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원, 블록으로 다시
2019 봄호에서 우리는 이 카페에서 두 번 시작되고 두 번 멈춘 건물을 다뤘다. 1년 뒤 같은 건물이 마인크래프트에서 세 번째로 올라갔다. 층수와 높이까지 적힌 채로, 그리고 이번에는 참고할 사진이 충분한 채로.
2019년 봄호에서 우리는 여의도의 파크원을 다뤘다. 아직 현실에 서지 않은 건물을 앞질러 지으려던 두 사람의 기록이었고, 두 번 다 첫 동을 넘어가지 못한 채 연재가 멈춘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적은 어려움이 있었다. 아직 짓는 중인 건물이라 표면에 입힐 사진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1년이 지나 그 건물이 다시 올라갔는데, 이번에는 다른 게임에서였다.
01시티즈인 줄 알았다

5월 말, 마인크래프트 게시판에 짧은 글이 올라왔다. 오늘은 오피스 두 채만 만들어 봤다는 한 줄과 남향 뷰라고 적힌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댓글은 감탄이 아니라 착각으로 시작됐다. 순간 시티즈인 줄 알았다는 말이 달리고, 계속 봤다는 말이 이어지고, 처음에 제목을 시티즈로 착각했다는 말이 또 달렸다. 같은 반응이 다섯 번 넘게 반복되자 글쓴이가 답했다. 이럴 줄 알고 제목에 마인크래프트라고 떡하니 써 놨는데 다들 시티즈라고 하신다고.
착각할 만하기는 했다. 지면에 실은 사진을 보면 아래에서 올려다본 각도에 구름이 흐르고, 붉은 기둥이 모서리를 세로로 감싸며, 유리면에는 층이 촘촘히 그어져 있다. 블록의 각진 맛이 화면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어느 순간 마인크래프트가 아이들 게임이 아니라 건축의 게임이 되어 버렸다는 감상이 그 아래 붙었다.
02층수를 적는다는 것
일주일 뒤 같은 건물이 다시 올라왔는데, 제목에는 리메이크라고 붙어 있었다. 첫 글로부터 이레 만의 재작업이었다.
이번에는 사진에 주석이 달렸는데, A타워 69층 318미터에 B타워 53층 246미터라고 적혀 있었다. 하늘을 배경으로 흰 선 두 줄이 두 타워의 꼭대기를 각각 가리키고, 오른쪽 아래 구석에는 만든 사람의 워터마크가 찍혀 있다.
시티즈에서 건물을 지을 때는 층수를 세지 않는다. 자재를 놓으면 건물이 서고 그 건물이 몇 층인지는 만든 사람도 정확히 모르며, 겉모습이 그럴듯하면 그만이다.
마인크래프트는 블록을 쌓아 올리므로 높이가 곧 블록 수이고, 1블록이 1미터라는 관례를 따르면 318미터는 318블록이다. 층을 나누려면 한 층이 몇 블록인지 먼저 정하고 그것을 예순아홉 번 반복해야 한다. 그러니 주석에 적힌 층수와 높이는 자랑이라기보다 사양서에 가깝다.
겉모습이 그럴듯하면 되는 재현과,
높이가 곧 블록 수인 재현.
03같은 건물, 다른 노동
시티즈의 파크원은 조감도와 골조 사진을 보고 형태를 잡는 작업이었고, 붉은 기둥의 격자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문제였다. 마인크래프트의 파크원은 그 격자를 블록 단위로 옮기는 작업이다. 기둥이 몇 블록 폭인지, 유리창은 몇 칸마다 들어가는지, 층간 간격은 몇 블록인지 먼저 정하고 나면 그 비례를 수백 미터 높이까지 반복한다.
붙들리는 지점도 달라서, 시티즈 쪽 두 사람을 붙들었던 것은 형태가 아니라 표면이었다. 자재를 하나 만들려면 표면에 입힐 사진과 멀리서 볼 때의 모양과 밤에 불이 켜진 모습을 각각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 공사 중인 건물에는 그 사진이 없었다. 블록에는 그 공정이 아예 없는 대신, 같은 벽면을 예순아홉 층 반복하는 일이 남는다.
이 매거진이 다뤄 온 재현의 방식 가운데 가장 육체적인 축에 든다. 지난 가을호에서 우리는 300대짜리 주차 타워를 손으로 쌓은 사람을 다뤘는데, 파크원의 318미터도 그 계보에 있다.
04이제는 자료가 있다
리메이크 글의 댓글에는 다른 사람의 부탁이 하나 달렸다. 파크원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는 중인데 위성사진과 완공된 사진이 별로 없다면서, 전체 구역도 구현되어 있느냐고 물었다.
답은 구체적이어서, 완공 사진은 지도 서비스로 보면 될 것 같고 위성사진은 영상 사이트에서 종종 볼 수 있으며, 다만 옥상 자료는 거의 없다고. 그러고는 오피스 코어 사진과 건물 투시도를 몇 개 가지고 있으니 필요하면 보내 주겠다고 덧붙였다.
1년 전 같은 건물 앞에 섰던 사람은 표면에 입힐 사진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고, 건물이 완공되면 다시 손봐야겠다고 적은 뒤 연재를 멈췄다. 이제는 자료를 가진 사람이 생겼고, 필요하면 보내 주겠다는 말이 그 아래 붙는다.
05한 건물이 여러 번 지어질 때
여의도의 파크원은 이제 여러 곳에 있다. 현실에 하나, 시티즈에 미완으로 둘, 마인크래프트에 하나.
이런 일이 생기는 건물에는 공통점이 있다. 형태가 특이하고, 위치가 상징적이며, 무엇보다 알아보기 쉽다. 붉은 기둥의 초고층 건물은 실루엣만으로 구별되니, 재현하는 사람에게는 노력 대비 효과가 큰 대상이다.
여러 사람이 같은 건물을 지으면 비교도 생긴다. 누가 더 닮게 지었는지가 아니라 각자의 재료로 무엇이 가능한지가 드러난다. 같은 계절 특집호에서 우리는 세 개의 경복궁을 나란히 놓았고, 여기서는 세 번의 파크원을 나란히 놓는다. 두 번은 시티즈에서 멈췄고 한 번은 블록으로 끝까지 올라갔다.
첫 글의 마지막 사진에는 설명이 한 줄 붙어 있었다. 마지막은 역시 셀카. 300미터 넘게 쌓아 올린 건물 앞에 자기 캐릭터를 세워 두고 찍은 사진이다. 리메이크 글의 첫 댓글은 기세를 몰아 여의도 전체를 하자는 부추김이었고, 그 뒤로도 여의도를 마저 재현하라는 말이 한 번 더 달렸다. 두 번 멈춘 건물의 이야기는 2019 봄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