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02 — Spring 2019

이름을 붙이는
계절

도시를 짓는 일의 절반은 이름을 붙이는 일이다. 스사키는 수기시가 되었고, 고가의 기둥에는 사라진 다리들의 이름이 적혔다. 오래 닫아 둔 도시에는 통계청 직원이 인구를 세러 갔다. 한편 여의도에서는 아직 현실에 없는 건물이 먼저 완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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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이름이 붙어야 지도가 된다

봄에 도시들은 이름을 짓느라 바빴다.

시코쿠의 한 현을 옮겨 지은 사람은 지명부터 정했다. 스사키를 수기시로, 사카와를 좌천읍으로. 있던 글자는 그대로 두고 읽는 방식만 바꾼, 조용한 번역이었다. 이름이 붙자 도로에 이름표가 생겼고, 이름표가 생기자 버스 노선도가 그려졌다. 지도는 그렇게 완성된다.

고가 아래에서는 다른 종류의 호명이 있었다. 이치노하시, 교바시, 에도바시. 도시고속도로를 떠받치는 기둥마다 다리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지금은 차가 달리는 그 자리에 예전에는 물이 흐르고 다리가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콘크리트 기둥의 이름으로 남았다.

하드디스크 깊은 곳에서도 이름이 불렸다. 한 사람이 자기가 만들다 만 옛 도시들을 다시 열기 시작했다. 그냥 열지 않고 명분을 발명했다 — 통계청 직원이 인구조사를 하러 왔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센다. 부끄러움이 객관이 되는 순간이다.

한편 여의도에서는 시제가 뒤집혔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이 게임 안에서 먼저 완공되었다. 대개 사본은 원본을 뒤따르는데, 여기서는 사본이 원본을 앞질러 가 기다린다.

그리고 겨울호에서 한 번 지나갔던 나라가 돌아왔다. 우미국의 수도 소쿄가 다시 문을 열었고, 도쿄는 우에노역 북부를 새로 지으며 비 오는 날을 찍었다. 재개발과 작별이 한 계절 안에 함께 있었다.

이름이 붙어야 지도가 된다. 이번 봄에 받아 적은 이름이 여덟이다.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이번 호

목차

대개 사본은 원본을 뒤따르는데,
여기서는 사본이 원본을 앞질러 기다린다.

'파크원, 짓는 중인 랜드마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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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큐레이션

지명을 옮겨 적고 기둥마다 사라진 다리의 이름을 붙이던 계절. 번역과 호명의 봄에 어울리는 열 곡.

YouTube Music에서 듣기 → 편집부 선곡

다음 호

Vol. 03 — Summer 2019

여름에는 빈 대지 위로 네온 상업지구가 홀로 떠오릅니다. 눈에 덮였던 궁은 조경을 얻어 밤에 문을 열고, 활주로 하나짜리 공항은 여름 내내 과부하에 시달립니다.

제작 정보

발행과 제작

발행
PLAYCITY
발행일
2019년 5월
편집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사진
시린시 · 편의점경영주 · HOON · ATM · Schokolade · 맛중위 · 네인
출처
PLAYCITY 아카이브 — CS 도시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