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 Spring 2021

하구,
세계의 건물을 번지로 세우다

시카고와 시애틀, 오슬로와 뉴욕의 마천루를 하나씩 베껴 세운다.
번지수를 붙여 세워 두고, 빈 층에는 입주자를 부른다.

비계로 뒤덮인 신도시. 건설 중인 고층 건물들이 격자형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비계의 도시 하구」. 여러 건축가가 함께 세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신도시. (id 27301)

하구시의 건축가는 특정한 도시를 통째로 복원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마천루를 세계 어디서든 골라 하나씩 베껴 오고, 그것을 격자형 도로의 번지에 앉힌다.

3월 21일의 「비계의 도시 하구」는 이 도시의 상태를 스스로 요약한다. 「범인」과 「공범들」이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짧은 문장이 붙는다. 여러 건축가가 함께 손대는, 온통 비계로 뒤덮인 미완의 도시라는 뜻이다.

01주소가 목록이 되다

시애틀 웰스 파고 센터를 키를 줄여 옮긴 「49 E 3rd St」.
「49 E 3rd St」. 시애틀 웰스 파고 센터를 축소해 옮긴 건물. '은행이 어울릴 만한 건물'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id 27312)

하구의 건물들은 이름 대신 주소로 불린다. 3월 초의 「57 E 2nd St」는 시카고의 Six North Michigan을 베낀 건물이고, 「49 E 3rd St」는 시애틀 웰스 파고 센터를 키를 줄여 옮긴 것이며, 「51 E 5th St」는 오슬로의 건물, 「68 E 3rd St」는 휴스턴의 오피스 건물, 「74 E 3rd St」는 뉴욕의 주거 건물이다. 출처 도시는 제각각이지만 번지 체계는 하나로 꿴다.

모든 건물이 베낀 것만은 아니다. 「61 E 3rd St」는 「건축하다 생긴 짬밥으로만 이루어진 오리지날 건물」이라고 적는다. 이 건물도 베껴 온 건물들과 같은 번지 목록에 들어간다.

02다 짓고도 비워 둔다

타임스퀘어 타워를 옮긴 「80 E 3rd St」. 광고판을 새길 사람을 부른다.
「80 E 3rd St」. 타임스퀘어 타워를 베낀 건물. '광고판 새기실 분과 입주하실 분 구해요'라는 모집이 붙는다. (id 27769)

건물이 완성되어도 그 안은 비워 둔다. 「49 E 3rd St」에는 「은행이 어울릴 만한 건물(입주해 달라는 뜻)」이라는 괄호가 붙고, 「68 E 3rd St」의 오피스에는 「언제나 입주자는 환영」이라 적으며, 「74 E 3rd St」의 1층 상가는 「비어 있지만」 넓다고 소개한다. 건물을 다 지어 놓고 채울 사람을 게시판에서 구하는 순서다.

4월 중순의 「80 E 3rd St」는 이 방식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준다. 타임스퀘어 타워를 베낀 이 건물에는 「광고판 새기실 분과 입주하실 분 구해요」라는 모집이 붙고, 「맥도날드 양옆」·「초록색 양옆 파란색 아래」처럼 광고판을 새길 자리를 하나씩 지정해 둔다.

광고판 새기실 분과 입주하실 분 구해요.
광고판은 자유롭게 새기세영.

화명시가 빈 상가에 입주자를 부르고 오천이 남의 브랜드를 불러들인 것과 마찬가지로, 하구도 빈 층과 광고판을 열어 두고 다른 이름을 받는다.

03세계를 베끼되, 하구가 되다

휴스턴의 오피스 건물을 옮긴 「68 E 3rd St」.
「68 E 3rd St」. 휴스턴의 건물을 베낀 오피스. '언제나 입주자는 환영'이라는 문장이 붙는다. (id 27643)

4월 초에는 「천안 힐스테이트」처럼 국내 브랜드 아파트도 끼어들고, 「옆에 다른 동 두 개를 더 만들겠다」는 예고가 붙는다. 옮겨 온 건물이 원본 그대로인 것도 아니다. 「키를 줄여서」·「비율이 뚱뚱해서 꾸미고 나니 나아진」 같은 기록처럼, 베끼는 과정에서 비율과 높이를 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