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Year-End 2023

양정일보,
지어낸 언어로 쓴 도시

지하 광장의 개장 지연과 백화점 총량제,
그리고 한국어와 나란히 놓인 지어낸 언어 「두도어」.

지하 광장 내부. 붉고 푸른 유리블록으로 짠 모자이크 천장 아래 흰 기둥이 서 있고, 좌우로 어두운 상가 통로가 뻗는다.
「양정일보」가 개장 지연을 보도한 화신지하아쾌도의 중앙광장. 색유리 블록으로 짠 천장 아래 상가 통로가 뻗어 있다 (사진: 아나낫슈).

2021년 겨울의 「지산시보」가 관보의 형식으로 도로명을 고시했다면, 2023년 연말의 「양정일보」는 신문의 형식을 쓴다. 표제, 사진 설명, 시민 인터뷰, 관계자 해명이 지역지의 구성 그대로 놓이고, 그 위에 양정시의 지어낸 설정이 얹힌다.

01「부편해요」라고 항의하는 시민들

첫 호의 머리기사는 「지하아쾌도 개장 지연」이다. 양정시 중심 상권인 화신사거리 지하에 조성 중인 「화신지하아쾌도」의 공사가 늦어지자 시민들이 불만을 표한다는 내용이다. 시민들은 「부편」과 「부쾌」를 느끼고, 시청은 시민을 「만만히 봄」에 대해 사과한다. 표준 한국어의 '불편·불쾌'가 '부편·부쾌'로 적히고, 서술이 「~함이 필요하다」·「작용 중에 있다」처럼 조금씩 어긋난다. 오타가 아니라, 한국어를 조금 다르게 쓰는 도시라는 설정이다.

사진 설명도 신문의 관습을 따른다. 「(사진= 아직도 개장이 지연 중인 화신지하아쾌도의 중앙광장 모습.)」이라는 캡션 아래, 색유리 블록으로 짠 모자이크 천장이 덮인 빈 지하 광장이 놓인다.

02두도어라는 언어

첫 호의 또 다른 기사는 「두도어(아어)」라는 지어낸 언어를 다룬다. 기사에 따르면 양정시에서 두도어는 「공적 언어에서 20%, 일상 언어에서 약 80%」의 비중으로 쓰인다. 한국어를 모른다고 생활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두도어를 모르면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불편이 있다는 설정이다. 이에 시 정부가 시청사에 「두도어교육중심」을 세워 이주민에게 무료로 두도어를 가르친다는 내용이다.

둘째 호는 표기법을 다룬다. 한국어와 두도어를 함께 쓰는 도시이다 보니 공공 표지에 무엇을 먼저 적을지가 오래 논란이었는데, 「양정시국어위원회」가 「한국어 - 한자 - 양정한국어로마자화법」의 순서를 확정했다는 보도다. 기사가 든 예시는 지명 「서번랑」이다. 「서번랑 - 西繁浪 - Sioh Pion Lang」으로, 한글과 한자와 두도어식 로마자가 나란히 붙는다.

우리 시에서, 두도어는 분명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03백화점 총량제와 서점의 귀환

둘째 호의 머리기사는 도시 정책이다. 초대형 백화점(기사의 표기로는 「대파두大把頭」)이 잇따라 들어서자, 양정시가 「초대급 대파두 점포수 총량제」를 시행한다는 소식이다. 목적은 「양정시 본래의 토종 백화점」 보호다. 기사는 토종 백화점을 화신구의 이인관·호호, 양원구의 흥아로 구체적으로 꼽고, 영세한 두 곳이 초대형 점포에 밀릴 것을 우려한다.

건설 중인 대형 백화점 건물. 푸른 유리와 베이지색 외벽이 맞물리고, 뒤로 주황색 외장의 고층 건물이 서 있다.
「양정일보」가 개장을 예고한 한성백화점 양정. 초대급 점포의 등장이 총량제 논의를 불렀다.

같은 호의 다른 기사는 오래된 서점의 재개장이다. 「1971년 화신사거리에 출점하며 약 50년간」 자리를 지킨 「두도문고 화신본점」이 대규모 재구조화를 위해 폐점했다가, 다음 해 1월 건물 전 층을 써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이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만 쓰던 매장을 7층 전관으로 넓히고 카페까지 들인다는 내용이다. 관계자 코멘트도 붙는다. 이동이 불편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점장이 「증가된 승강기와 자동계단으로 이동약자의 문화생활을 도울 것」이라 답한다.

이 두 호에 실린 것은 지하 상가의 개장 지연, 두도어교육중심의 개소, 표기법 확정, 백화점 총량제, 서점 전관 재개장이다. 신문도 매체명도 언어도 표기법도 모두 지어낸 것이고, 그 지어낸 것들의 목록이 12월 3일과 14일 두 번에 걸쳐 게시판에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