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 2025 겨울호

뉴동탄,
입면을 다각화하다

실제 동탄 지형을 내려받아 신도시를 다시 그린다.
에셋 두 개를 섞어 아파트 한 동의 표정을 바꾸는 사람.

재해석된 동탄 신도시의 도심공원과 그 뒤로 늘어선 저층·타워형 아파트 단지.
재해석된 동탄의 도심공원과 단지. 저층과 타워동을 섞어 유럽식 단지의 리듬을 만들었다.

이 연재는 실재하는 도시에서 출발하되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동탄신도시 맵을 내려받아 지형만 빌리고, 그 위에 자기 나름의 도시계획을 새로 얹는다. 그는 이 작업을 「재해석」이라 부른다.

첫 글에서 그는 왜 동탄인지를 밝힌다. 앞서 만들던 「뉴세종」은 세종시라는 상징성 때문에 어울리는 에셋을 찾기가 계속 힘들었는데, 동탄은 택지와 산업단지의 성격이라 한결 수월할 것 같았다는 것이다.

01도로보다 먼저, 노선

재해석의 첫 손질은 교통에 들어간다. 동탄1신도시 구역에서는 실제의 반달형 구조 대신 격자형의 일방통행 도로를 깔고, 기존 317번 지방도 구간을 고속화도로로 입체화해 도시 진출입로를 분리했다. 도심 안쪽은 도보와 대중교통 위주의 도로망으로, 외곽은 타 지역으로 빠르게 빠지는 구조로 나눈 것이 목표라고 그는 적었다.

특히 공을 들인 것은 철도다. 실재하는 동탄인덕원선과 동탄 트램 계획을 뒤섞되, 선형을 자기 판단으로 바꾼다. 인덕원선의 한 구간을 지우고 방향을 틀었고, 트램은 트램-트레인으로 바꿔 수원역·병점역까지는 1호선과 함께 달리다 병점 차량기지에서 트램으로 갈라져 신도시 안을 훑게 했다. 도시 개발 초기부터 대중교통이 함께 개통된 느낌을 주기 위한 설계다. 파란색은 인덕원선, 주황색은 1호선의 선형이라는 범례까지 붙는다.

재해석된 동탄의 첫 조감. 격자형 도로망과 입체화된 진출입로, 트램 노선이 정리되어 있다.
1월 10일의 첫 글. 실제 동탄 지형에 격자형 도로와 트램-트레인 노선을 얹어 재해석의 골격을 잡았다.

02낮게, 그러나 빽빽하게

이 도시의 핵심 원칙은 밀도에 대한 태도다. 역세권은 고밀로, 나머지는 최고 15층 안팎의 중밀도 단지로 계획한다. 그런데 낮다고 성기지 않다. 그는 저층 단지로 구성해도 용적률이 높아 기존 동탄신도시의 단지들과 밀도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고 적는다. 비결은 포디움 구조다. 도로변은 10층 안팎의 낮은 포디움으로 눌러 보행자의 눈높이를 챙기고, 중심에는 타워동을 세워 조망과 리듬을 만든다. 근린상가를 따로 짓지 않고 포디움에 함께 넣어, 상업시설이 생활 동선에 붙게 했다.

도심공원도 같은 원리로 배치된다. 반석산과 구봉산을 잇는 녹지축의 일부로 도심공원·지혜의숲·체육공원을 나란히 놓고, 화단과 모래놀이터, 공연존, 작은 전망대까지 채운다. 「공원이 다 채워지니 확실히 보기 좋다」는 한 줄이 붙는다.

도심공원 옆으로 늘어선 저층·타워형 단지. 포디움 구조로 도로변은 낮고 중심은 높다.
도심공원과 단지. 저층 포디움과 타워동을 섞어 밀도를 유지하면서 보행 환경을 챙겼다.

03간판과 입면

2월의 두 글은 도시의 표정을 다루는 데 집중한다. 「한국 간판으로 완성된 상가」에서는 네덜란드식 빌라와 상가 건물을 합쳐 근린상가 단지를 만들고, 여기에 한국식 간판을 붙여 낯익은 거리의 밀도를 낸다. 상가 하나하나의 모양을 다르게 해 입체감을 주었고, 상가주택을 대체하는 저층 건물들은 높이와 형태를 통일해 영국의 로우하우스 같은 인상을 노렸다고 적는다.

마지막 글의 제목은 「도시미관 및 주거형태 다양성을 위한 입면 다각화」이고, 방법은 단순하다. 서로 다른 에셋의 높이가 우연히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이용해, 두 에셋을 섞어 새로운 아파트 동을 만든다. 한 에셋과 세종아파트 28층 에셋을 섞으면 아크로리버파크 비슷한 도색의 동이 나오고, 다른 에셋과 15층을 결합하면 고층부만 유리로 마감한 펜트하우스형 동이 된다. 커튼월룩의 타워동을 섞어 스카이라인에 리듬을 주고, 저층 세대에는 테라스를 붙여 표정을 다양하게 만든다.

내부 구조의 희생 없이 미관과 테라스를 챙길 수 있다는 걸 보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만든 동들이 「한국식 도시의 느낌은 완전히 사라진 듯하다」고, 「유럽이나 캐나다 쪽 아파트 같다」고 스스로 평한다.

두 에셋을 섞어 만든 아파트 동들. 저층 테라스와 고층 커튼월이 한 단지 안에 섞여 있다.
입면 다각화. 서로 다른 에셋의 높이가 맞아떨어지는 점을 이용해 아파트 한 동의 표정을 새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