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시작된 건물
여의도 파크원은 이 카페에서 두 번 시작되었다. 2018년 봄에 한 번, 2019년 봄에 다시 한 번. 현실의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그것을 앞질러 지으려 한 두 번의 시도와, 두 번 다 중간에서 멈춘 기록.
도시를 옮겨 짓는 일에는 대개 정해진 순서가 있다. 이미 서 있는 건물을 나중에 옮긴다. 그런데 가끔 그 순서가 뒤집혀서, 아직 현실에 없는 건물을 먼저 짓는 사람이 나온다.
여의도의 파크원이 그런 건물이었다. 2018년과 2019년, 두 사람이 각각 이 건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두 번 다 완성되지 않았다.
01빨간 철골
먼저 손을 댄 쪽은 자재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었다. 2018년 3월, 연구소 게시판에 파크원 제작기 첫 편이 올라왔다.
설명은 간결했다. 파크원은 여의도에 지어지고 있는 빌딩으로 두 개의 건물이 나란히 서 있으며, 빨간 철골 구조가 눈에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금은 가장 높은 A빌딩을 만드는 중이고, B빌딩은 그보다 낮지만 모양새가 똑같아서 A동을 다 만든 뒤 복사해 붙여넣으면 될 것 같아 수월하겠다고 그는 적었다. 그 문장의 끝은 맺어지지 않고 말줄임표로 흐려져 있다.
댓글에는 기술적인 질문이 붙었다. 창문을 어떻게 뚫을 것이냐는 물음이었는데, 되물어 보니 밤에 불이 켜진 모습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묻는 것이었다. 다른 방향의 감상도 있었다. 문득 퐁피두 센터가 떠오른다고, 올해 시간이 되면 가 봐야겠다고 누군가 적었다. 겉으로 드러난 구조체가 그런 연상을 부른 모양이었다.
02작업이 멈춘 줄 아셨죠?
두 달 반 뒤인 5월에 두 번째 편이 올라왔다. 연구 요약란에 적힌 한 줄이 그 공백을 대신 설명한다. 작업이 멈춘 줄 아셨죠? 아직 제작 중이에요.
이 글에서 그는 계획의 크기를 처음 밝혔다. 1차로 오피스, 2차로 백화점, 3차로 호텔까지 가는 대형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파크원이 저 빌딩 한 채가 아니었으니 생각보다 큰 프로젝트라는 답이 달렸다. 같은 사람이 전에 만든 도쿄타워를 접해 봐서 더 기대된다는 말에는, 도쿄타워도 붉은색이고 파크원도 붉은색이라는 농담이 돌아왔다.
제작기 세 번째 편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 글에 마지막으로 달린 댓글은 여섯 글자다. 어디가셧습니까.
작업이 멈춘 줄 아셨죠?
아직 제작 중이에요.
031:1로, 다시
이듬해 봄, 다른 사람이 같은 건물을 다시 시작했다. 3월에 카페에 처음 인사를 남긴 사람이었다. 가입한 지는 꽤 됐는데 눈팅만 하다가 처음 인사를 드린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그 글에서, 그는 발해 상경성의 다섯 궁궐과 정문인 오봉문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제2궁이 실제로는 상경성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건물이라더라는 설명까지 붙어 있었다.
두 달 뒤인 5월에 그가 올린 것이 파크원이었다. 1:1 크기로 제작 중이며 표면 재질 수정과 원경 처리, 조명 작업이 남았다고 그는 적었다. 어려움도 함께 적었다. 아직 짓는 중인 건물이다 보니 표면에 입힐 사진을 구하기가 힘들고 세부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 건물이 완공되면 다시 손봐야겠다는 것이었다.
글은 두 문장으로 끝난다. 이번 주말까지 완성해서 올리겠다는 약속과, 마지막으로 예상 배치도를 붙인다는 말.
04그 주말
그 주말의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가 다음으로 카페에 무언가를 올린 것은 이듬해 봄이고, 그때는 다른 것을 만들고 있었다.
파크원 글에 달린 댓글은 셋이다. 나오면 구독할 것 같다는 말, 좋다는 짧은 감탄,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묻는 말.
두 사람의 사정이 무엇이었는지 카페에는 적혀 있지 않다. 다만 자재를 만드는 일은 게임 안에 건물을 놓는 일과 달라서, 형태를 세우고 표면에 입힐 사진을 구하고 멀리서 볼 때의 모양과 밤에 불이 켜진 모습을 각각 따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이라면 참고할 사진 자체가 없다. 한 사람은 백화점과 호텔까지 계획했고 다른 사람은 1:1 크기를 택했는데, 두 계획 모두 첫 동을 넘어가지 못했다.
05세 번째
실물은 이듬해 완공됐다. 두 사람이 표면에 입힐 사진을 구하지 못해 애먹던 그 외벽이, 이제는 어디서든 찍을 수 있는 건물이 되었다.
그리고 파크원은 이 카페에서 한 번 더 지어진다. 2020년 여름, 다른 사람이 마인크래프트에서 블록으로 쌓아 올린 파크원에는 층수와 높이가 적혀 있었다. A타워 69층 318미터, B타워 53층 246미터. 그 이야기는 2020 여름호에 있다.
멈춘 연재를 두고 이 매거진이 덧붙일 말은 많지 않다. 다만 세 번째 사람이 같은 건물 앞에 섰을 때, 그가 참고할 사진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