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봄과 재개발
현실에서는 중밀도로 개발된 역 북부를 고층으로 재개발했다는 가정, 비 내리는 출근길이라는 가정. 봄의 도쿄는 만들다 만 자리마다 컨셉이라는 말을 붙였고, 패치를 앞두고 도시를 한 바퀴 돌아본 뒤 여름에 우에노역을 지었다.
봄의 도쿄가 남긴 첫 글의 제목은 5월, 도쿄였고 첫 줄은 전혀 5월 느낌이 안 나는 건 무시하자는 당부였다. 계절을 제목에 걸어 놓고 그 계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밝히는 인사였다.
이 도시는 겨울부터 아사쿠사와 센소지, 미나미센쥬와 스미다가와를 차례로 지어 오고 있었다. 봄에는 그 지도의 북쪽과 서쪽으로 손이 뻗었다.
01미칠 듯한 건폐율
5월 6일 글에는 새로 만든 구역과 그 야경이 실렸고, 사진 사이에 자평이 한 줄 끼어 있었다. 일본풍의 포인트는 미칠 듯한 건폐율과 그에 비해 한산한 도로인 듯하다는 것이었다. 건물은 어깨를 맞대고 빈틈없이 서는데 그 앞의 도로는 늘 헐겁다는 관찰인데, 실제로 이 도시의 사진은 대개 그렇게 생겼다.
일본풍의 포인트는 미칠 듯한 건폐율과
그에 비해 한산한 도로인 듯.
같은 글에는 실패도 나란히 실렸다. 소품을 놓다 망한 곳이 한 장, 도로를 예쁘게 만들려다 망한 곳이 한 장, 그리고 이 모드 쓰는 법 아는 사람이 있느냐는 물음이 한 장이었다. 댓글은 한 줄뿐이었는데 다음번에는 면적을 두 배로 키워 보자는 말이었다.
도시가 한산해 보이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두 달 전 인구를 묻는 댓글에 5만 2천이라고 답했다가 생각보다 적다는 반응이 돌아오자, 그는 일본식 집 하나에 한 명밖에 안 들어가더라고 설명했다. 도쿄 인구까지 달려 보자는 응원에는 광역권 인구 5000만이라고 받아쳤다.
02고층으로 재개발되었다는 컨셉
5월 7일에 올라온 것이 역 북부 재개발이다. 설명은 분명했다. 현실에서는 중밀도로 개발되어 있는 역 북부인데 고층으로 재개발되었다는 컨셉이고, 시오도메 쪽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 보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직 건물만 박아 놓은지라 많이 횡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진 속 구역은 정말로 맨땅이다. 풀만 깔린 벌판에 초고층 사무 건물 십여 채가 줄지어 서 있고 도로도 조경도 아직 없다. 앞쪽으로는 고가도로가 크게 휘어 지나가고, 그 너머 완성된 시가지는 빈틈이 없다. 황량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댓글이 그 아래 붙었다.
같은 글의 나머지 사진에는 눈곱만큼 확장된 미나미센쥬, 영원히 고통받는 교통, 만악의 근원이라는 설명이 차례로 달렸고 마무리는 지도였다. 지도를 원본 크기로 올려 달라는 요청에 그는 어떻게 해야 원본 크기가 되느냐고, 어떻게 해도 뭉개져 버린다고 되물었다. 방법을 배운 뒤 돌아온 답은 아핫 그런 방법이 있었느냐는 감탄이었다. 다음에는 저 지역의 4분의 1만큼 개발해 보자는 권유에는 무리라고 짧게 답했다.
03비 내리는 출근길

5월 12일 글은 비 내리는 출근길을 컨셉으로 찍어 본 사진들이라는 한 줄로 시작한다. 아사쿠사역 오거리, 메이지 거리, 토테 거리 부근 광장, 카미나리몬 인근이 차례로 나오고, 마지막에 키타센쥬역이 붙었다. 시외열차 환승을 위해 지은 역인데 자재는 나고야역이고 승강장별로 나뉘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진 속 대로에는 광장의 붉은 조형물과 건물 벽의 문어 간판, 지하철 출입구의 유리 캐노피가 함께 들어 있다. 사이버펑크 도쿄라는 감상이 달렸고, 다 된 밥에 문어 간판을 뿌린다는 타박에는 타코야끼가 맛있다는 옹호가 붙었다.
04컨셉이라는 말
이 도시는 컨셉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고층으로 재개발되었다는 컨셉, 비 내리는 출근길이라는 컨셉. 그리고 2월 말 재개발 글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대로변 역 앞이지만 어째서인지 재개발이 되지 않고 있다는 컨셉.
아직 손대지 못한 자리를 손대지 못했다고 적는 대신 그렇게 두기로 했다고 적는 방식이다. 같은 글에서 그는 일본 주택 자재가 나오기 전에 만든 구역을 다시 지으며, 단독주택 옆에 고층 아파트가 서 있는 게 조금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실제로도 저렇게 되어 있다고 변호했다.
교통 이야기도 같은 어조였다. 신호등을 달아 놓아도 차들이 무시하는 덕분에 영원히 고통받는 아사쿠사역 오거리, 꼭 한쪽 출구만 쓰는 시민들, 정체는 아니고 그냥 신호대기 행렬. 3월 말에는 근 한 달 만에 다시 켰다며 역전 광장을 급조해 올렸다.
05게임 터지기 전에
5월 21일 글의 제목은 게임 터지기 전에 마지막 플레이였다. 도시가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업데이트가 내려오면 쓰던 모드가 한동안 깨진다는 뜻이었고, 댓글에서 같은 사정이 오갔다. 영상을 찍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패치가 내려왔다는 하소연에, 이것도 사실 주말에 해 둔 플레이라고 그는 답했다.
서른두 장에 붙은 설명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미나미센쥬 남쪽을 개발하기 시작해 이름을 미나미미나미센쥬라고 붙여 놓고 물음표를 달았고, 이해가 안 가는 일본식 도로 배치라는 설명이 세 번 연달아 나온다. 언제 봐도 예쁜 아사쿠사역 오거리와 언제 봐도 예쁜 센소지가 있고, 한 시간 동안 붙잡고 씨름했는데 대체 뭐가 바뀐 건지 알려 줄 사람을 구한다는 사진이 있다. 역시 중밀도가 가장 보기 좋은 듯하다는 말도 있다.
글의 마지막 줄은 계획 변경이었다. 본래 우에노 방면으로 개발을 이어 가려 했는데 아무래도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 같고, 그 이유는 위의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하겠다는 것이었다.
06그래서 우에노역은
한 달 뒤, 그는 캠퍼스 확장팩을 출시 당일에 사 놓고 아직 써 보지도 못한 이유를 밝혔다. 우에노역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에노역과 가장 비슷하게 생긴 유니언 스테이션 자재에 나고야역 승강장 모듈을 더해 고가 역사를 세웠고, 역 앞 도로 구조가 굉장히 골 때리는지라 애를 좀 먹었다고 했다. 버스가 좌회전 차로를 막아 정체가 심한 탓에 중앙차로는 하는 수 없이 설치했다.
임시로 세운 조각상은 너무 커 보인다며 그는 괜찮은 현대미술 작품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적었다. 그 사진에 붙은 설명은 거대한 조각 앞에 선 초라한 인간의 존재였다. 공정률은 65퍼센트쯤이고, 우에노역을 완성하면 드디어 공원 너머의 대학을 지을 수 있다는 말로 글이 끝난다.
7월에는 근황 보고가 두 번 올라왔다. 역 옆에 큼지막한 건물을 하나 더 세우고, 승강장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난간을 손보고, 지하철을 연장했다. 무언가 하려다 실패한 것의 잔재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도 한 장 섞여 있다. 야경을 찍으려다 볼라드에 발광 기능을 넣어 둔 탓에 화면이 온통 눈부셔졌는데,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했다는 건 안 비밀이라고 그는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