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Year-End 2022

사베호,
포맷을 앞둔 세영

같은 세영이 다른 세영이 되고, 군이 구로 승격한다.
그리고 12월, 도시는 포맷을 앞둔다.

간척지 위 신도시. 반듯한 블록에 아파트와 도로가 아직 듬성듬성 들어서 있다.
부산 명지신도시를 참고해 만든 세영. 이 무렵 제목은 '세영구가 아닌 세영군인 곳'이었다.

사베호의 세영 연재는 스크린샷 위주여서 본문에 적힌 문장이 매우 적다. 남은 것은 네 편의 제목과 몇 줄의 캡션뿐이고, 거기서 확인되는 것은 이름과 등급이 계속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그 끝에 포맷이 있었다는 것이다.

01같은 이름, 다른 도시

11월 15일의 제목은 「같은 세영이였던게 다른 세영으로 바뀌었습니다」였다. 이름은 그대로 세영인데 내용은 다른 세영이 되었다는 뜻이다. 도시를 새로 짓거나 크게 고치면서 이름만 이어받는 일 자체는 드물지 않지만, 사베호는 그 사실을 제목에 직접 적어 두었다.

나흘 뒤 그는 「현재는 세영구가 아닌 세영군인 곳」을 올린다. 캡션에는 아직 덜 만져진 아파트라는 설명과 함께, 부산 명지신도시를 참고하며 만들고 있다는 한 줄이 붙는다. 간척지 위에 반듯하게 들어선 신도시의 결을 세영에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02군과 구 사이

아직 텅 빈 블록이 남은 세영구. 승격 이후의 풍경.
'세영구로 승격'. 캡션에는 '저기 텅텅 빈 곳엔 뭘 만들지 모르겠네요'라는 고민이 붙었다.

11월 27일, 제목은 「세영구로 승격」이 된다. 앞서 「세영구가 아닌 세영군」이라 적었던 곳이 이제 구로 올라선 것이다. 군에서 구로의 승격은 인구와 개발 정도가 일정 기준을 넘었을 때 일어나는 실제 행정 절차인데, 사베호는 이 절차를 자기 도시의 진행 상황을 알리는 언어로 쓴다. 도시를 얼마나 채웠는지가 세대수나 면적이 아니라 「군」과 「구」라는 등급으로 표시된다.

같은 글의 캡션에서 그는 「저기 텅텅 빈 곳엔 뭘 만들지 모르겠다」고 적는다. 등급은 올라갔지만 채워야 할 땅이 남아 있었다.

03포맷을 앞두고

포맷을 앞둔 세영의 마지막 스크린샷 가운데 하나.
'포맷으로 없어질 예정인 도시...'. 12월 4일, 세영 연재의 마지막 글 제목이다.

12월 4일, 제목이 「포맷으로 없어질 예정인 도시...」로 바뀐다. 본문은 비어 있고 사진만 남는다. 이름을 바꾸고 등급을 올리며 두 달을 이어 온 도시가 포맷 — 세이브 파일의 삭제나 초기화 — 을 앞두게 되었다는 통보다.

제목에 적힌 것은 「없어질 예정」이라는 사실 하나뿐이고, 그 결정의 배경은 제목에도 캡션에도 남아 있지 않다. 세영구로 승격한 지 일주일 만이었고, 이 글이 세영 연재의 마지막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