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국제공항, 활주로 하나의 여름
공항 1도 모른다는 말로 시작해 나흘 만에 활주로와 화물터미널까지 놓은 여름. 오른쪽에 붙어 버린 보딩브릿지가 이 공항만의 특징이 되고, 활주로 하나는 나하공항과 같은 과부하로 남았다. 스스로 결함을 진단하며 지은 공항의 기록.
공항은 도시가 세계와 만나는 문이다. 항구가 바다로 난 문이라면 공항은 하늘로 난 문인데, 8월 말의 나흘 동안 한 도시가 그 문을 통째로 지었다.
시작은 자백에 가까웠다. 결국은 판을 벌였다는 말로 첫 글이 열리고, 공항 1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소품이나 붙이자며 결국 시작해 버렸다는 문장이 뒤따른다. 뭐, 시작한 건데 끝은 봐야겠죠. 그 한 줄이 이 연재의 예고편 전부였다.
01사운국제공항
첫 글은 제목부터 틀렸다. 도시 이름의 철자가 뒤집혀 올라갔고, 곧바로 사운국제공항이냐는 댓글이 달렸다. 급하게 치다 보니 그리되었다는 답이 붙었을 뿐 제목은 그대로 남았다.
댓글은 곧 자재 이야기로 옮겨 갔다. 보딩브릿지 자재는 쓰기가 몹시 까다롭다며 존경한다는 말이 오자, 그는 유리를 끼우긴 했는데 멀리서 찍어 안 보인다고 답했다. 존경을 두 번 하겠다는 말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자재에 딸려 나오는 것이라며 물러섰고, 직접 붙인 게 아니었느냐는 시무룩한 반응에는 시린이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란다고 받았다. 자기를 초보라 부르는 사람과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실랑이가 이 연재 내내 이어진다.
이란 국적기가 서 있는 것을 두고도 말이 나왔다. 수안에서 테헤란까지 직항편이 저렴한 값에 있다는 답이 돌아왔는데, 자기 도시의 노선망을 묻지도 않은 자리에서 한 줄로 지어내는 방식이다.
02오른쪽에 붙어 버린 다리
이튿날 올라온 글에는 실수가 하나 적혀 있다. 만들다 보니 구조적으로 오른쪽 도어에 보딩브릿지가 붙는 게이트가 나오더라는 것이었다. 실제 여객기는 왼쪽 문으로 승객을 태우므로 오른쪽에 붙은 통로는 쓸 수 없는 통로다.
그는 그것을 고치지 않았다. 뭐 그래도 그것도 나름 이 공항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죠, 라는 한 줄로 넘겼다.
댓글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본래 보딩게이트는 오른쪽으로 붙는다는,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고 어쩌다 관례가 되었을 뿐이라는 정정이 달렸다. 정해진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한국 대부분의 공항에서는 왼쪽으로 붙는다고 그가 답하자, 아 왼쪽이군요, 이 나이 먹고 왼쪽 오른쪽도 헷갈립니다, 하는 답이 돌아왔다. 정정하러 온 사람이 자기 좌우를 헷갈린 것으로 판명 나면서, 잘못 붙은 다리는 그대로 이 공항의 특징으로 남았다.
뭐 그래도 그것도 나름
이 공항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죠?
03게이트 하나에 다리 둘

사흘째에 제1터미널을 떠나 여객터미널 본동 작업이 시작됐다. 이 본동은 다른 터미널과 달리 한 게이트에 보딩브릿지가 두 개씩 붙는다. 앞문과 뒷문으로 동시에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방식이라 큰 비행기를 대겠다는 뜻이고, 그는 그 게이트를 유나이티드 항공의 특정 기종 전용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반응은 한결같았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이셨다는 말에는 그럴 리가 있느냐는 답이, 실존하는 대형 공항급 품질이라는 말에는 그런 공항을 제 망퀄 공항에 비교하지 말라는 답이 붙었다. 초고퀄이라는 칭찬에 아직 고퀄은 산 넘어 산이라고 답했다가, 이미 초고퀄이니 고퀄은 저 멀리 산 너머에 있다는 뜻이냐는 되받음을 듣고 그런 뜻이 아니라며 당황하기도 했다.
소품을 너무 덕지덕지 바른 것 같다는 자평도 그 자리에 있다. 칭찬을 받을 때마다 한 걸음씩 물러서는 어조가 나흘 내내 유지된다.
04활주로는 하나
나흘째에 공항으로서 있어야 할 기본 요소가 모두 갖춰졌다. 서비스 차량 전용 도로와 유도로, 활주로, 화물터미널, 수안지방항공청, 공항화물청사. 이제 자잘한 디테일과 건물 몇 채만 마무리하면 완성이라는 말이 뒤에 붙었다.
그런데 활주로는 하나였다. 활주로가 하나뿐이라 나하공항과 같이 심각한 과부하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고 그는 적었다. 오키나와의 나하공항은 활주로 하나를 민항기와 자위대 항공기가 함께 쓰는 것으로 알려진 공항이라, 자기 공항의 한계를 실제 공항의 이름으로 설명한 셈이 된다.
지면에 실은 항공 사진을 보면 왜 하나뿐인지가 한눈에 보인다. 공항이 앉은 자리는 가늘고 긴 모래섬이고, 활주로가 섬의 길이를 거의 다 쓰고 있다. 얕은 바다가 사방을 두르고 오른쪽으로 다리 하나가 육지로 뻗는다. 활주로를 하나 더 놓을 땅이 애초에 없었다.
자기 지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찌 보면 활주로 표면 도색의 고증이 하나도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을 그는 자기 글에 댓글로 달아 두었다. 칭찬이 스무 개 가까이 달린 글에 정작 작성자가 남긴 첫 줄이 결함 신고였다.
05안 고였어요
이 나흘의 댓글창을 지배한 단어는 고인물이었다. 오래 파고들어 경지에 이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너무 고이셨다는 말이 올라올 때마다 그는 안 고였다고, 아무튼 안 고였다고 부인했다. 고! 였! 다! 하는 세 글자짜리 판결이 다시 달렸고, 답은 또 안 고였다니까요 흑흑이었다.
농담은 물에서 기름으로 넘어갔다. 저 소품들을 쓰는 것부터가 석유라는 말이 나오고, 비행기 연료 걱정은 없어 보인다는 말에 왜냐고 되묻자 석유가 넘쳐흐르니까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마지막 글에서는 수안으로부터 반경 50킬로미터 해역이 석유로 구성되어 있다는 속보 형식의 농담까지 나왔는데, 그는 무슨 관광산업 망하는 소리냐며 받았다.
실용적인 대화도 있었다. 쓴 자재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에 그는 표면 도색과 공항 서비스 도로 자재의 목록을 주소까지 붙여 답글로 정리했고, 그 아래에 고맙다는 인사가 달렸다. 같은 댓글창에서 농담과 자재 목록이 나란히 오간다.
06여름의 끝
공항이 완성에 가까워지기 닷새 전, 같은 도시에 다른 글이 하나 있었다. 첫 유럽풍 도시에 도전해 봤다는 글이었고, 처음치고는 나름 만족스럽다는 자평과 유럽 속의 깨알 같은 일본 안내판을 발견했다는 댓글이 붙었다. 관광산업이 망한다는 농담이 나온 배경에는 이런 구역들이 있다.
지난겨울 카사나이가 공항급행으로 공항과 도심을 15분에 이었을 때, 그 공항은 배경이었다. 급행철도가 주인공이고 공항은 종착지였을 뿐이다. 수안의 여름은 그 배경을 정면으로 끌어냈다. 게이트와 보딩브릿지와 유도로 단위로, 공항 자체를 세는 일이었다.
여름의 끝에 남은 것은 활주로 하나와, 오른쪽에 붙은 통로 몇 개와, 도색이 맞지 않는다는 자백이다. 그 공항이 마지막으로 무엇을 얻어 완성되는지는 다음 호에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