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기능들: 운전면허학원과 종합대학
간단하게 만들어 봤다는 운전면허학원에서 시작해, 끝내 노선이 지정되지 않은 고속철도역과 구석에서 옮겨 온 종합대학, 소품보다 확장이 급해 뒷전이 된 논까지. 기능으로 채워지는 도시의 한여름을 게시글과 댓글로 따라간다.
8월 4일, 사진 열두 장이 한 글에 실렸다. 제목은 간단하게 만들어 본 자동차운전면허학원이었고, 첫 줄에는 빠진 게 많지만 S자 커브와 경사는 만족한다고 적혀 있었다.
댓글은 그 간단하게라는 말부터 물고 늘어졌다. 간단하게 고이셨군요, 어디가 간단한 건지, 와 고였어요 한 수 배웁니다. 이제 초보를 자처하는 닉네임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01S자 커브와 경사
사진 속 학원은 산으로 둘러싸인 부지에 앉아 있다. 한쪽 끝에 원형 회전 구간이 그려지고 그 옆으로 직선 코스와 주차 연습 칸이 나뉘며, 코스 둘레에는 검고 노란 줄무늬 방호벽이 촘촘히 세워졌다. 노란 대형 버스 석 대와 승용차 여러 대가 줄을 맞춰 섰고, 학원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과 실외기가 얹혔다. 담장 너머로는 논과 비닐하우스, 초록 지붕의 공장이 이어진다.
한 사람은 이 학원에 천리마자동차학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다른 사람은 도시 속에 굉장히 다양한 풍경이 있을 것 같다고 적었고, 또 다른 사람은 맵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관광객이 찾지도 스카이라인에 잡히지도 않는 시설에 하루를 쓴 결과로 얻은 반응이 그랬다.
빠진 게 많지만
S자 커브와 경사는 만족합니다.
02노선 지정이 안 됩니다
같은 글에는 도움을 청하는 사진도 섞여 있었다. 고속철도역의 노선 지정이 안 되는데 해결 방법을 알려 달라는 한 줄이었다. 곧 시프트나 알트를 눌러 보라는 조언과 함께 필요한 모드의 주소가 붙었지만, 돌아온 답은 그래도 안 된다는 것, 모드는 이미 받아 두었고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이 많더라는 말이었다.
이튿날 그는 질문 게시판에 같은 문제를 따로 올렸다. 선로 연결은 정상이라 다른 열차는 잘만 지나다니고 사용설명서 영상과도 관련 없는 문제라며, 원인을 도통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 글에 달린 댓글은 필요한 모드는 다 받으셨을 거고, 하고 말끝을 흐린 한 줄뿐이었다. 해결을 알리는 후속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03지옥임니다
나머지 사진에는 다른 근심이 적혔다. 밤이 예쁜 아파트 단지 한 장, 교통량 지옥이던 구간에 신호등을 설정해 주니 낫다는 한 장, 그리고 전체 뷰 한 장. 마지막 장 아래에는 철도도 버스도 지하철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옥이라는 말이 붙었다.
혼잡은 이 도시의 오랜 주제였다. 8월 중순에는 넓어 보여도 실은 지도 스물다섯 칸을 제대로 채우지도 못했다면서, 많고많은 버스 노선이나 감상하라는 글을 올렸다. 요즘은 크기를 가지고 기만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댓글이 붙었다.
04그냥 이뻐서 다시 찍은 논
8월 3일에는 고속도로 사진 여섯 장이 올라왔다. 교통량이 너무 많으니 수도고속도로 5차선은 안 나오느냐는 투정, 나름 공들여 소품을 심었다는 진출입로, 공중에 띄운 나무로 생태 터널을 흉내 낸 국도, 그리고 그냥 예뻐서 다시 찍었다는 논.

사진 속 국도는 회색 옹벽을 따라 굽어 있다. 옹벽 위로는 방음벽을 세운 고속도로가 지나고, 아래쪽 이차선 도로 갓길에는 붉은 꽃나무가 줄지어 심겼으며, 가드레일 너머 잔디밭 끝으로 흰 승용차 한 대가 달린다. 멀리 산자락 아래에 도시의 흰 건물들이 보인다.
반응은 마지막 논 사진에 몰렸다. 취향 저격이라 픽 하고 쓰러졌다는 말에, 그는 논으로 도배하고 싶은데 소품 작업보다 도시 확장에 신경을 쓰다 보니 뒷전이 됐다고 답했다. 그 정도가 딱 과하지 않고 실제로 있을 법하다는 말이 이어지자, 실제로 있는 논을 모티브로 했고 도시에 평지가 많아 이런 것도 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로 옆 암벽에 울타리를 세우면 훨씬 예쁘겠다는 제안도 그 아래 붙었다.
05구석탱이에 있던 대학
8월 23일의 글은 종합대학이었다. 원래 구석탱이에 이상하게 있던 것을 이전해서 제대로 된 대학 분위기가 나게 바꿨다는 한 줄이 전부였다. 캠퍼스 확장팩이 나오고 정말 오랜만에 게임을 켰다는 글을 올린 지 한 달여 만이었다.
옮겨 놓은 캠퍼스는 사진 안에서 격식을 갖추고 있다. 푸른 지붕에 붉은 벽돌을 두른 강의동들이 숲을 등지고 늘어서고, 가운데 광장에는 팔각 분수가 놓였으며, 그 옆에 농구 코트와 유리 지붕을 얹은 정류장이 붙었다. 광장 맞은편 긴 건물 벽에는 캠퍼스 서점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대학은 역시 산 위에 있어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확장팩을 처음 켠 7월의 글에는 다른 눈이 붙었다. 여름답게 비가 내린 모습이라는 감상 옆에, 편의점 간판 위에 학원 간판이 얹힌 건물을 짚어 낸 댓글이 있었다.
06따릉이와 풍천장어
여름의 마지막 사진들에는 한국이 더 많이 들어왔다. 8월 말에 올라온 자전거 동호회 사진에는 공용 자전거 대여소까지 놓였고, 그 옆 사진에는 풍천장어 간판이 붙었다. 팔당이군요, 하는 댓글과 한국 그 자체라는 댓글이 나란히 달렸다.
철도에도 설정이 붙었다. 8월 3일 새로 받은 신칸센 자재로 고속철도를 깔면서 그는 시설공단 기관차가 안전 점검을 하는 중이라는 콘셉트라고 적었다. 좋은 현실감이라는 반응과, 저번에 누가 크레인 달린 열차를 만들고 있던데 어울리겠다는 제안이 뒤따랐다.
지난겨울 이 지면은 고속도로가 도시로 들어오는 지점을 다시 지은 미리트리미트의 관문을 다뤘다. 이 여름의 도시가 채운 곳은 그 문턱 안쪽이다. 운전면허학원과 종합대학, 논과 국도, 그리고 노선이 끝내 지정되지 않은 고속철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