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시, 제4도시 논란
봄호에 소개한 '도시정리 프로젝트'가 다섯 달 만에 돌아왔다. 네 번째 도시 시청시의 기록을 통해 아레시령이라는 세계관과 제4도시 논란, 그리고 이 나라에 세 번 치러진 선거의 역사를 읽는다.
봄호에서 우리는 아레시 통계청을 소개했다. 자기가 만든 옛 도시들을 다시 방문하기 위해 발명된 기관으로, 통계청 직원이 인구조사를 하러 온다는 설정이다.
가을에 그 통계청이 돌아왔다. 벌써 다섯 달이 되었다니, 하고 첫 줄을 뗀 기록은 네 번째 도시를 예고했다. 앞선 셋은 세인스와 세컨다리플랫과 이차선시였고, 이번 차례는 시청시였다.
01기록표
통계청의 기록은 늘 같은 형식으로 시작한다.
| 항목 | 시청시 Sichung |
|---|---|
| 생일 | 2016년 6월 4일 |
| 인구 | 8,775 |
| 진행시간 | 2024년 3월 2일 |
| 선거구 | 시청시선(단일) |
| 하위 행정구역 | 시선구 |
| 위치 | 리아스 섬 북쪽 |
생일과 인구는 흔한 항목인데, 이 통계청은 선거구와 하위 행정구역까지 적는다. 아레시령이라는 나라에 선거가 있고 행정 체계가 있다는 표시이며, 그 두 줄이 이 연재를 인구조사에서 국가 기록으로 넘긴다.
진행시간도 특이한 항목이다. 게임 안에서 도시가 도달한 연도를 가리키는데, 시청시는 2024년 3월 2일에 멈춰 있다. 2016년에 태어나 게임 속 2024년까지 살고 멈춘 도시이고, 만든 사람의 시간과 도시의 시간은 따로 흐른다.
지면에 실은 화면은 이 연재의 표지 격으로 찍혔다. 도시정리 프로젝트라는 작은 글씨 아래 검은 띠가 깔리고 그 위에 Sichung-si라는 흰 글씨가 얹혔다. 뒤쪽은 차가 거의 없는 넓은 도로와 주황·붉은 지붕의 낮은 주택가이며, 지붕 위에는 태양광 판과 옥상 난간이 보인다. 멀리 중층 시가지가 이어지고 그 오른쪽 끝에 둥근 모서리의 고층 건물이 한 채 서 있다.
02한동안 침체기를 맞게 됩니다
시청시가 시작된 배경은 솔직하게 적혔다. 바로 앞 도시인 이차선시가 2016년 2월에 별 의미 없이 종료되고 난 뒤 한동안 침체기를 맞게 되었고, 그래서 시청시가 시작되는 6월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통계청은 도시의 인구만 세지 않는다. 그 도시가 왜 하필 그때 시작됐는지까지 적어 두는데, 앞 도시가 흐지부지 끝나고 몇 달 쉬었다가 새로 판 도시라는 이력이 인구수 옆에 나란히 놓인다.
03제4도시 논란
시청시는 중앙 섬으로 진출하며 성장하다가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만 명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이 대목에서 기록의 어조가 갑자기 무거워진다. 이후 신규 도시가 2만 명을 넘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위험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논란의 내용은 아레시령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가 어디냐는 문제다. 기록은 시청시 쪽 주장부터 정리해 두었다. 화려한 라인업의 쿼드와 초심과 세일 다음에 시작된 본토 도시라는 점에서 제4도시를 강력히 주장했다는 쪽이었다.
반론도 함께 적혔다. 다신시가 인구가 더 많고, 실제로 다신시와 비교해 보면 시청시는 깡촌이나 다름없어서 특별하게 인정받기는 힘들어 보였다고. 결말은 싱겁다. 시간이 지나며 아레시 안의 도시 서열화가 거의 없어진 뒤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실재하지 않는 나라의 도시 순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고, 그 논란은 흐지부지 끝났다.
04시청시청시청사, 하지만 진실은
이 도시의 이름에는 농담이 하나 걸려 있다. 시청시청으로 유명한 도시가 시청시인데, 정작 시청이 없다.
없는 것은 시청만이 아니다. 기록은 시청은커녕 아레시에서 유일하게 구 급으로 로고까지 갖춘 시선구 구청마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기록표의 하위 행정구역 칸에 시선구라고 적혀 있지만 그 구의 청사는 지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이름과 실제가 다른 것으로 유명하다는 문장이 뒤따랐다.
여기에 아쉬움이 한 줄 붙는다. 개발 중단만 아니었어도 진정한 문화재가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아쉬워하는 시청시민이 많다는 것이었다. 없는 청사를 두고 없는 시민들이 아쉬워한다.
댓글도 그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시청시 시청사라며 웃는 말이 붙었고, 모든 건물이 시청인 도시라는 말이 이어졌으며, 너 심시티계 아니냐는 놀림도 달렸다. 역사가 깊어서 좋은 아레시라는 감상도 하나 있었다.
05선거 때에만 얼굴을 내비치다
기록의 뒷부분은 도시가 아니라 정치를 다룬다. 시청시가 앞으로 무슨 의미를 가지느냐는 물음을 던진 뒤, 근대사부터 알아보자며 선거 이야기로 넘어간다.
2017년에 치러진 첫 선거에서 사실상 사장된 도시였던 시청시가 한때 화제가 되었다. 지사직에 급진적인 정당이던 신딜당의 대표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중심이던 초심시와 다신시 사이의 지역감정 때문에, 범용적 정당인 바겐세일당을 제외하면 양당제처럼 전개되리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 예상을 뒤엎고 급진 정당이 시청시에서 나온 것은 꽤 큰 인상을 주었고, 지금까지 아레시 안에서 분리주의 계파가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갖는 원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고 기록은 적었다.
그러고도 시청시 자체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단지 선거 때에만 얼굴을 내비치는 것처럼 등장했다고 기록은 정리한다.
2대 총선에서 그는 지사직을 연임했다. 한동안 텀이 있다가 치러진 3차 선거에서는 시민주당 안의 다른 인물이 당선되며 시청시의 정치 구조가 상당히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젊은층 대부분이 초심시나 세일시 같은 대도시나 다른 새 도시로 옮겨 가면서 인구가 계속 줄어든 점이 주된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인구 감소가 정당 지형을 바꾼다는 서술이 인구 8,775명의 가상 도시에 붙어 있다.
06저수지와 역과 고층 건물 한 채
현재의 시청시 모습도 한 문단으로 정리되어 있다. 저수지와 역을 중심으로 한 단 하나의 고층 건물 등 전형적인 읍내 모습을 취하고 있으며, 농업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많고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표지 화면 오른쪽 끝에 서 있는 둥근 건물이 그 단 하나의 고층 건물로 보인다.
맺음은 전망이다. 앞으로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다시 물은 뒤, 적어도 공항 관련 떡밥이라도 있는 세컨다리플랫보다는 앞으로의 상황이 좋지 못해 보인다고 기록은 적었다. 통계청은 판단하지 않고 다만 센다고 봄호에 적었는데, 가을의 방문에서는 세지 않고 전망까지 했다.
두 달 뒤 통계청은 다섯 번째 도시를 찾아간다. 인구 1,098명의 시골이고, 그 도시에서 보면 인구 1,000명이 1만 명대 도시와 제4도시를 두고 겨룬다는 것이 정말 웃기게 보인다고 통계청은 적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