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의 완성, 들안의 시작

한 계절을 들인 수안국제공항이 완성을 눈앞에 두고 공항동으로 샜고, 아흐레 뒤 같은 사람이 들안이라는 땅에 삽을 떴다. 그리고 한 달 뒤 그는 댓글에 여담을 하나 남긴다. 수안이 어느새 날아가 있더라고.

수안국제공항 공항동
수안국제공항 공항동© 강

여름호에서 다룬 수안국제공항은 활주로 하나로 버티는 공항이었다. 게이트마다 탑승교를 몇 개 붙일지 따지고 화물터미널과 지방항공청을 세우던 그 공항이 9월 초에 마무리 단계로 들어갔다. 자잘한 작업은 다 해 줬고 터미널 바깥쪽 부가시설의 세부만 조금 모자라니 그것만 하면 진짜 완성이라고 그는 적었는데, 그 문장 끝에는 아마도요, 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약 3주간의 대장정이 끝을 맺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고와 함께, 마지막 글에서는 시설들을 하나씩 소개하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그 소개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01공항이 은근히 아직 많이 덜 됐더라고요

열흘 뒤인 9월 18일, 오랜만에 찾아왔다는 인사와 함께 올라온 것은 공항동이었다. 갑자기 공항동이라니 띠용스럽겠지만 공항이 은근히 아직 많이 덜 됐더라고요, 라는 것이 그가 밝힌 사정이었다. 남은 일이 많으니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공항동부터 짓기로 했다는 말인데, 완성을 알리는 글이 아니라 완성을 미루는 글이었다.

공항동은 항공사 사무실과 승무원 숙소, 정비 인력의 주거지와 그들을 상대하는 상가가 활주로 바깥에 한 덩어리로 붙는 생활권을 가리킨다. 지면에 실은 화면에서 앞쪽을 가득 채운 것은 층층이 쌓은 콘크리트 주차 건물이고, 왼쪽 끝에 안테나를 얹은 관제탑과 계류장의 여객기 두 대가 걸쳐 있으며, 나무가 늘어선 둔덕 너머로 긴 회색 주거동이 한 채 올라와 있다.

공항동의 첫 건물이 무엇이었는지는 본문에 적혀 있다. 실제 아파트 상표를 그대로 붙인 이름이었고, 그 아래 한 줄이 이어졌다. 사실 망했어요.

댓글의 첫 반응은 아름다운 공항을 망치셨군요, 였다. 어째서냐고 되묻자 돌아온 답은 그 아파트 자재를 만든 사람 때문이라는 것이었고, 그 사람 덕에 여행객이 늘었다는 말로 받아쳤다.

02소음은 소음이지만

활주로 옆에 집을 놓으면 나오는 물음도 곧 나왔다. 매우 시끄러운 집이겠다는 말에 그는 소음은 소음이지만 항덕들의 성지라고 답했다. 넘나 현실적이라며 항공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겠다고, 몰래 찰칵 하고 덧붙인 사람에게는 정부에서 일종의 관광 명소로 보고 따로 단속은 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갔다.

그중 하나는 성격이 달랐다. 자기는 이런 조립식 공항이 작동하질 않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이 취미에서 꽤 흔한 좌절이었다.

이런 조립식 공항이 작동하질 않던데
저는 일부러 작동하지 않게 만들었고요.

답의 앞부분이 뜻밖이었다. 자기는 일단 일부러 작동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었고, 그러니 연결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 보라는 조언이 뒤에 붙었다. 겨울호에서 또 다른 사람이 같은 물음을 받고 공항 기능 하는 공항 모듈을 가져다 쓰면 된다고 답하는데, 수안의 사람은 그 모듈을 알면서 일부러 연결하지 않았다. 3주를 들인 공항은 비행기를 한 대도 부르지 않는 공항이었다.

03이제 여름 다 가고 가을인데

그로부터 아흐레 뒤인 9월 27일, 같은 사람의 게시판에 다른 제목이 나타났다. 들안, 삽만 떴어요. 새 도시로 옮긴 이유는 짧았다. 이제 여름 다 가고 가을인데 휴양지를 계속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새 도시의 성격도 첫 글에 적혀 있다. 막 엄청 큰 대도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약간 산지에 파묻힌 중소도시쯤이며, 다만 마천루는 살릴 예정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평지가 넓다는 댓글에는 평지처럼 보여도 고저차가 은근히 심해서 계획과 배치를 잘 해야 한다는 답이 붙었다.

가장 정확한 댓글은 짧았다. 매번 갈아엎으시는 듯하다는 말이었다. 답도 짧았는데, 내년 여름에 다시 꺼낸다는 것이었다. 들안이라는 이름도 처음이 아니어서, 그해 5월에 이미 맵을 갈아엎고 새로 만든 들안역이 한 번 올라온 적이 있다.

04단선만의 美

들안역
들안역© 강

이튿날 올라온 글의 제목은 귀농합시다였다. 저번에 중소도시라고 하지 않았느냐, 중소도시 하면 또 농촌이라는 논리였는데 곧바로 스스로 단서를 달았다. 사실 농촌은 아니고 그냥 논밭에 건물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마을이지만 그냥 농촌으로 봐 달라고. 자기 시외곽에 그대로 복사해 붙이고 싶다는 칭찬에는 이 프로토타입 농촌을 고품질 도시 외곽에 붙이겠느냐고 손사래를 쳤고, 정식판은 얼마나 잘 만들 셈이냐는 물음에는 자기는 항상 실전에 약해서 망할 거라고 답했다.

철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이틀 뒤다. 때때로 한적하고 조용하지만 그럼에도 활기를 잃지 않는 그곳으로 지금 함께 떠나자는 문장으로 시작한 글에서 그는 한 줄을 더 적었다. 익숙한 바로 그 단선철도, 아름다운 단선만의 미가 있다고.

10월 8일에는 들안역이 놓였다. 오랜만에 시내로 들어온 이유가 두 가지 적혀 있는데, 하나는 농촌 재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도로 자재를 다른 계열로 통째로 바꿨기 때문이었다. 역의 설정도 구체적이다. 위치상으로는 대구역쯤 되고, 주변 대도시의 역 근처에 있어 몇몇 열차만 정차하는 중간 규모급 역이며, 한동안 눈에 띄지 않던 강남역 미디어폴을 설치해 도심을 더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지면에 실은 화면이 그 역이다. 유리와 콘크리트로 된 고층 건물 한 채가 가운데 솟아 있고 그 앞 승강장에 노란 띠를 두른 통근 전동차가 서 있으며, 전차선 가선과 철주가 화면 위쪽을 여러 겹으로 가로지른다. 고수의 손길이 느껴진다는 댓글에 돌아온 답은 기술적이었는데, 저층부 지붕이 빨간색이라 마음에 들지 않아 콘크리트 소품으로 덮어 주었다는 것이었다.

05애셋을 최대한 줄여서

10월 20일, 도시가 또 옮겨졌다. 제목은 새맵 새들안 신들안역이었고 본문의 첫 문장은 솔직했다. 초반부터 불안불안하다는 것이었다. 대책으로 내놓은 방법이 철도 중심 개발이었는데, 자재를 최대한 줄이고 다른 사람의 수도권 고속도로 연재처럼 철도를 축으로 삼아 선로 주변으로만 건물을 깔아 보겠다는 구상이었다.

철도 중심이라는 방향은 확장의 전략이 아니라 축소의 전략이었다.

옮겨 간 맵을 두고 댓글 하나가 짓궂게 짚었다. 공항 활주로까지 다 그려진 맵이라니 도시계획마저 스스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답은 어차피 저것들은 거의 다 갈아엎을 것들이라 상관없다는 쪽이었다. 공항을 접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사람이 옮겨 간 새 땅에 활주로가 미리 그려져 있었다.

이틀 뒤 올라온 글에서 그 구상은 벌써 흔들리고 있었다. 말이 철도 중심이었지 원경 작업도 해 줘야 해서 생각보다 까다롭다고 그는 적었고, 그래도 철도 주변으로 이 인근은 한 번 다 완성해 보려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06수안은 어느새 날아가 있었다

철도 중심 개발
철도 중심 개발© 강

같은 글의 댓글에 그가 스스로 여담을 하나 남겼다. 수안은 어느새 날아가 있더라는 것이었고, 공항의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돼 버렸다는 말이 뒤에 붙었다. 3주를 들인 공항과 그 뒤에 붙이던 공항동이 한 줄로 정리됐다.

열흘 뒤인 10월 29일, 제목이 철도 중심 개발로 돌아왔다. 본문은 두 줄이었다. 철도 중심 개발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그냥 마천루나 심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사실 저 정도면 마천루도 아니라는 것.

그 글에 실린 화면 하나를 지면에 옮겼다. 기와지붕의 낮은 주택과 중층 건물이 비탈을 따라 늘어서 있고, 전신주에서 뻗어 나온 전선 여러 가닥이 화면 전체를 몇 겹으로 가로지른다. 철도 중심으로 짓겠다던 도시의 대표 화면이 선로가 아니라 전선이다.

그 전선을 정확히 짚은 댓글이 있었다. 선로 사이를 살짝 벌려 준 것이 전신주 겹침 때문이냐는 물음이었다. 답은 절반만 맞다는 쪽이었는데, 전신주도 전신주지만 노드를 옮기는 도구를 쓸 때마다 이상하게 렉이 심해서 그게 최선이었다는 것이었다. 야경을 찍다가 그대로 게임이 튕겼다는 말도 그가 직접 남겼다.

이 게시판에 막 들어와 서울 지하철 급행화 연재를 시작한 사람도 여기 와서 살고 싶다고 적었고, 환영한다는 답을 받았다. 그의 연재는 이번 호 다음 기사에 있다.

12월 31일, 그해 마지막 날 그의 게시판에 두 단어짜리 제목이 올라온다. Suan, New start.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인용·날짜·순서는 모두 원문 그대로. 공항동(09-18)이 들안 첫 삽(09-27)보다 앞서고 그 간격이 아흐레라는 점은 DB 대조로 확정했다
  • 히어로 사진 묘사(주차 건물, 관제탑, 계류장 여객기 두 대, 둔덕 너머 주거동, 자줏빛 구름)는 지면 게재 이미지에 보이는 범위. 둔덕 위 주거동이 본문이 말한 공항동 첫 건물인지는 원문이 밝히지 않았으므로 단정하지 않았다
  • 공항동의 일반적 의미(항공 종사자 생활권) 설명은 편집부 배경 서술
  • '철도 중심이라는 방향은 확장의 전략이 아니라 축소의 전략이었다'와 '철도 중심으로 짓겠다던 도시의 대표 화면이 선로가 아니라 전선이다' 두 곳이 이 기사의 편집부 논평
  • 02절의 2019 겨울호 [신공항 건설기] 대비는 편집부가 이은 연결이며 두 원문은 서로를 언급하지 않는다
  • 여름의 공항: 2019 여름호 [수안국제공항, 활주로 하나의 여름] 참조. 겨울 [Winter Dream]·[Suan, New start]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