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Year-End 2022
청산도,
청사를 투표로 나누다
열여섯 도시가 정부청사와 국세청을 어디에 둘지 표로 정한다.
도시들은 유치 홍보글을 쓰고, 가상 언론은 초접전을 중계한다.
블록 서버의 도시들은 저마다 독립적으로 지어지지만, 청산도라는 광역 아래 묶여 있다. 이 광역이 겨울의 초입에 공동으로 처리한 질문은 하나였다. 여러 도시가 공유하는 행정기관을 누가 유치할 것인가. 현실의 정부청사·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유치 경쟁과 투표를 거치듯, 청산도의 시장들도 같은 절차를 게임 밖 게시판에서 재현했다.
01유치 홍보글이라는 장르
투표에 앞서 도시들은 저마다 홍보글을 올렸다. 화명시의 「청산지방청사 유치홍보글」은 목차부터 갖췄다. 접근성(화명함학고속도로와 철도로 청산도·남해도·해강도를 잇는 요충지), 지속가능한 발전(2022년 대대적 재개발로 세운 마스터플랜), 탁월한 건축실력(「지난 3년간 건축실력을 닦아 왔다」), 그리고 유치 후 건설 일정까지. 일정표에는 2022년 12월 세부 계획 수립, 2023년 1월 인근 도로 기반 완성, 2월 착공, 10월 준공이 단계별로 적혔다. 「30만 도민과 함께하는 정부청사, 화명이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마무리와 「#화명에_유치해」 같은 해시태그는, 실제 지자체의 유치 캠페인 문법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같은 화명시는 「청산지방국세청 유치홍보글」도 따로 냈다. 많은 기업이 본사를 둔 도시이니 국세청이 가까워야 하고, 예정지 근처에 광포역이 있어 교통이 편하며, 마스터플랜으로 안정적인 건축물 공급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성안시(작성자 다인)는 홍보글을 아예 도시 소개 화보로 꾸몄다. KT 본사, 워커힐, 해성백화점, 그랜드 에비뉴 같은 랜드마크 스크린샷을 나열해, 이미 완성된 도시의 격을 근거로 삼았다. 월산시·들안시·은산시·신현시도 각각 지방청사·청산은행·청산전력·국토관리청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유치의 근거로 제시된 것은 대체로 교통과 개발계획, 그리고 건축실력이었다.
02표로 나누는 행정
투표는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다. 게시글에는 「유권자는 청산도 시장/군수에 한정한다」는 규칙이 붙었다. 광역에 속한 도시의 대표들만 표를 행사하는, 일종의 지자체장 협의체 투표인 셈이다. 기관은 하나씩 항목으로 나뉘어 개표됐다. 국토관리청은 신현시가 91.7%(11표)로, 우정청은 양정시가 91.7%로, 청산전력은 은산시가 100%(12표)로, 청산은행은 들안시가 83.3%로 가져갔다. 산림청은 오천시(7표)가 서면군(3표)을 눌렀고, 국세청은 화명시가 54.5%(6표)로 양정시·감천시를 앞섰다. 소방청·검찰청·법원은 경쟁 도시가 없어 남부는 동림시, 북부는 성안시로 「최종 회의에서 확정」하기로 정리됐다.
투표 공지와 개표 정리는 화명시의 작성자가 맡았는데, 화명시는 국세청과 지방청사 양쪽에 후보로 나선 당사자이기도 했다. 편집부는 이 구도의 공정성을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다만 주관자와 후보가 겹쳤다는 사실만 적어 둔다.
03초접전과 재투표
투표가 한창이던 11월 21일 새벽, 또 다른 도시의 시장이 이 투표를 기사로 중계했다. 해강도 함학시를 배경으로 한 가상 언론 BNN이 「[속보] 청산도 행정기관 투표, 국세청·지방청사 초접전... [개표율 66.6%]」를 올린 것이다. 기사는 실제 선거 속보의 문체를 그대로 옮긴다. 「청산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6개 도시 중 5개 도시가 양정시에, 5개 도시가 화명시에 투표권을 행사해 33.33% 대 33.33%로 나머지 6개 도시의 투표에 당락이 걸린 상황」이라는 식이다. 작성 시각, 기자명(신문성 기자), 방송관련문의와 제보 안내까지 붙어, 언론사의 형식을 통째로 옮겼다.
정부청사는 두 자리를 정해야 했는데 성안시(8표)가 한 자리를 확정하고, 남은 한 자리를 두고 화명시와 월산시가 맞붙었다. 주관자는 두 도시의 득표가 같다며 11월 23일 재투표를 열었다. 그런데 재투표 결과도 월산시 6표, 화명시 6표로 정확히 반씩 갈렸다. 「항상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게시글은 끝나지만, 결국 이 창(2022-12-31) 안에서 남은 한 자리의 주인은 확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