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 2025 겨울호

애셋 연구소,
도시를 만들기 전에

완성된 도시 뒤에는 벽돌 한 장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텍스쳐와 색감, 지하 승강장을 두고 겨울 내내 고민한 기록.

구일역 상층부 내부를 구현한 에셋의 고해상도 렌더. 계단과 통로, 상업 공간이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구일역 2번 출구 상층부 내부 구현.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도시 스크린샷에 등장하는 건물은 누군가 3D로 모델링하고 텍스쳐를 입혀 만든 「에셋」이다. 애셋 연구소는 그 부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게시판이고, 이 겨울 이곳의 글들은 완성작이 아니라 작업 중의 고민으로 채워졌다.

01텍스쳐라는 노가다

SUNSET의 첫 글 제목은 「텍스쳐 노가다」였다.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품질은 나오지만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는 한 줄이 전부다. 이어진 글들에서 그 노동은 구체화된다. 에셋에서 크게 보이는 부분은 쉽고 빠르게 만들어지는데, 언뜻 보면 잘 안 보이는 옥상 구조물이나 저층부 로비 같은 디테일이 정말 오래 걸리고 폴리곤(트리스)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주요 부분만 빨리 만들어 더 많이 찍어낼까 하다가도, 고수들의 디테일에 감탄하며 따라 하고 싶어진다는 갈등이 솔직하게 적힌다.

품질에 대한 자각은 도구 공부로 이어진다. 「텍스쳐 품질 개선 전vs후」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의 에셋을 구경하다 자기 작품의 텍스쳐 품질이 떨어진다고 느껴 포토샵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아직 초짜지만 잠깐만 공부해도 차이가 많이 난다는 관찰이 붙는다.

02색감이라는 딜레마

두 번째 고민은 색감이다. SUNSET은 게임의 기본 화면이 아주 밝게 나오기 때문에 에셋의 채도와 명도를 낮춰 만드는데,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있다고 적는다. 에셋을 내려받는 사용자라면 현실감을 높이는 보정 모드를 많이 쓸 텐데, 기본값에 맞춰 무리하게 어둡게 만들면 그런 모드를 켰을 때 에셋이 과도하게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모드를 쓰지 않아도 기본 건물과 밝기 차이가 너무 크면 어색하다. 그래서 실제보다 약간이라도 밝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그는 적는다.

자기 화면이 아니라 그 에셋을 내려받아 쓸 사람들의 화면을 기준으로 삼는 고민이다. 한자 폰트가 적당한 게 없다는 실무적인 불평도 같은 글에 붙는다.

공항철도 서울역 부속건물 에셋. 오래전 만들다 방치했던 모델을 다시 꺼냈다.
공항철도 입구 에셋. 서울역 터미널과 이어지던 통로를 어디서 자를지, 출시 방식은 어떻게 할지를 두고 고민이 이어졌다.

03지하를 꺼내는 일

겨울의 어려운 숙제는 「지하」였다. SUNSET은 오래전 만들다 방치한 공항철도 입구 에셋을 다시 꺼내며, 서울역 터미널과 이어지던 통로를 잘라 완성하면 어색할 것 같다고, 또 이 건물에 지하 승강장을 포함시켜 사람들이 출입구로 쓰게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며칠 뒤 광명역을 테스트하며 문제는 더 분명해진다. 광명역은 지상과 지하, 외부로 열린 지하가 뒤섞여 복잡한데, 게임에서 지하가 있는 모델을 불러오면 지하 텍스쳐가 이상하게 나오고 지상과 지하 사이를 지면이 막아 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카페의 옛 글과 외부의 공개 스크립트를 찾아 하나는 해결했지만 다른 하나는 고쳐지지 않는다고 적고, 문제의 모델 파일까지 함께 올려 도움을 청한다.

광명역 지하 구역을 시험한 테스트 모델. 지상과 지하가 뒤섞인 구조를 에셋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다.
광명역 테스트 모델. 지하 텍스쳐와 지면이 막는 문제를 두고, 공개 스크립트를 찾아 시험했다.

04실재하는 것을 옮기다

같은 게시판의 움45는 실재하는 자리를 부품으로 옮긴다. 새해 첫 글은 「2025년 상가 건물 테스트」로, 바쁜 사정에 한동안 미뤄 둔 미완성 상가였다. 이튿날에는 우장산의 명륜진사갈비를 가져온다. 오렌지색 조명이 인상적이라 똑같이 구현해 보려 했으나 조금 어색해졌다는, 만드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미세한 불만이 붙는다.

가장 긴 작업은 구일역이다. 그는 구일역 1번 출구 에셋이 세상에 나온 지 이 년쯤 됐다며, 그것을 리메이크할지 내부까지 구현할지 고민한다고 적는다. 지금 진행 중인 것은 2번 출구 고척스카이돔 방면 상층부의 내부 구현인데,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한다.

우장산 명륜진사갈비 에셋. 실재하는 상가의 오렌지색 조명까지 옮기려 한 시도다.
우장산 명륜진사갈비. 실제 간판의 오렌지 조명을 그대로 구현하려다 「조금 어색해졌다」는 단서가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