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울, 동 단위로 짓기

도일동, 신서동, 한성동. 도시를 동 단위로 나누어 연재하고 한 편에 수십 장을 붙이는 방식. 소양시 하나를 만드는 데 반년이 걸렸고, 세 번째 회를 끝낸 작성자는 그래도 알맹이가 없었다고 적었다.

도일동
도일동© 정프리

도시를 연재하는 방법은 여럿이다. 회차로 나누는 사람이 있고, 시설별로 나누는 사람이 있고, 시기별로 나누는 사람이 있다.

5월에 시작한 이 연재는 행정구역으로 나눈다. 제목의 형식이 그것을 보여 준다. 신서울, 01 소양, 01 도일동.

01동이라는 단위

동은 한국 도시의 가장 작은 행정 단위다. 몇 개의 동이 모여 구가 되고, 구가 모여 시가 된다.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곳을 말할 때 실제로 쓰는 단위이기도 하다.

도시 전체를 보여 주면 스카이라인이 되고 건물 하나를 보여 주면 작품이 되는데, 동 하나는 그 사이에 있다. 걸어서 다닐 수 있고, 여러 종류의 건물이 섞여 있고,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생활이 담기는 크기다.

제목의 번호 체계도 정연하다. 신서울이라는 도시가 있고 그 곁에 01 소양이라는 위성도시가 있으며, 소양 안에 01 도일동, 02 신서동, 03 한성동이 순서대로 온다. 아직 만들지 않은 02 도시와 04 동이 번호 뒤에 예약되어 있다. 정작 제목의 주인공인 신서울은 이번 세 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데, 소양시가 메인이 아니라 신서울이 메인이어서 소양에 다 몰아 버리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고 작성자는 댓글에 적었다.

02설정이 먼저 있는 도시

이 연재가 다른 연재와 갈리는 지점은 사진이 아니라 문서다. 각 회의 서두에는 위성지도가 놓이고, 그 아래 행정 문서 같은 설명이 이어진다.

도일동은 소양시에서 두 번째로 넓은 행정구역이고 소양시청이 그 안에 있다. 처음에는 시청과 소양역 주변 사무구역이 개발계획의 전부였는데, 신서동의 주거 기능이 포화에 이르고 신서울의 국제사무 기능이 옮겨 오면서 전면 개발이 시작됐다고 적혀 있다. 도일마을은 2008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편입됐고, 인근 서부공공구역 근로자를 위한 주택단지로 조성됐으며, 행정업무는 여전히 옛 도일마을 행정복지센터에서 처리한다.

서부공공구역은 소양시 일대의 전기와 하수와 쓰레기를 처리하려고 지었다. 증설용으로 남겨 둔 공터가 있었는데, 지하철 소양선을 비롯한 서부지역 철도를 따로 관할할 목적으로 그 부지에 차량기지가 들어서면서 지금 모습이 됐다. 게임 안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내력이지만, 이런 문장이 붙는 순간 빈터는 '증설용으로 남겨 두었다가 다른 용도로 넘어간 땅'이 된다.

한성동에는 개발제한구역이 붙는다. 가장 넓은 행정구역인데 최근에야 구역이 해제되어 재개발이 진행 중이고, 북쪽 성산면은 아직 해제되지 않은 유일한 미개발지역이며 당분간 해제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전해졌다는 말을 쓰는 도시 연재는 흔하지 않다.

03여든 장

신서동
신서동© 정프리

이 연재의 또 다른 특징은 분량이다. 첫 회 도일동에 마흔두 장, 두 번째 신서동에 예순네 장, 세 번째 한성동에 여든 장.

동 하나를 여든 장으로 보여 주려면 골목까지 다 찍어야 한다. 대로변에서 한 장, 안쪽 골목에서 한 장, 상가 앞에서 한 장, 아파트 단지 안에서 한 장. 실제로 세 번째 회에는 시립도서관이 있어서 이름이 도서공원이 된 아파트 한복판의 공원, 버스가 서면 길이 막히니 별도 대피 차로를 파 만든 정류장, 소양시청 앞 거점병원, 야구장을 중심으로 축구장과 테니스장을 붙인 체육단지, 한성역 앞 가구점까지 하나씩 이름을 달고 들어간다.

체육단지에는 사연이 붙어 있다. 이전에 고척동 일대처럼 꾸며 달라는 요청이 있어 그에 맞춰 조성했고, 완전히 비슷하지는 않아도 느낌이라도 냈다고 적혀 있다. 현대미술관을 두고는 과천 대공원의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된 건지 안 된 건지 잘 모르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여름호에서 우리는 여든한 장을 한 번에 올린 사람을 다루며 물량은 이 게시판의 언어라고 적었다. 그때의 여든한 장은 도시 전체를 훑은 것이고 이번의 여든 장은 동 하나에 집중한 것이라, 같은 분량인데 배율이 다르다.

사진만 한가득인 알맹이 없는 글이 된 것 같아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04반년, 그리고 아쉬움

소양시 하나를 만드는 데 반년이 넘게 걸렸다고 그는 첫 회에 적었다. 건물을 일일이 하나씩 심었기 때문이다. 게임에 맡기면 구역만 지정해도 건물이 알아서 자라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한 채씩 골라 놓았다.

다른 카페에서 이미 진행하던 연재를 옮겨 온 것이어서 중복을 걱정하기도 했다. 이미 나간 부분을 건너뛰고 새 내용부터 올릴까 고민하다가, 여기서 새로 시작하는 만큼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그는 밝혔다.

그런데 세 번째 회를 끝내면서 남긴 말이 이 연재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이번엔 좀 줄여 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오히려 늘어났고, 거창하게 시작해 놓고 정작 사진만 한가득인 알맹이 없는 글이 된 것 같아 여러모로 아쉬웠다고 적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동별로 나누어 한 부분을 자세히 연재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이미 동별로 나눈 연재였는데도 동 하나가 아직 크다고 그는 판단했다. 여든 장을 붙이고 내린 결론이 더 좁게 가겠다는 쪽이었다.

05무엇이 있어야 한국 도시처럼 보이는가

한성동
한성동© 정프리

도시 전체의 이름은 신서울이다. 새 서울. 이 게시판에서 서울은 가장 자주 재현되는 도시여서, 실제 서울을 옮긴 사람이 있었고 궁궐만 지은 사람이 있었고 능선부터 맞춘 사람도 있었다. 신서울은 그 계보에서 한 걸음 비껴 있다. 실제 서울을 옮기는 대신 서울 같은 도시를 새로 짓는다.

실재하는 도시를 옮기면 닮았는지 아닌지로 평가받는다. 서울 같은 도시를 새로 지으면 그 기준에서 자유로워지는 대신 다른 질문이 생긴다. 무엇이 있어야 한국 도시처럼 보이는가.

작성자는 그 답을 두 번째 회에 직접 적었다. 신서동은 거의 대부분이 아파트라 따로 설명할 게 없더라고, 신서울이나 한강 방면에서 바라봤을 때 아파트가 가장 먼저 보였으면 하는 바람에 대규모 주거구역이 됐다고. 그리고 한 줄 덧붙였다. 아무래도 강변에서 아파트가 많이 보여야 좀 한국스러운 느낌이 나니까요.

랜드마크가 아니라 강변에 늘어선 아파트의 열이 한국 도시를 한국 도시로 보이게 한다는 판단이다. 정작 그 아파트를 채운 자재의 이름을 묻는 댓글에 그가 남긴 답에는 두바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06부록이라는 여백

본편 사이사이에는 부록이 낀다. 첫 부록의 제목은 무제였다.

이 부록에는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찍은 이야기가 적혀 있다. 자재 충돌 때문에 자유 시점 카메라를 쓰지 못하다가 확장팩 업데이트 이후 다시 켜 보니 정상 작동하기에 신나서 찍고 다녔다고 그는 적었다. 부록에서는 본편에 넣지 못한 부분을 추려 보여 주겠다는 예고가 그 아래 붙었다.

댓글에는 표지판과 간판의 글자를 직접 만들어 붙이는 도구를 정말 많이 썼다는 감탄이 달렸고, 현실감을 배가하는 데에는 그만한 것이 없더라는 답이 돌아왔다. 산의 능선이 일월오봉도 같다는 말에는 지형 다듬는 게 아직 서툴러 그렇게 됐다는 답이 붙었다.

반년을 들여 한 도시를 채우고, 여든 장을 붙이고도 알맹이가 없다고 적고, 다음에는 더 좁게 가겠다고 말한 뒤, 부록에서는 그저 카메라가 다시 켜져서 신났다고 쓴다. 소양은 세 편으로 끝났고 신서울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제목 체계·사진 수·행정 문서 서술·맺음말은 원문/DB 그대로
  • 동/구/시의 행정 단위 설명과 '소양·한성' 지명 해설은 편집부 배경 서술. 작성자가 어떤 의도로 이름을 골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동 하나는 스카이라인과 작품 사이에 있다', '분량과 밀도는 다른 문제' 등 해석은 편집부 논평
  • 인사글 ID는 미확정
  • 2019 봄호 [고치현, 지명을 한자로] · 여름호 [고인물의 여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