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시, 인구 1,098명의 캐스팅보트

통계청이 다섯 번째로 찾은 도시는 인구 1,098명의 시골이었다. 진행 시간이 현재보다 과거인 유일한 도시이자, 이름을 옆 도시의 동네에서 빌려 온 도시이자, 캐스팅보트와 쩌리 선거구를 동시에 맡은 도시를 읽는다.

지금시
지금시© 네인

봄호에서 세인스와 이차선시를, 가을호에서 시청시를 찾았던 아레시 통계청이 두 달 만에 돌아왔고, 다섯 번째 도시는 지금시였다.

01기록표

항목지금시 Jigeum
생일2016년 10월 6일
인구1,098
진행시간2017년 7월 25일
선거구지금(단일)
하위 행정구역없음
위치리아스 섬 중앙

인구 1,098명, 하위 행정구역 없음. 지난 가을의 시청시가 8,775명이었으니 그 8분의 1이다.

진행시간 항목이 특이하다. 2017년 7월 25일. 진행 시간이 현재보다 이전인 유일한 도시로 보인다고 통계청은 적었다. 게임 속 시간이 우리가 사는 시간보다 뒤처져 있다는 말인데, 도시의 시계는 켜져 있을 때만 흐르므로 진행 시간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열리지 않았다고 읽힌다.

지면에 실은 사진은 이 연재의 표지 격으로 찍은 것인데, 정작 도시가 잘 보이지 않는다. 넓은 초록 들판 한가운데 낮은 건물 열댓 채가 모여 있고 그 옆에 풍력발전기 두 대가 서 있다. 뒤쪽으로 강이 가로지르고 그 너머는 숲과 낮은 산이며, 하늘이 화면의 절반을 차지한다. 아레시에 몇 없는 내륙 도시라는 설명이 아래에 붙어 있다.

02아무것도 없어요

통계청의 기술은 솔직하다. 인구 1,000명의 시골이라고 적은 뒤, 줄을 하나씩 바꿔 가며 아무것도 없다고 적었다.

시작된 사정도 밝혀 두었는데, 2016년 가을, 다른 도시를 한창 짓다가 하얀 화면에 질려서 병행할 목적으로 새로 판 도시였다고 한다. 뭔가 있어 보이는 척하는 사진도 찍어 두었지만 정말 사진이 이런 것밖에 안 남았다고, 그는 그 아래 적었다.

도시를 짓는 사람이 자기 도시를 이렇게 적는 일은 드물지 않다. 다만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드물고, 대개는 그냥 지운다.

아레시 통계청은 지우지 않았다. 봄호에서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지우지도 미화하지도 않고 다만 방문해 기록한다고 적었다. 인구 1,098명의 아무것도 없는 도시도 똑같은 형식의 표를 받는다. 생일, 인구, 진행시간, 선거구, 하위 행정구역, 위치.

아무것도 없는 도시도
똑같은 형식의 표를 받는다.

03이름은 옆 도시의 동네에서 왔다

지금이라는 이름의 출처도 기록에 있다. 아레시의 전통대로 이전 도시의 지명을 따왔다는 것인데, 세일시에 지금구가 있다.

댓글에서 이 작명은 곧바로 놀림감이 되었다. 나중시는 없느냐, 전에시는 없느냐는 물음이 이어졌지만 답은 시큰둥했다. 직전동과 지난동을 모르니 그런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것이니 세일시 행정구역을 보고 오라고. 시간을 가리키는 말로 지은 지명이 이미 여러 개 있었다.

세일시 지금구라는 이름에서 나온 농담은 사진 한 장으로도 남아 있다. 아레시 철도고속선에 관한 것인데, 그 노선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일은 없었다는 설명이 뒤에 붙었고, 자세한 사정은 초심즈뉴타임 기사를 참고하라고 원문은 적었다. 가상의 나라에 신문이 있고, 그 신문의 지난 기사가 각주로 붙는다.

댓글의 작명 놀이는 그 뒤로도 그대로 이어져서, 한 사람이 로마자 표기를 두 글자만 바꾼 이름을 내놓자 끔찍하다는 답이 돌아갔고, 두 글자 차이일 뿐이라는 반박이 다시 왔다. 그 뒤로는 한 글자씩 주고받는 말놀이가 한참 이어졌다.

지금시라는 이름이 예고된 적도 있다고 한다. 초심시 1주년 때 이미 나왔던 작명이라는 것. 2018년에는 서늘시가 만들어질 뻔했다는 이야기도 붙었는데, 자세한 것은 미리트리미트 편이 나오는 날에 하겠다며 그 편의 예상 시점을 2022년으로 적었다. 지금까지의 연재 간격을 근거로 든 농담이었다.

04캐스팅보트와 쩌리 선거구

이 도시에는 반전이 하나 있다. 선거다.

인구 1,098명인 주제에 선거구 분할이 되어 캐스팅보트가 되었다고 통계청은 적었다. 아레시령의 선거에서 이 작은 도시가 결정권을 쥐었다는 말이다.

인구가 적은 지역이 선거에서 과대 대표되는 일은 실제로 흔하다. 지역구 단위로 의석을 나누면 인구 밀도가 낮은 곳의 한 표가 도시의 한 표보다 무거워지고, 양쪽이 팽팽할 때는 그 작은 지역이 결정권을 갖는다.

다만 기록은 한 줄을 더 붙여 두었다. 2대 선거에서 이 도시는 주요 정당 인물의 당선용 쩌리 선거구였다고. 결정권을 쥔 선거구인 동시에 거물을 안전하게 당선시키는 데 쓰인 선거구였고, 두 가지가 한 지역에 겹치는 일 역시 현실의 선거에서 낯설지 않다.

05제4도시를 아래에서 보다

통계청은 한 가지를 더 짚었다. 지금시 입장에서 보면 인구 1,000명이 1만 명대 도시와 제4도시를 경쟁한다는 것이 정말 웃기게 보인다고.

지난 가을호에서 우리는 아레시령의 제4도시 논란을 다뤘다. 시청시가 만 명을 못 채우고 멈췄고, 그 뒤로 신규 도시가 2만 명을 넘지 못해 도시 순위의 아래쪽이 애매해졌다는 사안이었다.

통계청이 이 대목에 붙인 자료는 새것이 아니다. 지난 시청시 편에서도 보여 준 그림이라고 원문은 밝혔고, 같은 순위표가 방문지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겨울의 지금시는 그 논란을 아래에서 올려다본다. 1만 명대 도시들이 4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동안 1,000명짜리 도시가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우습다는 표현은 정확하다.

실재하지 않는 나라의 도시 순위를, 그 나라에서 가장 작은 도시의 시점에서 논평하는 일. 다섯 편에 이르는 동안 이 세계관에는 도시와 선거구와 순위 다툼이 생겼고, 이제 그 다툼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생겼다.

06개발될 확률은 거의 없다

기록은 전망으로 끝난다. 지금시는 다시 불러오는 일도 없었고, 시가지라도 있는 다른 도시에 비해 역사성도 없기 때문에 개발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봤다. 통계청이 방문한 다섯 도시 가운데 앞으로도 그대로일 것이라 못 박은 첫 도시다.

마지막 줄에는 자평이 하나 붙어 있다. 갈수록 도시정리 프로젝트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맞다고.

댓글에는 다섯 도시를 한 번에 훑어본 소감이 하나 달렸다. 다들 섬나라라는 것이 특징이라는 말.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기록표·인용·작명 계보·캐스팅보트·쩌리 선거구·전망·자평은 모두 원문 그대로
  • 히어로 사진 묘사(들판·풍력발전기 두 대·강·낮은 산)는 지면 게재 이미지를 보고 적었다
  • 인구 과소 지역의 선거 과대 대표 설명은 편집부 배경 서술(원문은 현상만 기록)
  • '도시의 시계는 켜져 있을 때만 흐른다', '가상의 나라에 신문이 있고 그 신문의 지난 기사가 각주로 붙는다', '그 다툼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생겼다' 세 곳이 이 기사의 편집부 논평
  • 원문이 참고로 든 '초심즈뉴타임 기사'의 실체는 확인하지 않았다. 세계관 안의 매체라는 것만 지면에 적었다
  • 원문의 '뉴쿼드' 등 다른 도시명은 맥락 설명이 길어 지면에서 '다른 도시'로 처리. 세일시·초심시·서늘시·미리트리미트는 원문 그대로 두었다
  • 기록표: '생일: 2016년 10월 6일 / 인구: 1,098 / 진행시간: 2017년 7월 25일 / 선거구: 지금(단일) / 하위 행정구역: 없음 / 위치: 리아스 섬 중앙' (원문 그대로)
  • '또 두달만에 돌아오는 도시정리 프로젝트!'
  • '진행시간이 현재보다 이전인 유일한 도시...일것으로 보입니다'
  • '아레시에서 몇 없는 내륙도시', '인구 1000명의 시골입니다. … 아무것도 없어요'
  • '한창 뉴쿼드를 할 시절인 2016년 가을, 하얀 화면에 질렸던 네인은 결국 뉴쿼드와 병행(!)을 한다는 목적으로 새 도시를 파게 됩니다. … 정말 사진이 이런것밖에 안 남았습니다'
  • '그런 주제에 선거구 분할이 되어서 캐스팅보트가 된(??) 도시입니다.'
  • '지금시 입장에서 보면 인구 1000명이 10000명대 도시랑 "제4도시"를 경쟁한다는 것은 정말 웃기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