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05 — Winter 2019

작게,
오래

겨울의 도시들은 크게 짓지 않았다. 대신 오래 보았다. 교차로 하나를 만들고 다음 날 다시 손봤다. 인구 천 명 남짓한 시골에 통계청이 다녀갔고, 있지도 않은 고속도로의 연혁이 1976년부터 적혔다. 한 도시는 온통 하얘진 채 아직 이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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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작은 것을 오래 보는 일

겨울에는 크게 짓기가 어렵다. 해가 짧고 손이 시리다는 것은 핑계고, 아마 한 해가 저물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를 새로 벌이기보다 이미 있는 것을 매만지게 되는 계절.

교차로 하나를 만든 사람이 있었다. 만들고, 다음 날 다시 손봤고, 열흘 뒤 서울역 앞을 조금 건설했다. 도로의 기하학에 매달린 겨울이었다. 교차로는 도시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결정이다. 어느 방향을 먼저 보낼지, 좌회전을 어디에 둘지. 그 작은 결정들이 모여 도시의 흐름이 된다.

통계청은 다섯 번째 도시를 찾았다. 인구 1,098명. 아무것도 없는 시골인데, 이 도시는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다고 했다. 진행 시간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인 유일한 도시이기도 했다. 작은 도시에 굳이 연혁과 정치적 위상을 부여하는 일. 그것도 오래 보는 방법이다.

있지도 않은 고속도로에 연혁을 적은 사람도 있었다. 1976년 개통, 1978년 시 승격에 따른 개칭, 2009년 분기점 전환, 그리고 폐쇄된 구 요금소까지. 백과사전 문체로 적힌 그 연혁을 읽으면, 여울이라는 분기점이 정말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진다. 도시를 짓는 일이 결국 그럴듯한 과거를 지어내는 일이라는 것을, 이 연혁이 조용히 보여 준다.

한 도시는 온통 하얘졌다. 가을에 요새를 쌓던 판타지 연재가 광장과 시장을 지나 백색관문에 닿은 것이다. 그런데 도시 전체가 완성되고 나서도 이름이 없었다. 만든 사람은 독자에게 이름을 물었다.

들안에는 눈이 내렸다. 가을에 철도를 따라 자라던 그 땅이, 겨울에는 'Early winter'와 'Dreamlight'와 'Happy snowy day'라는 제목으로만 기록되었다. 한 계절을 눈으로만 적은 셈이다.

크게 짓지 않아도 계절은 지나간다. 겨울호는 오래 들여다본 여덟 가지를 싣는다.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이번 호

목차

교차로는 도시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결정이다.
그 작은 결정들이 모여 도시의 흐름이 된다.

'편집자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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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큐레이션

교차로 하나를 며칠에 걸쳐 다듬고, 인구 천 명의 시골을 센다. 작게 오래 보는 겨울의 열 곡.

YouTube Music에서 듣기 → 편집부 선곡

다음 호

Vol. 06 — Spring 2020

봄호에서는 이름을 얻은 백색도시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들안의 눈이 녹은 자리에 무엇이 서는지 보게 됩니다.

제작 정보

발행과 제작

발행
PLAYCITY
발행일
2020년 1월
편집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사진
한양 · 강 · 아나낫슈 · JUST PLUS · ㅊㅅ · 네인 · 검은여우 · 티디비
출처
PLAYCITY 아카이브 — CS 도시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