에서 찍은 실제 사진과 대조해 가며 북악산 뒤의 북한산 능선을 맞추는 일도 있었다. 스카이라인이 아니라 배경을, 랜드마크가 아니라 기능을 짓는 사람들이다.
해가 진 뒤에야 보이는 것이 있고, 해가 져도 보이지 않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여덟 편을 모두 밤에 읽어도 좋겠다.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이번 호
목차
Places장소
Works건축물
'나이트시티, 잠들지 않는 도시' 중에서낮에 보면 미완성인 이 도시는
해가 지면 완성된다.
듣기
음악 큐레이션
네온이 켜지고 궁이 밤에 문을 연다. 해가 진 뒤에 시작하는 도시를 위한 열 곡. 시티팝과 옛 가요의 밤.
YouTube Music에서 듣기 → 편집부 선곡
다음 호
Vol. 04 — Autumn 2019
가을이 되면 한 구역이 네 번 고쳐 지어집니다. 여름 내내 짓던 공항은 완성되자마자 새 땅에 삽이 떠지고, 런던을 짓던 사람은 방향을 틀어 강남으로 옵니다.
제작 정보
발행과 제작
- 발행
- PLAYCITY
- 발행일
- 2019년 8월
- 편집
-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 사진
- 후우운 · 검은여우 · 시린시 · 티디비 · 강 · PE · Plume7eat
- 출처
- PLAYCITY 아카이브 — CS 도시연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