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2024 연말호
월산,
첫 학교와 첫 상가
한 신생 도시가 첫 고등학교를 짓고, 첫 상가를 분양한다.
건물보다 먼저 도시의 살림을 여는 계절.
월산시가 이 겨울에 올린 글은 두 편이다. 11월의 고등학교와 12월의 상가, 둘 다 도시의 첫 시설로 소개됐다.
01도시의 첫 학교
11월 17일 공개된 안곡고등학교는 열아홉 장의 사진과 한 장의 배치도로 소개됐다. 전경과 정문, 주차장에서 시작해 중앙정원과 「안곡 Dream 마당」 같은 외부 공간을 지나고, 교실과 교무실, 특별활동실을 거쳐, 체육관과 급식실과 도서관, 음악실·가사실·방송실·과학실·미술실 같은 특별교실, 그리고 옥상정원까지 이어진다. 학교라는 하나의 건물을 그 안의 방 이름들로 낱낱이 세는 방식이다.
급식실과 방송실과 미술실이 각각 한 칸씩 자리를 얻었다. 글의 끝에서 만든 이는 이 건물을 「월산시의 첫 학교이자 첫 고등학교」라 못 박고, 「앞으로의 월산시의 많은 발전을 기대해 달라」며 스스로를 「월산시장」으로 서명한다.
월산시의 첫 학교이자
첫 고등학교입니다.
02배치도
열아홉 장의 사진 끝에 붙은 것은 학교 배치도다. 사진으로 보여 준 방들이 어느 자리에 놓였는지를 도면 한 장으로 함께 남겼다.
03분양되는 상가
한 달 남짓 뒤인 12월 21일, 월산시는 학교가 아니라 상가를 열었다. (가칭)남부신도시에 자리한 남부프라자다. 글의 형식은 완공 소개가 아니라 입주자를 모집하는 분양 공고다.
규칙은 구체적이다. 1층은 청록색 유리의 색을 바꾸고 내부의 석영 블록을 교체할 수 있지만, 하얀색 콘크리트는 손대면 안 되고, 외부 입구는 입주자가 직접 뚫어야 한다. 나머지 층은 한 층당 네 개 호실로 나뉘며, 석영 블록 교체와 유리 색 변경, 입구 위치 이동이 허용되고, 여러 호실을 합쳐 쓰고 싶으면 미리 알려 달라고 안내한다. 입주를 원하는 사람은 댓글에 「층수, 업종(또는 브랜드명)」을 남기면 된다.
만든 사람이 껍데기와 규칙을 제공하고, 안을 채우는 일은 입주자에게 넘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