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개장을 목표로
블록 서버의 첫 국립박물관 건설기. 국립경주박물관을 따라 지은 껍데기와 조경과 전시실 인테리어를 각각 다른 사람이 맡았고, 다보탑 상부와 석가탑 비례는 블록의 한계 안에서 타협했다. 연내 개장을 목표로 한 달 만에 두 전시실이 준비를 마쳤다.
11월 26일, 블록 게시판에 착공 소식이 올라왔다. 국립경주박물관을 따라 짓고 있는 국립지산박물관이라는 소개와 함께, 도시 등록 당시부터 위치만 잡아 두고 있었는데 이제야 착공하게 되었다는 말이 붙었다.
그다음 문장이 이 공사의 성격을 정했다. 연내 개장을 목표로 달려 보겠다는 것이었다.
01정석과 파격
첫 글의 제목은 정석과 파격이었고, 그 두 단어가 사진 넉 장에 나뉘어 붙는다. 정석 쪽은 경주박물관 경내에 있는 경주읍성 석등이다. 파격 쪽은 다보탑인데, 상부가 원래는 팔각형인데 블록으로는 도저히 구현이 안 되더라는 설명이 아래 달렸다.
삼층의 석가탑에도 같은 종류의 문장이 붙었다. 블록의 한계 때문에 아름다운 비례는 구현하지 못했다는 것. 옮겨 짓는 사람이 무엇을 포기했는지 먼저 적는 방식은 이 게시판에서 자주 보이는 태도다.
글 끝에는 안내가 하나 붙었다. 도시의 이동 지점이 11월 22일부로 박물관 앞 광장으로 옮겨졌으니, 건설 현장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그 지점을 이용하면 편리하다는 것이었다. 아직 껍데기도 서지 않은 공사장이 도시의 정문이 되었다.
02건물 짓기 귀찮아서 조경부터

건설 이틀째의 글은 제목이 조경이었고 첫 줄이 솔직했다. 건물 짓기 귀찮아서 조경부터 하는 중이라는 것.
이 글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사진 아래 캡션에 현대미술 작품을 만든 사람이 따로 적혀 있고, 석가탑을 관람하는 그 사람과 그 사람이 새로 만든 나무가 차례로 실린다. 보도 면적을 넓히고 나무를 심어 봤다는 설명이 그 사이에 끼어 있다.
댓글 첫 줄은 글쓴이 자신이 달았다. 쓰고 보니 주연급으로 분량을 뽑고 갔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이 블록 게시판과 시티즈 게시판의 차이를 가장 짧게 보여 준다. 시티즈 쪽에서는 글쓴이가 곧 만든 사람이지만, 하나의 지도를 나눠 쓰는 서버에서는 한 건물 안에 여러 사람의 손이 섞이고 누가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캡션에 적힌다.
첫 국립박물관으로서 요즘 가장 기대되는 건축이라는 댓글에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라는 답이 갔고, 그 아래에 한 줄이 더 붙었다. 제 손길도 조금 닿았다는 말이었다. 그 사람이 나중에 전시실을 맡는다.
03어째어째 완공했네요
11월 30일에 신라역사관이 섰다. 비례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어째어째 완공했다고 그는 적었고, 내부와 세부 작업은 남아 있어 일단 임시로 두었다는 단서를 붙였다.
사진 캡션은 짧다. 관람하고 나오는 여러분, 모서리에서 본 모습, 2층 회랑에서 본 탑, 정면, 계단, 전경, 그리고 마무리는 대칭. 지면에 실은 첫 화면이 그 마지막 한 장이다.
엄청난 고증이라는 댓글에는 로드뷰를 열심히 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내부를 한번 건드려 보고 싶다는 말에는 특별전시관도 있다는 답이 갔고, 전시관 배치도가 궁금하다는 물음에는 네 글자가 돌아왔다. 현실 그대로.
이틀 뒤에는 종각이 올라왔다. 종각을 지으려다 이것저것 많이 만들게 되었다는 첫 줄 다음으로 종과 천장과 야외 전시가 이어지고, 소리가 울리는 것을 돕는 구조물까지 따로 한 장이 붙었다. 서버에서 가장 유명한 종이 될 수 있겠느냐는 댓글에, 서버에서 가장 유명한 종 두 개가 모두 이 도시에 있다는 말이 이어졌다.
04자발적 열정페이

12월 2일, 전시실 인테리어를 맡은 사람이 글을 올렸다. 이른 아침부터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그 도시로 이동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건설기가 아니라 관람기의 형식이다.
설명도 관람 안내에 가깝다. 신라역사관은 1970년대에 건설된 건축물로 로비와 전시관 입구는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 장엄한 외관과 상반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그는 적었다. 옮겨 지은 건물의 연혁 자리에 실제 박물관의 건립 연대가 그대로 들어와 있다.
오늘 살펴볼 곳은 제1실, 신라의 건국과 성장이라고 그는 이었다. 각 전시실은 다양한 전시물 설치에 용이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곳곳에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숨겨져 있다는 설명이 뒤따르고, 신라의 길이라는 한 줄이 사진 하나에 붙는다.
댓글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말이 이 협업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인테리어를 너무 멋지게 해 주었다는 말에 자발적 열정페이라는 답이 돌아왔고, 지분율이 상승했다는 농담에는 소중한 물건 다루듯 디자인해 보았다는 말과 전통적인 분위기도 많이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이 이어졌다.
인테리어 넘 멋지게 해주셨네용
자발적 열정페이네요
05네 곳 중 두 곳

12월 4일에는 제2실이 열렸다. 황금의 나라 신라라는 이름이 붙었고, 황금 예술의 절정이었던 시대를 소개하는 만큼 전시관도 그에 맞게 설계했다는 설명이 붙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시가 아니라 뒤쪽이다. 관리의 용이성을 고려하여 격벽 뒤에 박물관 관계자용 공간도 충분히 확보했으며, 그 관리 시설이 신라역사관 입구의 안내 데스크와도 연결된다고 그는 적었다. 관람객이 볼 일 없는 공간을 굳이 만들어 두고 그 사실까지 설명에 적어 넣었다.
맺음은 물음이었다. 지금까지 신라역사관 네 곳의 전시 공간 가운데 두 곳의 준비가 끝났는데 남은 두 곳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는 것. 그 아래에 박물관 이름으로 된 저작권 표시가 한 줄 붙어 있다.
11월 26일에 착공해 12월 4일에 두 전시실이 준비를 마쳤다. 연내 개장을 목표로 하겠다던 첫 글의 문장을 기준으로 보면 절반이 지나간 자리에서 한 해가 끝났다.
이 도시에는 이미 다른 시간 장치도 하나 있다. 11월 중순에 세워진 타임캡슐인데, 도시의 2000년을 기념해 건설되었고 지하보도를 통해 박물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