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 Summer 2023

바이센,
브랜드가 된 자동차

택시 5종에서 전기 픽업트럭까지, 여름내 신차를 쏟아 낸다.
차를 만드는 일이 곧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이 된 계절.

산악 도로를 배경으로 선 세 대의 전기 픽업트럭. 전면에 가로로 이어진 헤드램프가 켜져 있다.
바이센 HYPERION 3형제. '호라이즌' 헤드램프와 솔라루프로 브랜드의 얼굴을 통일했다.

WEISSEN(바이센)의 게시글은 신차 발표의 형식을 그대로 흉내 낸다. 모델명이 있고, 세그먼트가 있고, 폭이 몇 칸인지가 스펙으로 적히며, 촬영 장소와 도색 옵션이 따라붙는다.

규격은 곧 배치 조건이다. 경형 택시 W0은 「폭 3칸이라 모든 도로에 배치 가능하다는 장점」이 강조되고, 중형 택시 W5는 「폭 4칸이라 폭 4칸 도로에만 배치 가능」하다고 정직하게 적힌다. 게임 안에서 도로 폭은 차량이 놓일 수 있느냐를 가르는 제약인데, 바이센의 소개글은 그 제약을 장단점으로 적는다.

01규격이 곧 쓸모다

노란색과 흰색으로 도색한 택시들이 나란히 서 있다. 경형과 중형, 모범택시가 한 줄로 늘어섰다.
WEISSEN 택시 5종. 카카오·서울·모범택시 도색을 W0·W5·W7 세단에 얹었다. 촬영 장소는 월산시 일대로 적혔다.

택시 5종에는 현실의 결이 촘촘히 배어 있다. 카카오택시 도색과 서울 도색이 나뉘고, 「더 이상 서울에는 꽃담황토색으로 택시를 뽑아야 하는 의무는 사라졌지만 편의상 서울 도색이라 이름 붙이겠습니다」라는 단서가 달린다. 대부분의 국내 택시가 쏘나타·K5 같은 중형이라는 이유로 중형 택시를 따로 만들고, 플래그십 준대형 세단 W7을 기반으로 모범택시를 뽑는다. 현실 택시 시장의 구성을 그대로 게임 차량 라인업으로 옮긴 셈이다.

도색은 열려 있다. 「도색 커스터마이징 가능」이라는 한 줄과 함께, 1호 구매자인 세빙운송그룹이 민트색 도색을 적용했다는 사례가 붙는다. 배포는 좌표 한 줄로 이뤄진다. 특정 지점에 원본을 세워 두고 누구나 복사해 가게 하는, 이 서버에서 자산을 유통하는 방식이다.

02패밀리룩이라는 얼굴

여름이 깊어지면서 바이센은 라인업을 계열로 정리하기 시작한다. 7월 6일 컴팩트 세단 W1 2세대, 7월 7일 미니밴 V시리즈의 선두 V1, 7월 8일 전기차 5종이 사흘 연속으로 발표된다. 이 무렵부터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패밀리룩」이다. 전기차 라인업에는 좌우로 길게 이어진 「호라이즌」 헤드램프가 공통으로 적용되고,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솔라루프가 얹힌다. 서로 다른 차종을 하나의 얼굴로 묶는, 실제 자동차 회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략이 그대로 재현된다.

전측면을 드러낸 소형 전기 세단. 지붕 전체가 솔라루프로 덮여 있고 후면에 충전구가 보인다.
전기 세단 E1.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 주는 모델」이라고 적혔다. 배터리는 협력사 SH의 팩을 쓴다.

부품에도 이야기가 붙는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가장 발전된 2차전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SH의 팩을 쓰고, 플랫폼에는 Maxwell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차 한 대의 소개글에 부품 공급사와 플랫폼명이 함께 적히는 것이다. 전기차 5종은 E0·E1 세단, R0·R1 SUV, 경형 전기차 ION으로 세그먼트를 나눠 채운다.

03보도자료가 된 도시

7월 14일의 전기 픽업트럭 HYPERION 발표에서 바이센의 문체는 완전히 신문 기사로 넘어간다. 글의 출처는 루블화 본인이 아니라 「해강경제」라는 경제지이고, 말미에는 「강경제 기자/2023.7.14」라는 바이라인이 붙는다. 기사는 HYPERION이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차량이라 치켜세우면서도, 일부 업계 전문가가 폭 4칸이라 판매량이 저조할 것이라 지적했다는 반론을 싣고, 이에 회사가 폭 3칸 모델 HYPERION L과 더 작은 HYPERION mini를 내놓았다는 대응까지 서술한다. 광고와 기사, 홍보와 비평이 한 글 안에서 역할극을 한다.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바이센의 전기 픽업트럭.

경쟁사도 함께 등장한다. 7월 9일 뉴스룸 「BNN」은 바이센모터스와 아우라모터스가 같은 날 전기차를 동시 출시했다고 보도한다. 바이센은 SH의 배터리를, 아우라는 금산에너지의 배터리를 채택했다는 대목까지 나온다. 한 사람이 만든 자동차 브랜드가,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신문에 라이벌과 나란히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