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
다시 짓는 일에 대하여
새로 짓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다시 짓는 일이다.
가을의 아키하바라가 그랬다. 시작하고, 고치고, 재개발하고, 서쪽으로 넓혔다. 같은 구역을 계절 내내 네 번 손댄 셈이다. 지하에서 나오자마자 다른 선로에 덮이는 신칸센의 복층 구조는 몇 번을 고쳐도 깔끔해지지 않았다. 다시 짓는 일이 어려운 것은 이미 있는 것을 존중하면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끝과 시작이 겹친 날도 있었다. 여름 내내 활주로 하나로 버티던 수안국제공항이 마침내 '공항동'을 얻으며 완성되었다. 도시가 공항을 품고 그 곁에 동네 이름을 붙여 준 것이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 곧바로 들안이라는 새 땅에 삽을 떴다. 무언가를 끝낸 사람이 쉬지 않고 다음을 시작하는 광경은, 이 게시판에서 드물지 않다.
방향을 튼 사람도 있었다. 여름 내내 런던과 홍콩을 짓던 이가 가을에 서울 강남으로 왔다. 그리고 곧바로 벽에 부딪혔다. 한국 에셋이 부족하다는 문제다. 남의 도시를 지을 때는 넉넉하던 재료가, 우리 도시를 지으려니 없었다.
그런가 하면 현실을 앞질러 시공한 사람도 있었다. 스팀에서 막 가입한 신입 회원이 서울 지하철 2·4호선 급행화를 게임 속에서 먼저 지어 보기로 한 것이다. 봄호의 파크원이 아직 없는 건물을 먼저 세웠다면, 가을의 이 공사는 아직 없는 계획을 먼저 시공했다.
눈 덮인 산에는 요새가 섰다. 여름에 네온의 섬을 짓던 사람이 가을에는 판타지와 기계문명이 조화를 이룬다는 유럽풍 도시로 갔다. 그리고 계절 내내 요새를 쌓았다.
고쳐 짓고, 끝내고 시작하고, 방향을 틀었다. 가을호의 여덟 편은 전부 두 번째 이후의 이야기다.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이번 호
목차
Places장소
Works건축물
'편집자의 글' 중에서다시 짓는 일이 어려운 것은
이미 있는 것을 존중하면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듣기
음악 큐레이션
같은 자리를 네 번 손보고, 끝낸 다음 날 새 땅에 삽을 뜬다. 반복과 전환의 가을에 듣는 열 곡.
YouTube Music에서 듣기 → 편집부 선곡
다음 호
Vol. 05 — Winter 2019
겨울에는 크게 짓는 일이 줄어듭니다. 교차로 하나를 며칠에 걸쳐 다듬고, 인구 1,098명의 시골에 통계청을 보내고, 온통 하얘진 도시가 아직 이름이 없어 독자에게 이름을 묻습니다.
제작 정보
발행과 제작
- 발행
- PLAYCITY
- 발행일
- 2019년 11월
- 편집
- 인터플레이시티 편집부
- 사진
- ATM · 후우운 · 검은여우 · 강 · 한양 · 무스카 · 네인
- 출처
- PLAYCITY 아카이브 — CS 도시연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