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 2024 연말호

영동센터타워,
첫 입주자 없는 랜드마크

청라가 연 빈 부지에 가장 먼저 들어선 것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낡아 보이도록 지은 삼십 년차 건물이었다.
방 하나하나를 농담과 함께 세는 건축 일지.

넓적한 판상형 고층 건물. 석조 아치와 낡은 타일 외벽이 도로변에 서 있다.
영동센터타워. 청라특별시 영동구 비산동 27-4, 시험 개방된 빈 부지에 가장 먼저 들어선 건물이다.

10월 12일 청라특별시는 영동구 상산로데오 거리에 접한 열여덟 필지를 상업용으로 열었다. 높이는 40블록 이하, 두 필지는 인접 보도에 지하철역 출구가 개설될 예정이라는 조건이 붙었고, 건축물 목록에 건축가와 일시를 반드시 기재하라는 단서가 달렸다.

영동센터타워를 지은 사람은 스스로 이 건물을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영동구 부지의 기록적인 점유물」이라 불렀다. 주소는 비산동 27-4. 첫 문장부터 그는 이 타워가 랜드마크가 아님을 못 박는다. 「원래도 랜드마크로서의 타워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생각보다도 더 넙데데한 모습을 갖는 듯」하다는 것이다.

01낡게 짓기로 한 건물

이 건물의 핵심 설정은 「낡음」이다. 그는 이 타워를 「옆 건물에 가려질 것을 핑계로 속을 드러내고 있는 삼십 년차 건물」이라 소개한다. 커다란 석조 아치가 있지만 압도하지는 않고, 오히려 「붕괴로 보이기엔 충분」한 모습이라고 스스로 적는다.

외벽의 선택도 그 설정을 따른다. 요즘 고층 건물의 문법인 커튼월-룩 대신, 「옛것이 된 타일」이 측면을 덮는다. 다만 옆 건물과 공유할 골목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위해 그 면에만 약간의 기교를 넣었다고 적는다. 비상계단은 「살을 발라낸 고등어」에 빗대어진다. 상업 시설은 평범하고, 한 층 높인 층고(네 개 블록)와 푸른색 장식도 「평범함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옆 건물에 가려질 것을 핑계로
속을 드러내고 있는 삼십 년차 건물.

작은 규칙 하나까지 설정에 맞춘다. 두 곳의 출입구를 내기 위해 상가 공간을 포기했지만 「보기에 좋으니 아깝지 않다」고 하고, 정면 출입구에는 점자블록을 깔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회전문(을 가장한 복합체)이 안내하기에 적합한 경로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설정은 외관만이 아니라 동선과 편의시설의 배치에도 적용됐다.

02방마다 붙은 농담

「속보기」는 내부를 마흔다섯 장으로 훑는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거칠 1층 로비에서 시작해, 데스크와 아트월, 지하 1층의 기계실과 물탱크실, 각 층의 복도와 화장실, 최상층까지 이어진다. 사진마다 붙은 캡션은 대부분 자조에 가까운 농담이다.

낡은 타일과 석조 장식으로 마감한 측면. 커튼월 대신 옛 재료가 골목을 향해 서 있다.
영동센터타워 측면. 커튼월-룩 대신 '옛것이 된 타일'을 썼고, 골목을 공유할 옆 건물을 위해 이 면에만 기교를 넣었다.

화장실이 대표적이다. 그는 「건물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할 일」이라 적어 두고는, 지하 1층과 1층에는 공용 화장실만 두고 상층부에만 층별 화장실을 넣었다고 밝힌다. 그마저 「비데는 기대하지 말라」거나 「변기 중 하나는 푸세식」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엘리베이터는 「한 쪽은 한 층씩 올라가고 한 쪽은 한 층씩 내려가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안내되고, 엘리베이터 플러그인 탓에 지하 1층이 「1층」으로 취급된다는 기술적 사정까지 적힌다.

관리실은 「불만 켜져 있지 하는 일도 없고 있는 것도 없다」. 기계실의 파이프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구성을 할 텐데 그러질 못하니 모양만 보고 따라」 했다고 고백한다. 복도가 어두운 것도 「점잖다」고 우기다가, 결국 「복도 조명을 까먹고 안 넣었기 때문이 맞다」고 실토한다.

03보이지 않는 곳의 규칙

농담 사이에는 진지한 설계 언어가 섞여 있다. 유리의 색으로 정보를 담는 방식이 그렇다. 아랫층에는 회색 창문이 있지만 최상층에는 없는데, 이는 「유리의 색으로 모기장의 유무를 나타내려 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최상층에는 더 이상 계단이 올라가지 않으므로 실내외에서 자연스럽게 마감되도록 처리했고, 천장과 바닥의 재질을 다르게 할 높이를 확보한 김에 계단에도 재질의 이원화를 이뤘다고 적는다.

로비의 아트월에는 발광 열매가 자란다. 이 열매는 사실 회전문의 「핵심 부품」인 스컬크를 위장하기 위한 것으로, 발육이 빠른 특성상 원하는 모양을 유지하려면 실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팁까지 붙는다. 그는 마지막에 「디버그 스틱으로 조작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유용하게 사용될 때 희열을 느낀다」고 적는다.

복도 끝의 비상구 표시등이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난다. 조명이 없는 복도를 '점잖다'고 불렀다.
영동센터타워 상층 복도. 조명을 넣지 않은 채 비상구 표시등만 남았고, 만든 이는 이를 '어둡다'가 아니라 '점잖다'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끝에서 그는 이 타워를 「구축 빌딩의 전형」이라 부르고,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게 돼 순간적으로 당황했다」며 감사 인사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