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 Year-End 2022

화명,
한 해의 마지막 건축물

한 도시가 두 달 내내 건물을 한 채씩 올린다.
그리고 12월 31일, 마지막 한 채에 새해 인사를 붙인다.

밤의 도심에 새로 올라선 사옥. 정형의 저층 건물 위로 조명이 들어와 있다.
화명도시공사 사옥. '2022년의 마지막 건축물'이라는 설명과 새해 인사가 함께 붙은, 이 도시의 한 해 마지막 게시물이다.

화명시의 두 달은 연재라기보다 준공 일지에 가깝다. 회차 번호도, 이어지는 서사도 없다. 대신 건물이 완성될 때마다 한 편씩 올라오고, 각 편은 그 건물의 「분양 홍보」 형식을 취한다. 도시 전체를 조망하기보다, 개별 건축물을 하나의 상품처럼 소개하는 방식이다.

01분양 문구로 짓는 도시

11월의 화명은 브랜드로 채워진다. 11월 1일 「빌리브타워」를 시작으로, 11월 11일 「산월백화점 화명점」, 11월 12일 「포스빌 화명 헤라」가 잇따른다. 소개글의 문장은 게임 플레이 후기가 아니라 부동산·유통 광고의 어투다. 산월백화점에는 「산월만의 품격있는 데파트생활을 이제 화명에서 즐겨보세요 — COMING SOON 2023」이, 포스빌 헤라에는 「주거의 기준이 되다」라는 카피가 붙는다.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브랜드지만, 그 브랜드가 스스로를 소개하는 말투는 현실의 분양 광고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산월만의 품격있는 데파트생활을 이제 화명에서 즐겨보세요.
주거의 기준이 되다 — 포스빌 화명 헤라.

이 어투는 12월까지 이어진다. 12월 17일 「포스빌 빌리즈 화명」에는 「하이엔드를 화명에서 처음으로」라는 문구와 함께, 빌리즈가 포스빌 브랜드의 하이엔드 라인이라는 설정이 붙는다. 실재 아파트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라인을 따로 두는 방식을, 가상의 브랜드 체계로 옮겨 온 것이다. 이튿날 「빌리즈의 밤」은 같은 단지를 야경으로 다시 보여 준다. 건물 한 채가 홍보 카피와 분위기 컷으로 나뉘어 이틀에 걸쳐 올라온 셈이다.

02브랜드 사이의 공공

도심 한가운데 조성한 공원. 물길과 산책로, 그 둘레로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일경공원(一暻公園). 브랜드 건물 사이에 놓인 '도심 속 자연을 즐기는 곳'.

화명이 브랜드 건물만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11월 15일의 「화명시민의 휴식공간」은 일경공원(一暻公園)을 소개하며 「도심 속 자연을 즐기는 곳」이라고 적는다. 12월 15일의 「중부청산무역타워」는 더 큰 규모의 공공·경제 시설이다. 높이 354m, 지상 59층의 이 마천루는 2022년 7월 착공해 공사 중이며, 청산도의 공기업과 금융그룹이 입주하는 화명시의 경제중심지로 설정돼 있다. 소개글은 「마지막 입주」를 기다리는 임대 공고의 형식으로, 27층 한 개 층을 임대할 수 있다며 금융업 회사의 입주를 모집한다.

이 건물들은 위키 문서와도 연동된다. 중부청산무역타워와 화명도시공사 사옥의 소개글에는 플레이시티 위키의 표제부가 함께 실려 있다. 착공일, 설립일, 소속 광역단체, 건설사 같은 항목이 표로 정리된다. 같은 건물이 브랜드 카탈로그와 위키 대장의 두 형식으로 동시에 기록되는 것이다.

0312월 31일의 마지막 한 채

밤의 도심에 새로 올라선 사옥. 저층의 정형 건물 위로 조명이 들어와 있다.
포스빌 빌리즈 화명. '하이엔드를 화명에서 처음으로'라는 문구가 붙은 12월의 신축.

한 해의 마지막 게시물은 12월 31일에 올라온다. 「화명도시공사 사옥」이다. 소개글은 짧다. 「2022년의 마지막 건축물을 지어보았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두 달 동안 브랜드 카피로 이어지던 어투가, 마지막 한 편에서는 만든 사람 자신의 말투로 바뀐다. 사옥에는 위키 표제부가 붙어, 화명도시공사가 2020년 8월 설립된 화명시의 지방공기업이며 공공시설과 공공주택 공급을 총괄한다는 설정이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