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2025 봄호

용산국제업무지구,
문서로 짓는 도시

블록을 쌓기 전에 공람 공고를 낸다.
용도·교통·경관·환경을 71쪽으로 고시하는 도시.

관보 형식으로 편집된 도시개발계획 공람 자료의 한 면. 배치도와 항목별 수치가 빼곡히 정리되어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변경)(안) 및 개발계획(변경)(안) 공람 공고」. 용산구 제2025-617호로 게시된 자료의 한 면이다.

공람은 도시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주민에게 안을 열어 의견을 듣는 실제 행정 절차다. 함께 올라온 「주요 변경 사항」 자료는 첫머리에 「본 자료는 주민의견청취를 위해 안내하는 자료로 도시관리계획이 결정되지 않은 사항이며 법적효력이 없는 참고자료」라는 문구를 단다. 게임 속 도시가 현실의 공고문이 갖춰야 할 면책 문구까지 그대로 갖춘 셈이다.

01공람이라는 형식

무대는 실재하는 용산이다. 자료는 기존 용산 정비창 부지 약 494,601㎡를 글로벌 업무·문화·주거 허브로 전환하는 것을 배경으로 삼고, 그 면적을 456,099㎡로 약 7.8% 축소하는 「변경안」의 형태를 취한다. 새 계획이 아니라 이미 있는 계획을 고쳐 다시 고시하는 문법이다. 문서 번호(제2025-617호), 공고 제목의 괄호 표기(「지정(변경)(안)」), 용도·교통·경관으로 나눈 별도 요약까지 실제 도시개발구역 지정 고시의 형식 요소가 옮겨져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공람 자료의 배치·수치 면. 관보의 항목 체계를 그대로 따른다.
함께 올라온 「주요 변경 사항」 자료. 법적 효력이 없는 참고 자료임을 첫머리에 명시한다.

목표도 네 개의 문구로 규정된다. 일·주거·여가를 한 공간에서 누리는 「복합수직도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스마트 에코시티」, 사계절 축제와 공공예술의 「감성문화도시」, MICE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융·복합 국제업무도시」.

02용도와 배치

문서의 앞부분은 땅을 나누는 데 쓰인다. 국제업무(A)·업무복합(B)·업무지원(C)·복합문화(D)로 존을 나누고, 각 존의 면적과 구성비를 소수점까지 적는다. 국제업무존은 중심부에 집중 배치해 국제회의·업무 클러스터로 두고, 업무복합존은 그 주변을 원형으로 감싸며, 업무지원·주거는 외곽에 분산하고, 복합문화(D1)는 한강변에 놓아 공연장과 갤러리를 모은다. 변경 내역은 업무복합존을 26,361㎡ 줄이는 대신 도로를 15,478㎡, 문화공원을 8,773㎡ 늘리고, 없던 연결녹지 6,636㎡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주거도 숫자로 적힌다. 공동주택 3,500호와 오피스텔 1,850호, 수용인구 약 10,969명. 오피스텔을 650호 줄이면서 수용인구를 1,331명 낮춘 계산까지 남긴다.

03교통과 보행

가장 공들인 대목은 교통이다. A2 블록 지하 2층에는 연면적 7,922㎡의 광역환승센터를 두어 KTX·GTX·BRT·버스를 잇고, GTX-B의 신규 출입구와 공항철도 용산역 직결선을 붙인다. 도로망은 광로 1·대로 7·중로 8·소로 3으로 재편되고, 보행은 지하(EL−4~+5m)·지상(+12~15m)·공중(+22~31m)의 다층 축으로 나뉜다. 서울로7017과 시애틀 스카이워크를 벤치마킹했다는 「심볼링 데크·그린코리더」, 강변북로를 건너 한강공원으로 직결되는 「한강 보행교(아트브릿지)」가 그 위에 놓인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공람 자료의 계획 도면. 도로망과 보행축, 환승 체계가 표기되어 있다.
다층 보행축과 광역환승센터, GTX-B·공항철도 직결을 담은 교통 계획 면.

수요 관리 항목도 있다. 주차 총량을 법정 20,521대에서 예측 18,860대로 조이고, 승용차 5부제와 주차요금 차등제를 걸며, 대중교통 분담률 70%를 목표로 세운다. 자율주행 셔틀과 순환버스 세 개 노선, 공유교통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이착륙장, 예약·결제를 묶는 MaaS 플랫폼이 뒤를 잇는다.

04문서로 짓는 도시

문서의 뒤쪽은 경관과 환경이다. 스카이트레일과 아트밴드, MICE·컨벤션이 랜드마크로 지정되고, 빌딩 파사드는 수직정원으로 녹화되며, 조명에는 계절이 배정된다. 봄은 핑크, 여름은 블루, 가을은 오렌지, 겨울은 화이트. 미디어파사드는 뉴욕의 베슬과 MSG 스피어, 싱가포르의 인피니티 아치를 참고 사례로 든다. 환경 목표는 2035년 에너지자립률 60%, 2050년 100%로 못박히고, 추진 일정은 2025~2027년 인허가와 광역환승센터 착공, 2028~2032년 주요 타워 시공, 2033~2035년 스마트시티 가동으로 연차별로 나뉜다.

본 자료는 주민의견청취를 위해 안내하는 자료로
도시관리계획이 결정되지 않은 사항이며 법적효력이 없는 참고자료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았고 지어질지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는 71쪽의 문서로 이미 존재한다. 겨울호의 지산시가 시보로 필지를 고시했다면, 이 봄의 용산이 택한 형식은 도시개발구역 공람이었다. 이번 호에서 이 도시가 남긴 것은 배치도와 조항, 그리고 2035년까지의 연차별 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