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
이름이 붙어야 지도가 된다
봄에 도시들은 이름을 짓느라 바빴다.
시코쿠의 한 현을 옮겨 지은 사람은 지명부터 정했다. 스사키를 수기시로, 사카와를 좌천읍으로. 있던 글자는 그대로 두고 읽는 방식만 바꾼, 조용한 번역이었다. 이름이 붙자 도로에 이름표가 생겼고, 이름표가 생기자 버스 노선도가 그려졌다. 지도는 그렇게 완성된다.
고가 아래에서는 다른 종류의 호명이 있었다. 이치노하시, 교바시, 에도바시. 도시고속도로를 떠받치는 기둥마다 다리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지금은 차가 달리는 그 자리에 예전에는 물이 흐르고 다리가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콘크리트 기둥의 이름으로 남았다.
하드디스크 깊은 곳에서도 이름이 불렸다. 한 사람이 자기가 만들다 만 옛 도시들을 다시 열기 시작했다. 그냥 열지 않고 명분을 발명했다 — 통계청 직원이 인구조사를 하러 왔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센다. 부끄러움이 객관이 되는 순간이다.
한편 여의도에서는 시제가 뒤집혔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이 게임 안에서 먼저 완공되었다. 대개 사본은 원본을 뒤따르는데, 여기서는 사본이 원본을 앞질러 가 기다린다.
그리고 겨울호에서 한 번 지나갔던 나라가 돌아왔다. 우미국의 수도 소쿄가 다시 문을 열었고, 도쿄는 우에노역 북부를 새로 지으며 비 오는 날을 찍었다. 재개발과 작별이 한 계절 안에 함께 있었다.
이름이 붙어야 지도가 된다. 이번 봄에 받아 적은 이름이 여덟이다.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이번 호
목차
Places장소
-
01

고치현, 지명을 한자로
일본 시코쿠 고치현의 지형 위에 지은 도시. 지명은 한자 음 그대로 우리말로 읽어 스사키를 수기시로, 사카와를 좌천읍으로 바꿨고, 방음벽과 아파트와…
-
02

편주시, 아파트가 도시가 될 때
본문이 한 줄도 없는 연재였다. 제목과 사진, 그리고 남들이 달아 준 댓글만으로 편주시는 4월 열이레를 살았다.
-
03

소쿄, 돌아온 우미
지난 겨울호 Places를 지나간 나라 우미국이 봄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수도 소쿄를 도시고속도로 아래에서, 그리고 '워커홀릭의 하루'라는 도시…
-
04

도쿄, 봄과 재개발
현실에서는 중밀도로 개발된 역 북부를 고층으로 재개발했다는 가정, 비 내리는 출근길이라는 가정.
Works건축물
'파크원, 짓는 중인 랜드마크' 중에서대개 사본은 원본을 뒤따르는데,
여기서는 사본이 원본을 앞질러 기다린다.
듣기
음악 큐레이션
지명을 옮겨 적고 기둥마다 사라진 다리의 이름을 붙이던 계절. 번역과 호명의 봄에 어울리는 열 곡.
YouTube Music에서 듣기 → 편집부 선곡
다음 호
Vol. 03 — Summer 2019
여름에는 빈 대지 위로 네온 상업지구가 홀로 떠오릅니다. 눈에 덮였던 궁은 조경을 얻어 밤에 문을 열고, 활주로 하나짜리 공항은 여름 내내 과부하에 시달립니다.
제작 정보
발행과 제작
- 발행
- PLAYCITY
- 발행일
- 2019년 5월
- 편집
-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 사진
- 시린시 · 편의점경영주 · HOON · ATM · Schokolade · 맛중위 · 네인
- 출처
- PLAYCITY 아카이브 — CS 도시연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