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제목을 다는 습관

여름호가 다룬 '제목이 전부 노래 같은 도시'의 습관은 가을과 겨울에도 이어졌다. 첫사랑에서 기억 세탁소까지, 이번에는 유럽식 도시 리비에르와 한국의 읍내가 번갈아 올라오고, 댓글은 그 두 도시를 하나의 손으로 읽는다.

산중 한옥
산중 한옥© ㄼ

지난 여름호의 첫 기사는 제목이 전부 노래 같은 도시였다. Cloud 9, Our Summer, Paradise, Hear The Sea. 글을 열면 사진 아래에 두 줄이 붙어 있었고, 가수와 곡명이 한 줄, 앨범과 연도가 한 줄이었다.

가을이 되자 같은 형식의 글이 다시 올라왔다. 제목은 첫사랑이었고, 사진 위에는 가수 이름과 곡명이, 그 아래에는 드라마 음악집의 이름과 연도가 적혀 있었다.

01목록은 이어진다

10월부터 12월까지 올라온 제목을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첫사랑, happy, 다시 사랑한다면, Ode To The Stars, 기억 세탁소가 된다. 여름의 목록이 전부 영어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어 제목이 섞였고, 붙어 있는 곡의 성격도 여름 노래에서 드라마 음악집 쪽으로 옮겨 갔다.

게시글 제목글에 적힌 가수와 곡앨범
첫사랑Sondia 〈첫사랑〉어쩌다 발견한 하루 OST part 3 (2019)
happy백현 〈happy〉브람스를 좋아하세요? OST Part 11 (2020)
다시 사랑한다면윤상현 〈다시 사랑한다면〉18 어게인 OST Part 8 (2020)
Ode To The Stars마크툽, 이라온 〈별을 담은 시〉Red Moon : Ode To The Stars (2020)
기억 세탁소원위 〈기억 세탁소 (Eraser)〉MEMORY : illusion (2020)

표기는 여름호와 같은 기준으로 옮겼다. 글에 적힌 대로만 적었고, 편집부는 이 곡들을 음원으로 대조하지 않았으므로 오른쪽 두 칸은 작성자가 남겨 둔 기록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제목과 실제 곡이 일치하는지도 여전히 단정하지 않는다.

여름호를 쓸 때 이 습관은 한 사람의 것이었다. 이번 연작을 남긴 사람이 그와 같은 손인지 다른 손인지 편집부는 지면에서 가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댓글에서 사람들이 이 도시를 부르는 방식은 여름의 그 도시를 부르던 방식과 같았고, 그 점만 적어 둔다.

02리비에르라는 이름

리비에르의 큰길
리비에르의 큰길© ㄼ

여름호의 마지막 문단에서 우리는 그 도시에 아직 이름이 없다고 적었다. 6월에 이름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올라왔고, 댓글에는 네온과 강을 뜻하는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풍 조합이 나란히 제안됐다.

가을의 글에서 그 이름 가운데 하나가 실제로 쓰이고 있다. 10월 초에 올라온 짧은 글의 제목은 「Go Rivière!」였고, 갑자기 끌려서 성을 만들어 보고 있다며 최대한 이것저것 끌어모아 유럽 감성을 흉내내는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서 명소를 찾아다니는 꼭지가 하나 생겼다. 리비에르의 명소를 소개한다는 이름을 붙이고 첫 명소로 웅장한 시계탑이 정면으로 보이는 교차로를 골랐는데, 노래 이름인 줄 알았다는 댓글이 그 아래 달렸다. 제목마다 노래를 다는 사람에게는 정확한 농담이었다.

10월 중순의 「happy」에서는 새 리비에르가 슬슬 도시 구실을 갖추어 가고 있다며 나무를 활용한 조경은 언제나 짜릿한 것 같다고 적었다. 유럽에 가 보고 싶다는 댓글에는 자기도 꼭 가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고, 홍콩의 고층 건물과 유럽식 시가지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감상에는 되게 유럽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더 조화로웠던 것 같다는 답이 붙었다.

03가을 물 잔뜩 먹은 시골

단선 위의 열차
단선 위의 열차© ㄼ

같은 시기에 전혀 다른 성격의 도시가 함께 올라온다. 11월 9일의 「다시 사랑한다면」에는 오랜만에 가을 물 잔뜩 먹은 시골로 돌아왔다는 한 줄과 함께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는 인사가 붙어 있었다.

지면에 실은 첫 화면이 그 글에서 왔다. 붉고 노란 나무가 덮은 야산 중턱에 한옥 두 채의 기와지붕만 드러나 있고, 뒤로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청와대 비슷한 것이 보이는 게 기분 탓이겠느냐는 댓글에 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을 시골길과 가을 산속 한옥, 한국적인 풍경과 묘한 이국적인 요소들이라고 한 사람이 적자, 그는 지난해에 올린 같은 계절의 글을 다시 보라며 링크를 하나 걸었다. 도로 노면의 완성도를 묻는 사람에게는 특정 자재의 노면 무늬만 잘 활용한다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답했다.

일주일 뒤의 「Ode To The Stars」는 강 바로 옆 유휴부지를 시가지로 개발해 주었다는 한 줄이 전부였다. 단선 철길에 선 통근형 열차 사진에는 단선에 저 열차라니 지역색이 치사량에 달했다는 댓글이 붙었고, 마지막 청소차 한 대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지적도 하나 있었다.

04귀찮음이 흥미를 이기는 순간

읍내의 강변
읍내의 강변© ㄼ

12월 22일의 「기억 세탁소」에는 그해 연작 가운데 가장 긴 축에 드는 본문이 붙었다. 요즘은 읍내 개념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면서, 확실히 귀찮음이 흥미를 이기는 순간부터 완성도가 수직 낙하한다고 그는 적었다.

한 줄이 더 있다. 어째선지 강원도보다는 부산 같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댓글에서 강원도 부산시라는 말이 나오자 바다 없는 부산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세탁비가 얼마냐는 농담에는 좋아요 하나라는 답이 붙었고, 기억이 아름답게 세탁된다는 말에는 추억을 조작시킨다는 답이 갔다. 도로와 인도가 한국적이라 자재 이름을 알고 싶다는 물음에는 거의 한 계열의 도로 자재를 쓰고 있다는 답과 함께 늘 잘 보고 있다는 인사가 오갔다.

가장 정확한 감상은 한 줄짜리였다. 너무나 익숙한 그런 풍경이라는 말에, 그는 가 본 듯 가 본 적 없는 그런 포근해지면서 편안하고 또 그리워지는 풍경을 찾아서라고 답했다.

가본 듯 가본 적 없는 ,,. 그런 포근해지면서
편안하고 또 그리워지는 풍경을 찾아서 !

05두 도시를 번갈아

가을부터 겨울까지 이 게시판에는 한 사람의 이름 아래 성격이 정반대인 두 도시가 번갈아 올라왔다. 한쪽은 만사르 지붕과 시계탑과 성이 있는 유럽식 도시이고, 다른 한쪽은 단선 철길과 억새와 산자락 아파트가 있는 한국의 읍내다.

11월 말에 올라온 짧은 글은 첫 마을이 너무 작은 것 같아 옆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고 있다는 한 줄이었다. 믿고 본다는 댓글에 이제 수몰시켜서 믿음을 깨면 어떻겠느냐는 답이 돌아왔고, 그러면 수몰되어 다른 곳으로 옮겨진 마을이 되겠다는 농담이 이어졌다.

제목은 계속 노래였다. 도시가 유럽이든 읍내든, 완성도가 수직 낙하하든 조경이 짜릿하든, 글머리에는 언제나 가수 이름과 곡명이 한 줄, 앨범과 연도가 한 줄 붙었다. 여름호에서 우리가 앨범 같은 목록이라고 부른 그 형식이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호의 플레이리스트도 여기서 출발했다. 여름에는 제목이 노래 같았으니 노래를 골랐고, 겨울에는 목록에 적힌 곡들이 대체로 드라마 음악집에서 왔으니 그 결을 따라갔다.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제목 목록·곡 표기·본문 인용·댓글은 모두 원문 그대로
  • 표의 가수·곡·앨범은 게시글에 적힌 표기를 옮긴 것이며, 편집부가 음원·발매 정보를 1차 대조하지 않았다. 2020 여름호 [제목이 전부 노래 같은 도시]와 같은 유보를 그대로 유지했고, 본문에도 그 사실을 적었다
  • 여름호 기사의 작성자와 이 연작의 작성자가 같은 사람인지 지면에서 가리지 않았다. 아카이브에는 양쪽을 잇는 정황(닉네임 교체 시점의 인접, 댓글에서 독자들이 부르는 호칭, 같은 도시·같은 연재 계열의 연속)이 있으나 계정 관계를 아카이브만으로 확정할 수 없고, 지면에서 사람을 다루지 않는다는 방침(STYLE-GUIDE 1항)에 따라 '같은 손인지 다른 손인지 가리지 않는다'고만 적었다. 자세한 정황은 아래 검토 기록에 남긴다
  • '제목마다 노래를 다는 사람에게는 정확한 농담이었다'(02절)와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그대로 유지됐다'(05절)가 편집부 논평
  • 사진 묘사(단풍 속 기와지붕, 만사르 지붕과 모퉁이 건물, 단선 철길의 열차와 억새, 강 건너 고가도로와 산자락 아파트)는 지면에 실은 네 장에 보이는 범위
  • 플레이리스트와의 연결은 편집부 서술이다
  • 댓글은 발언 내용만 옮기고 닉네임은 지면에 쓰지 않았다
  • 리비에르 관련 (02절)
  • 2020 여름호 [제목이 전부 노래 같은 도시] 참조. 그 기사 06절의 도시 이름 제안(SEVEN '리비에르(rivière)')이 이번 호에서 실제 지명으로 쓰인다.
  • 지면 미게재: 도구·자재 실명(PO→소품을 직접 변형해 세우는 방식, 데칼→노면 무늬, CSUR→도로 자재 계열, RDC→통근형 열차, 바닐라→게임 기본). 작성자 닉네임과 그 변경 이력은 지면에 옮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