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2025 봄호

각자의 세계,
도시연재의 봄

누구는 낡은 주공을 헐고, 누구는 부산을 옮기고, 누구는 스프롤을 펼친다.
도시연재 게시판에서 각자의 세계가 봄을 났다.

고속도로가 사방으로 뻗은 미국식 도시. 저층 주택가가 바둑판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미국 중서부·남부 양식을 좇은 데일 도시권. 스프롤과 고속도로로 넓게 퍼진 세 도시 가운데 하나다.

도시연재 게시판은 한 사람이 자기 도시를 이어 가는 형식이다. 봄 동안 여기 올라온 도시들은 양식도, 무대도, 소개하는 문체도 서로 닮지 않았다.

01동원, 헐고 다시 짓다

3월 초의 「동원시 개발 근황」은 새 도시를 펼치는 대신 이미 낡은 도시를 갱신하는 이야기다. 작성자는 80년대에 지어진 한빛주공아파트들을 차례로 재건축하는 중이라고 적는다. 한빛저층주공9단지를 헐어 「디에이치한빛포레스트힐」을 올렸고, 앞으로 나머지 주공 단지들도 재건축된 모습으로 바꿀 예정이다. 한 단지에는 설정이 붙어 있다. 한빛고층주공1단지는 「재건축 때문에 입주민들끼리 싸우다가 가장 재건축이 늦어진 단지」라는 설정으로, 뒤의 다른 고층 단지와 함께 도시에서 가장 낡은 아파트로 남겨 둘 참이라는 것이다.

동원시 지원구의 재건축 단지들. 낡은 주공을 헐고 새 아파트를 올리는 작업이 이어진다.
동원시 개발 근황. 지원센트럴푸르지오를 중심으로 신·구 아파트가 뒤섞인 지원구.

지원구의 정중앙에는 지원센트럴푸르지오가 서고, 그 주변으로 지원시범·신세계마을2단지·알록마을5단지 같은 이름의 단지들이 배치된다. 해양시에서 시범 도입했던 수로 중심 도시를 이번에는 상지뉴타운 상지1동에 적용했고, 그 곁에 상지테크노밸리와 3,024세대 규모의 산마을아파트를 놓았다. 단지명과 세대수까지 한국 도시의 재건축·뉴타운 문법을 그대로 옮겨 온 도시다. 마지막 줄에서 작성자는 상지2·3동을 어떻게 개발할지, 물이 넘치는 문제를 어떻게 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02서애, 부산을 옮기다

사베호가 이어 가는 서애광역시는 실재하는 부산을 옮겨 오는 도시다. 3월의 「서애광역시 문현교차로 구현 후 그 다음 이야기」는 부산 문현교차로를 만든 뒤, 지도를 참고해 주변 건물들을 조금씩 따라 지은 과정을 담는다. 완벽한 싱크로율은 아니라고 스스로 낮추면서도, 문현역·부산진시장·국제금융센터로 이어지는 실제 동선을 게임 안에 재현했다. 행정구 이름도 부산을 좇아 「서애진구」로 붙였고, 실제로는 「동천」이라 불리는 하천까지 옮겨 놓았다.

서애광역시 동천 일대의 주거단지. 부산 문현동의 지형과 동선을 참고해 옮겨 지었다.
서애광역시. 국제금융센터 구역에 마천루가 솟고, 동천이 주거단지를 가른다.

기록의 상당 부분은 재현과 게임 사이의 마찰이다. 현실에서는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바뀌는 도로를, 게임에서는 인구 유입과 버스 통행으로 교통 체증이 심해 아예 2차선으로 넓혔다는 것이다. 육교를 여러 개 놓아도 시민들이 자꾸 무단횡단을 한다는 하소연도 붙는다. 작성자는 인구가 2만 5천에서 3만 2천 명 사이를 오르내리며 트래픽이 요동쳐 「어질어질한 상태」라고 적고, 기차역과 터미널을 아직 만들지 않은 탓일지도 모른다고 자문한다. 군 생활 틈틈이 밤마다 조금씩 이어 가는 연재라는 사정까지 담담히 밝힌다.

03데일, 스프롤을 펼치다

맹고의 「시티즈스카이라인 2 도시 만들기 - 미국식 남부 도시」가 좇는 것은 미국 중서부·남부 양식의 광역권이다. 스프롤과 고속도로로 넓게 퍼진 이 세계는 스프링필드·데일·에머슨 세 도시로 이루어지고, 도시 사이는 고속도로로 이어져 통행량이 상당하다. 전체 인구는 30만 정도이며, 그 가운데 인구 8만의 데일시가 가장 큰 도시권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미국식 남부 도시 데일 도시권. 스프롤과 순환·횡단 고속도로가 반도 전체로 퍼진다.
데일 도시권. 심시티 4·5를 떠올리며 극도의 바둑판 레이아웃으로 짠 광역권.

작성자는 이 도시를 「심시티 5를 생각하며 만든 도시」라 부르면서도, 극도의 바둑판 레이아웃 탓에 오히려 심시티 4가 생각나는 광역권이 되었다고 말한다. 처음 지은 스프링필드시는 중심부를 빼면 대부분 저층 주거지이고, 초기 공단을 바람 위쪽에 배치한 탓에 주거지를 바다 쪽으로 놓지 못한 「문제 많은 구도심」이 되었다. 갈아엎고 싶지만 그 문제마저 매력이라 여겨 그대로 둔다고 적었고, 넓게 펼쳐지는데도 인구는 2~3천 명에 그치는 상태를 「비효율의 극치」라 자조했다.

04세인트 아일랜드, 뉴스로 짓다

ZZNEWS의 연재는 스크린샷에 뉴스 기사를 얹는 형식이다. 3월 하순의 「해마다 가라앉는 세인트 아일랜드」는 아예 신문 기사의 문법을 흉내 낸다. 경제·금융의 중심지인 세인트 아일랜드가 지난 20년 사이 5mm 이상 가라앉았고, 「향후 100년 내 최대 100mm 가라앉을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는 것이다. 지반 침하 소식에 저밀도 구역들이 비상에 걸리고, 재개발 논의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이며, 시는 모래·흙이 섞인 지반에는 대형 건물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낸다.

가상의 도시에 가상의 학술 연구와 행정 대응을 붙여, 재개발이 왜 「난관」에 부딪혔는지를 기사 한 편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틀 앞선 「새로운 맵을 시작했습니다」에는 이 형식의 사정이 적혀 있다. 뉴스 형식의 연재는 한 맵을 오래 붙잡기보다 자주 바꿔 줘야 꾸준히 올릴 수 있어, 업데이트를 한 김에 새 맵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 봄의 도시연재에는 몇 편이 더 올라왔다. EastSea는 시티즈 스카이라인 2로 만들고 있는 마을을 열 장의 사진으로 열어 보였고, 「도시 3333」을 올린 이는 「도시의 정체성이 얘네들 돌려쓰기가 됐다」며 반복되는 자기 건물들을 능청스레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