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건설기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를 모티브로 한 터미널로 시작해, 사흘 만에 관제탑과 화물터미널을 세우고 엿새 만에 활주로를 포장한 기록. 카페 가입 첫 글부터 공항이었던 사람의 겨울, 그리고 '이 공항은 기능합니까'라는 물음에 돌아온 답.

터미널 앞 주차장과 철도역
터미널 앞 주차장과 철도역© JUST PLUS

12월 중순, 게시판에 이름 하나가 처음 나타났다. 카페에 가입하고 첫 스크린샷을 올린다는 인사와 함께였는데, 그 첫 글의 제목이 공항건설 변천사였다.

도시 전경도 거리 사진도 아닌 공항이 첫인사였다. 그리고 엿새 뒤 이 사람의 활주로에는 아스팔트가 깔렸다.

01예전에 각 잡고 만들었던 공항

첫 글은 옛 공항 사진에서 시작한다. 예전에 각 잡고 만들었던 공항인데 지금 보니 규모도 작고 수정하고 싶은 곳투성이라고 그는 적었고, 그래서 새 맵에서 공항을 새로 짓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옛 작업물을 먼저 내놓고, 그 부족한 점을 스스로 짚고, 그래서 새로 시작한다고 말하는 순서다. 겸손과 포부가 한 문단에 들어 있다.

첫 번째로 만든 것은 터미널 건물이었고, 모티브는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였다. 댓글은 그 대목을 정확히 알아봤다. 기존 터미널에서 김해 느낌이 팍팍 난다는 말이 붙었고, 계류장 라인만 봐도 공항 고인물인 것 같다는 평도 달렸다.

규모를 묻는 댓글에는 구체적인 답이 돌아왔다. 규모에 취한다면서 활주로가 몇 킬로미터짜리 몇 본이냐고 묻자, 그는 3.2에서 3.5킬로미터 길이의 활주로 하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두 본을 놓으려 했지만 작업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하나로 줄였다는 말이 그 뒤에 붙어 있다.

021일차, 2일차, 3일차

공항건설 변천사
공항건설 변천사© JUST PLUS

이 연재의 특징은 진행 상황을 날짜 단위로 끊는다는 점이다. 1일차에는 터미널을 세웠고, 2일차에는 관제탑과 화물터미널 같은 부속 건물을 배치한 뒤 활주로와 유도로의 모양을 잡았다. 3일차에는 공항을 둘러보다 뭔가 허전해 보여서 확장 증축을 결정하고, 붉은 글씨로 증축 지점을 표시한 다음 그 자리에 국내선 청사를 세웠다.

국내선 청사는 생각나는 대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지은 쪽의 용도가 바뀌었는데, 김해에서 모티브를 딴 그 청사가 국제선을 맡고 새로 지은 쪽이 국내선을 맡게 되었다. 사흘 만에 국제공항 하나가 골격을 갖췄다.

속도만 놓고 보면 지난 여름호에서 다룬 수안국제공항과 대조적이다. 수안은 게이트 하나에 탑승교를 몇 개 붙일지까지 따지며 한 계절에 걸쳐 지어졌고, 이 공항은 전체 배치를 먼저 잡은 뒤 안을 채워 나갔다.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후자가 더 빨리 공항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는 사흘치 사진을 다 올려놓고 힘이 빠진다고 적었다. 마음먹고 각 잡고 해야 하는 게임이라 조금만 해도 지친다면서,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하고 있고 공항 건설은 시간이 되는 대로 계속하겠다고 했다. 화면이 후져 보이는 이유도 스스로 밝혔다. 프레임을 확보하려고 그래픽 설정을 낮음 수준으로 내려놓고 찍었다는 것이었다.

03귀찮음을 뚫고

이틀 뒤 올라온 글은 터미널 확장과 주차장 조성이었다. 국제선 터미널 앞에 주차장과 공원을 만들었고 앞으로 나무 같은 소품을 더 배치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지면에 실은 첫 화면이 그때의 주차장이다. 사선으로 칸을 그은 주차 구획이 몇 덩이로 나뉘어 화면의 절반을 채우고, 그 사이에 층층이 쌓은 주차 건물 두 채가 서 있으며, 화단과 분수와 가로수가 구획을 나눈다. 터미널 앞으로는 고가 철도가 지나가고 승강장에 열차가 서 있다.

같은 글에서 그는 화물터미널을 옮겼다. 원래 관제탑과 부속 건물 옆에 있던 것을 국내선 터미널 쪽 옛 주기장 자리로 이전 배치했는데, 이유는 공항 바깥에 있었다. 비워진 그 자리에 공업단지와 컨테이너 항구를 조성할 생각이었고, 그래야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랬다고 적었다. 공항 안의 배치를 공항 밖의 계획이 먼저 결정한 셈인데, 그러면서 국내선 터미널의 탑승 게이트도 하나 늘었다.

주차장을 두고는 만드는 방법을 묻는 댓글이 붙었다. 주차장 도로 자재로 지은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며, 빈 공간에 일일이 아스팔트를 깔고 그 위에 작업한 것이냐고 물었다. 답은 창작마당에서 어두운 아스팔트 주차장 자재를 구독해 쓰고 있다는 것이었고, 좋은 자재라 추천한다는 말이 붙었다.

정작 활주로는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아스팔트 포장을 하고 활주로와 유도로 작업을 해야 하는데 너무 귀찮아서 건물 배치만 계속하고 있다고 그는 껄껄 웃으며 적었다. 나흘 뒤 크리스마스에 올라온 글의 첫 문장은 이랬다. 이제 드디어 활주로 아스팔트 포장을 실시했다고.

밋밋하고 작은 기본 활주로보다는 낫다는 자평과 함께, 기본적인 활주로 꾸미기는 해 놨고 다음에는 유도로와 함께 좀 더 세세한 꾸미기에 들어가야겠다는 계획이 이어졌다. 그날의 마무리는 이랬다. 귀찮음을 뚫고 아스팔트 포장을 해 봤다고.

04이 공항은 기능합니까

활주로 대략 완성
활주로 대략 완성© JUST PLUS

같은 날 그는 글을 하나 더 올렸다. 활주로를 대략 완성했는데 완성 스크린샷만 올리고 가기엔 좀 그래서 야경까지 올려 본다는 것이었다.

지면에 실은 화면은 그 야경이 아니라 낮의 활주로 끝이다. 접지대를 알리는 흰 줄무늬가 가로로 늘어서고 그 위에 활주로 번호 36이 크게 적혀 있으며, 활주로 앞쪽 포장면에는 붉은 기둥에 등을 얹은 진입등이 계단 모양으로 줄지어 바다 쪽으로 내려간다. 화면 왼쪽 끝에는 화물선과 여객선이 떠 있고, 활주로와 나란히 놓인 도로에는 가로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다.

반응은 대체로 감상이었다. 야경이 감동적이라는 말과 뭔가 현실적이라는 말이 나란히 붙었고, 활주로가 멋지다며 자기도 각 잡고 공항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 공항의 성격을 정확히 짚었다. 항상 궁금했다면서, 저렇게 직접 만든 공항은 기능을 하느냐는 물음이었다.

저렇게 직접 만든 공항은 기능을 하나요?
공항 기능 하는 공항 모듈 가져다 쓰면 합니다.

손으로 세운 터미널과 관제탑과 화물동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비행기를 부르고 승객을 태우는 일은 게임이 제공하는 공항 모듈 하나가 맡고, 나머지는 그 모듈 곁에 세운 형태다. 지난 겨울호에서 손으로 세운 톨게이트가 차단기를 내릴 방법이 없어 하이패스가 되었던 것과 같은 구조다.

05공항이라는 첫 문장

공항은 도시에서 가장 짓기 까다로운 시설에 속한다. 넓은 평지가 필요하고, 활주로와 유도로와 계류장의 관계를 알아야 하며, 터미널과 화물과 관제가 각각 어디 있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도시를 처음 짓는 사람이 첫 글에서 손댈 시설이 아니다.

댓글도 그렇게 읽었다. 공항 잘 만드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달렸고, 공항 건설은 언제나 자기 숙원사업 같다며 언젠가 김포공항 자재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어떤 공항 자재를 썼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예전에 각 잡고 만들었던 공항이 있다고 했으니, 이 게시판에 처음 왔을 뿐 도시를 짓는 일에는 처음이 아닌 사람이다. 겨울의 게시판에는 그런 사람이 몇 있었다. 가을에 스팀에서 가입해 서울 지하철 급행화를 시공하던 사람, 그리고 12월에 공항으로 인사한 사람. 새 얼굴이 늘 초심자인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오래 지은 사람이 이곳으로 옮겨 오기도 한다.

첫 글의 마지막 줄에서 그는 앞으로도 공항 건설기와 도시 건설을 계속하겠다고 적었다. 그해가 저물 때 활주로에는 아스팔트가 깔려 있었고, 유도로 꾸미기는 아직 남아 있었다.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인용·일차별 진행·김해공항 모티브·활주로 제원·화물터미널 이전 사유는 원문 그대로
  • 사진 묘사(주차 구획과 주차 건물, 터미널 앞 고가 철도역, 접지대 줄무늬와 활주로 번호 36, 진입등, 화물 구역의 창고동·연료 탱크·헬리패드)는 지면에 실은 세 장에 보이는 범위
  • 게재 사진이 '예전에 각잡고 만들었던 공항'인지 새 공항의 진행 화면인지 원문은 밝히지 않았다. 화물기가 주기해 있고 활주로 표시가 완성되어 있어 편집부는 앞쪽으로 읽었으나 확정하지 못했으므로, 캡션과 본문 모두 어느 쪽이라 단정하지 않았다
  • '겸손과 포부가 한 문단에 들어 있다', '후자가 더 빨리 공항처럼 보인다', '공항 안의 배치를 공항 밖의 계획이 먼저 결정한 셈' 세 곳이 편집부 논평
  • 04절 마지막 문단의 2018 겨울호 톨게이트 대비는 편집부가 이은 연결이며, 두 원문은 서로를 언급하지 않는다
  • 여름호 [수안국제공항] · 2018 겨울호 [개통의 계절] · [관문을 짓는 법]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