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철과 스크린도어
삼지창형 분기점, 2층 다리, 지상철, 그리고 열리지 않는 스크린도어까지. 나흘 사이에 쏟아진 인프라 작업과 그 아래 달린 댓글을 따라가며, 부품을 고르는 대신 손으로 겹쳐 붙이던 봄의 한 사람을 읽는다.
도시를 짓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번 호 앞쪽에서 우리는 역 하나를 두 달째 짓고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이 기사의 사람은 나흘 사이에 분기점 둘과 2층 다리 둘과 지상철과 스크린도어를 차례로 올렸다.
4월 8일 하루에만 세 건이 올라왔다. 삼지창형 고속도로 분기점, 새로 만든 분기점, 그리고 2층 다리 두 개 완공.
01삼지창이라는 이름
삼지창이라는 이름은 본인이 지은 것이 아니다. 외국인들에게 먼저 보여 줬더니 삼지창이라고 하더라는 말이 본문에 적혀 있고, 500시간밖에 안 한 뉴비라 많이 어설프다는 겸사도 함께 붙어 있다. 댓글은 그 이름을 각자 고쳐 불렀다. 그리스 문자 프사이를 닮았다는 사람, 아쿠아맨이라고 부른 사람, 그리고 정확한 용어를 아는 사람이 붙인 스택형이라는 한 마디.
어떻게 해야 저런 모양이 나오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답은 취향이 아니라 지형이었다. 분기점 아래를 관통하는 도로가 곡선인 채로 돌아가 있어서 저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것을 만든 덕분에 사십만 도시에서 교통률 80퍼센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고, 두 번째 사진 오른쪽에서 바로 다시 갈라지는 부분은 안 막히느냐는 물음에는 공단 입구인데 차가 안 막힌다고 답했다.
같은 날 올린 두 번째 분기점은 조건이 반대였다. 공간이 없어서 최대한 작게 만들었는데 어떠냐고 물었고, 요건 장노출이라는 한 줄이 사진 두 장 사이에 붙어 있다. 컴팩트하게 잘 넣었다는 평과 분기점이 분기분기하다는 감상이 나란히 달렸다.
02아름답게 막히는 차들
그날의 세 번째 글은 2층 다리였다. 하나는 원래 있던 것인데 이용량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돼서 하나 더 뚫었다고 했다. 사진 석 장에 붙은 설명은 각각 이랬다.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분기점, 야경샷(이거 왜 찍었지), 그리고 아름답게 막히는 차들.
막히는 차를 자랑처럼 올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알흠다운 교통 정체라는 댓글에 그는 그놈의 한 줄 서기보다는 훨씬 낫다고 답했고, 한 줄 서기가 아니다 보니 막힌 것을 보는데도 속이 시원하다는 말이 뒤따랐다. 차가 한 차로에 길게 늘어서는 대신 여러 갈래로 나뉘어 서 있으면, 같은 정체라도 화면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2층 다리는 어떻게 만드느냐는 물음에는 도구 두 개가 답으로 나왔다. 구조물을 겹쳐 놓게 해 주는 도구와 놓인 것을 다시 옮기는 도구가 둘 다 필요한데 은근히 어렵고, 특히 곡선 구간은 토 나올 정도로 힘들다는 것이었다. 같은 호 CSUR 기사에서 육백 개가 넘는 부품을 두고 논쟁이 붙던 그 봄에, 이 사람은 맞는 부품을 찾는 대신 있는 것을 겹쳐 놓고 손으로 밀어 붙였다.
03소름 돋는 무언가
다음 날 지상철이 완공됐다. 사진은 열두 장이고 본문은 세 줄이었는데, 그중 첫 줄이 이랬다. 지하철 문에 소름 돋는 무언가가 있으니 찾아보라고. 나머지 두 줄은 게임 시간이 400시간을 넘겼다는 말과 인구 50만을 달성했다는 말이었다.
숨긴 것은 곧 발각됐다. 열차 문 옆에 애니메이션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고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게 뭐냐고 묻는 사람에게는 안 보는 쪽을 추천한다는 답이 갔고, 원한다면 다른 노선 사양도 있다며 자기 것을 내미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 열차에는 안 붙어 있다는 사람에게는 필수 자재를 구독했는지 되묻는 답이 붙었다.
지면에 실은 첫 화면이 그날의 지상철이다. 저녁 빛이 낮게 깔린 하늘 아래로 고가가 화면을 비스듬히 가로지르고, 그 위에 차로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갈래 사이에 궤도 한 쌍이 끼어 있고 전동차 한 편성이 도심 쪽으로 달린다. 왼쪽은 고층 아파트 단지이고 오른쪽은 간판이 빽빽한 상업지이며, 저 멀리 언덕을 넘어가는 또 하나의 긴 교각 고가가 보인다.
지난 봄호에서 우리는 도시고속도로 아래로 내려가 기둥에 붙은 다리 이름을 읽었다. 위에서는 차가 달리고 아래에서는 사람이 걷는다고 그때 적었는데, 이 화면에서는 그 사이에 궤도가 한 겹 더 들어가 있다.
지하철 문에 소름 돋는 무언가가 있으니
찾아보세욤.
04문이 열리냐고요
4월 12일, 사진 한 장짜리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보았습니다였고 본문은 두 줄이었다. 문이 열리냐고요. 안 열리는데요.
댓글은 그 두 줄을 받아 이어 갔다. 움직이는 그림을 넣기도 어렵고 넣어도 열차와 맞추기가 어렵다는 설명이 하나 붙었고, 열차 문도 안 열리니 상관없다는 말이 그 옆에 붙었다. 알고 보니 고장 난 것이었다는 농담에 그는 시설물 관리를 안 하는 시장이라고 받았다. 저 자재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에게는 주소를 하나 답으로 남겼다.
이 매거진이 같은 문답을 만난 것은 세 번째다. 2018 겨울호에서 손으로 세운 톨게이트는 차단기를 내릴 방법이 없어 하이패스가 되었고, 지난 겨울호의 공항은 직접 만든 것이 기능하느냐는 물음에 기능하는 모듈을 곁에 둔다는 답을 내놓았다. 스크린도어는 그 계보에서 가장 짧게 답했다.
열이틀 뒤, 연구소 게시판에 다른 종류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식 스크린도어를 직접 만드는 중이라는 글이었고, 서울시 자료에서 치수를 보고 만들었는데 게임 안에서 제대로 맞을지는 모르겠다는 말이 붙어 있었다. 광고도 들어가느냐는 물음에는 안전을 위해 안 된다고 답했고, 높이는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더라는 말에는 지상 2.5미터 지하 2.3미터로 알고 있다고 알려 주는 사람이 있었다. 열리지 않는 문을 가져다 붙인 사람과 열리지 않는 문의 치수를 재는 사람이 같은 달 안에 있었다.
05모든 나라를 섞는 중

4월 11일 그는 다리를 하나 올렸다. 덴마크에 있는 다리와 다른 게임에 나오는 다리를 섞었다는 설명이었고, 여기 들어간 도로는 아마 폴란드 도로로 추정된다는 말이 뒤에 붙었다. 같은 주 다른 글에서는 한국식 버스전용차로에 유럽 굴절버스를 굴려 놓고 이렇게 적었다. 맞습니다, 모든 나라 퓨전하고 있습니다.
지면에 실은 화면에는 도시가 없다. 흐린 하늘 아래 넓은 하구를 사장교 하나가 건너고, 흰 주탑에서 뻗은 케이블이 상판을 잡고 있다. 다리는 양쪽에서 낮은 교각 고가로 이어져 숲이 덮인 구릉 안으로 사라지고, 화면 오른쪽 위로는 또 하나의 다리가 멀리 물을 건넌다. 왼쪽 물가에는 흰 원통 탱크 몇 개가 선 작은 부두가 있다.
댓글은 다리보다 물을 봤다. 강이 말랐다는 지적에 그는 위에 있는 댐 때문에 막힌 것이라고 답했고, 현실처럼 보조 수로를 뚫어 일정한 유수를 유지해 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이어졌다. 다리 아래로 거대 유조선이 지나가는 모습을 연출해 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주에 그는 공항도 완공했다. 고가 밑에 공항 짓는 미친 시장은 자기뿐일 거라고 적었는데, 활주로 아래로 도로가 지나가는 것은 몇 번 봤어도 활주로 위로 고가가 지나간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달렸다. 층은 그런 식으로 계속 늘었다.
도시는 곧 끝났다. 4월 9일 그는 50만 도시의 개발이 끝났다며 내일부터 새로운 도시로 찾아뵙겠다고 알렸고, 이틀 뒤에는 새 도시 인구가 아직 4만밖에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400시간 내내 바둑판 인생이라는 자평이 그 아래 달려 있다.
스크린도어를 올린 같은 날, 그는 도시에 커다란 호수를 만들었다며 사진 석 장을 더 올렸다. 댐 수위 조절에 실패해 물이 불어난 것이었고, 쓰나미냐는 물음이 곧바로 붙었다. 본문은 두 줄이었다. 지하철 선로를 꿀꺾.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