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고속도로, 도시를 떠받치는 기둥

본문이 지명 여덟 줄뿐인 글에서 시작해, 그 아래 달린 문답으로 도시를 읽는다. 기둥에 붙은 다리의 이름, 검은 철판 하나만 빼고 통일한 자재, 지형이 아쉬워 한 번 다 엎었다는 지도, 그리고 같은 지도 위에서 도쿄를 짓던 또 한 사람.

고가 아래 기둥
고가 아래 기둥© Schokolade

도시고속도로는 위에서 달리는 도로다. 차를 탄 사람은 건물 3층 높이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지난다. 그런데 봄 내내 이 도로를 지은 사람이 게시판에 올린 사진은 대개 아래에서 위를 향해 찍은 것이었다.

5월 말에 올라온 여덟 장짜리 글의 제목은 수도고를 떠받치는 기둥이었고, 본문은 지명 여덟 줄이 전부였다. 이치노하시, 이치노하시, 교바시, 에도바시, 에도바시, 다니마치, 다니마치, 하마자키바시.

01고가 아래로 내려가기

지면에 실은 사진은 교차로 한복판에서 위를 올려다본 구도다. 상판이 세 겹으로 겹쳐 하늘을 거의 다 덮었고 그 틈으로 남은 하늘 조각만 파랗다. 흰 기둥 하나가 화면 가운데를 세로로 가르며 서 있는데, 그 기둥에 신호등이 매달려 있고 발치에는 노랑과 검정 줄무늬를 두른 방호벽이 놓였다.

고가 아래가 비어 있지는 않다. 왼쪽에는 전자제품 간판을 내건 상점이 있고 그 옆 담 너머로 벚꽃이 흰 무더기로 피어 있으며, 자전거를 끌고 선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린다. 검은 승용차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 있다.

댓글은 그 시선을 먼저 알아봤다. 밑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이라는 말이 붙었고, 일본 느낌을 너무 잘 살린다는 감탄이 이어졌다. 3주 앞선 5월 초의 근황 글에는 더 짧은 반응이 달려 있었다. 그냥 실사를 보여 주시는군요, 아 실제다 실제였어, 그리고 다리 밑 상점가 무엇.

다리 밑 상점가까지 구현했으면 이제 건물을 통과하는 것도 한번 해 보라는 주문이 그 아래 붙었다.

02기둥에 붙은 이름

미나토구
미나토구© Schokolade

본문이 지명뿐인 글에서 이름은 사진의 설명이자 위치 표시로 쓰였다. 여덟 장이 여덟 곳이고, 같은 이름이 두 번 나오면 한자리를 두 각도에서 찍었다는 말이 된다.

그 이름들이 대부분 다리의 이름이다. 하시와 바시는 둘 다 다리를 가리키니 이치노하시는 첫 번째 다리, 교바시는 서울로 치면 경교, 에도바시는 에도의 다리다.

도쿄의 수도고속도로는 실제로 옛 운하와 강 위에 지어졌다. 물길을 메우거나 그 위를 덮어 고가를 올렸고, 그래서 고가가 지나는 자리에는 대개 원래 다리가 있었다. 지금 차가 달리는 자리에 예전에는 물이 흐르고 다리가 놓여 있었다는 사정이 기둥을 부르는 이름에 남았다.

지금 차가 달리는 자리에,
예전에는 물이 흐르고 다리가 있었다.

03무엇으로 지었는가

기둥 사진 아래의 첫 질문은 자재였다. 기둥과 고가와 조명을 각각 어느 제작자의 것으로 썼는지 조합을 짚어 묻는 댓글이었는데, 답은 짧았다. 검은색 네모 철판만 빼면 모두 한 사람이 만든 자재라고.

3월의 미나토구 글에서는 다른 질문이 나왔다. 세 번째 사진에서 위아래로 이어 붙인 건물은 어떻게 한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답은 사진 한 장이었고, 그것을 본 사람이 다시 물었다. 건물을 위로 올리면 따라 올라오는 콘크리트 더미도 같은 방법으로 해결했느냐고. 돌아온 답은 영어 두 마디였다. Problem solved.

자재의 형태를 직접 깎아 고치는 도구였다. 놓인 그대로 쓰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잘라 내거나 이어 붙이는 방식이라 원본과 다르게 보이는 건물이 도시 곳곳에 있다고 그는 6월에 따로 밝혔다. 그 도구였다는 사실에 충격과 공포라는 반응이 붙었다.

소품에는 제한이 있었다. 세부가 늘 놀랍다는 감탄에 그는 놓을 수 있는 소품 수에 한계가 있어 최소한의 소품으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답했고, 일본 느낌이 어떻게 이렇게 나느냐는 물음에는 구글어스를 보며 만들고 있다고 했다.

04다 엎은 적이 있었네요

이 도쿄는 창작마당에서 받은 지도 위에 지어졌다. 어느 지도를 쓰느냐는 물음에 그는 주소를 붙여 주면서 단서를 달았다. 철도와 도로는 잘 깔려 있는데 지형이 아쉬운 지도라고, 해안과 부도심의 고도 차가 100미터를 넘더라고.

물어본 사람도 같은 지도를 쓰고 있었다. 지형을 평지로 깎고 도로를 다시 까는 데만 열 시간 넘게 들이부은 것 같다고, 자기는 스미다구부터 시작해 지금은 다이토구를 만드는 중이라고 그는 적었다. 같은 호 Places 섹션이 다룬 그 도쿄다. 한 장의 지도 위에서 두 사람이 각각 다른 구를 짓고 있었다.

그 아래 붙은 답이 이 도시의 지난 공정을 한 줄로 요약한다. 뒤늦게 알고 다 엎은 적이 있었다고. 앞으로는 수도고속도로 내순환선 주변만 꾸미고 하네다로 내려갈 생각이라는 계획이 뒤에 붙었다.

차선을 벗어난 차들도 지적을 받았다. 네 번째 사진에서 차들이 차선 밖으로 나가 있다고, 고가용 3차로 도로를 지면에 그대로 깔면 그렇게 되더라고 한 사람이 적었다. 답은 이미 손을 본 뒤였다. 너무 거슬려서 결국 고쳤다고.

다른 도시를 짓던 사람도 이 글들 아래에 있었다. 현기증이 난다며 예전에 자기가 하던 소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적은 사람에게 돌아간 답은 자재 사정이었다. 예전에 비해 일본 자재가 엄청 많아져서 그럴 거라고, 기본으로 딸려 오는 일본 아파트 두 종류밖에 없던 시절에는 만들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그 댓글을 남긴 사람은 두 달 뒤 자기 도시를 다시 열었다(소쿄, 돌아온 우미).

05니혼바시와 오테마치

6월 중순에 올라온 다섯 장은 도심 한복판이었다. 도심 순환선을 기준으로 왼쪽이 니혼바시고 오른쪽이 오테마치라고 그는 첫 줄에 적었고, 나머지 넉 줄은 사진의 설명이었다. 오테마치 북쪽을 바라본 모습, 일방통행 골목길, 다리 밑, 고후쿠바시 톨게이트.

니혼바시는 도쿄의 도로 원표가 놓인 다리인데 그 바로 위를 수도고속도로가 지나 오랫동안 도시계획의 논쟁거리였다. 원문은 그 사정을 한 줄도 적지 않고 고가를 기준으로 동네가 갈린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이 구간에서는 고가가 곧 지리의 기준이다.

사진의 목록도 고가를 따라간다. 다리 밑이 한 장이고 톨게이트가 한 장이다. 지난겨울 이 매거진은 관문 하나를 짓는 데 걸린 시간을 한 편으로 다뤘는데, 여기서는 톨게이트가 설명 한 줄로 지나간다.

여름의 계획도 댓글에 있었다. 주오환상선의 터널 구간도 만들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오하시 분기점 부근을 시작으로 만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도심을 한 바퀴 도는 환상선은 8월에 내선과 외선을 각각 달리는 영상으로 올라온다.

댓글 하나가 이 도시의 목표를 대신 확인해 주었다. 저기 예전에 걸어간 적이 있는데 정말 비슷하다는 말이었다. 답은 한 줄이었다. 만든 보람이 있네요.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기둥 이름 여덟 줄, 니혼바시 편의 다섯 줄, 댓글 문답은 모두 원문 그대로
  • 히어로 사진 묘사(세 겹 상판·기둥에 매달린 신호등·노랑 검정 방호벽·벚꽃·자전거를 끌고 선 사람들)와 미나토구 사진 묘사는 지면 게재 이미지를 실제로 열어 보고 적었다
  • '수도고속도로가 옛 운하·강 위에 지어졌다', 니혼바시 위를 고가가 지나는 도시계획 논쟁 — 실제 도쿄의 사실에 근거한 편집부 배경 서술이며 원문에는 한 줄도 없다. 지면에서도 원문이 그 사정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이 구간에서는 고가가 곧 지리의 기준이다'가 이 기사의 편집부 논평
  • 같은 지도를 쓴 두 사람이 도쿄의 다른 구를 지었다는 서술은 댓글에 근거하며, 도쿄 편 작성자가 아사쿠사·미나미센쥬(다이토구 일대)를 지었다는 사실과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