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경복궁

재연재와 프로젝트 서울에 더해, 같은 봄 또 한 사람이 경복궁을 복원했다. 전각마다 헐린 해와 되살린 해를 적어 가며 지은 세 번째 궁과, 현실보다 더 짓고 덜 지은 자리들을 읽는다.

경복궁 복원
경복궁 복원© 짱구uk

이 특집호의 앞선 기사에서 우리는 두 개의 경복궁을 보았다. 2018년에 지어져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은 궁, 그리고 북악산의 능선부터 맞춰 가며 짓는 중인 궁.

같은 봄, 세 번째 경복궁이 나타났다. 4월 말에 올라온 그 글에는 사진이 예순 장 넘게 붙어 있었고 전각마다 설명이 따로 달려 있었다.

01궁궐 복원 프로젝트 제1탄

이 사람은 자기 작업에 궁궐 복원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제1탄으로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을 골랐다. 제1탄이라는 표현에는 다음이 예정되어 있다. 조선에는 다섯 궁궐이 있으니 창덕궁과 창경궁, 덕수궁과 경희궁으로 이어 가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

본문의 첫 문장은 인사였다. 경복궁을 소개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자재를 제작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는 것. 이 취미의 예의이면서 동시에 조건이기도 한데, 궁궐 하나를 세우려면 수십 종의 전각 자재가 필요하고 그것을 만든 사람은 대개 따로 있으므로 짓는 사람은 조립하는 사람이 된다.

이 특집호의 첫 기사에서 우리는 한옥 자재가 열 개 될까 말까 하던 2018년을 보았다. 2년 사이에 조건이 완전히 달라졌고, 자재가 늘어나자 궁을 짓는 사람도 늘었다.

이 궁은 가입 인사와 함께 나타났다. 4월 하순에 그는 가입한 기념이라며 지금까지 작업하고 있는 경복궁과 육조거리의 진행 상황을 사진 몇 장으로 먼저 올렸고, 나흘 뒤 전체를 공개했다.

02월대는 아직, 해태상은 제자리

경복궁과 육조거리
경복궁과 육조거리© 짱구uk

설명은 전각 단위로 정확하다. 광화문에 대해 그는 월대까지는 복원하지 못했지만 해태상을 원 위치와 거의 비슷하게 배치했으며 차후 월대 또한 복원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광화문 영역에서는 용성문과 협생문, 동서 수문장청과 일각문을 차례로 짚는다. 흥례문에 이르러서는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의해 철거되었으나 2001년 다시 복구되었다는 이력을 적고, 크기가 근정문과 거의 같아 동일한 자재를 썼다고 밝힌다. 첫 호에서 다룬 2018년의 궁이 자재가 없어 근정문 자리에 흥례문을 놓았던 것과는 정반대 방향의 대체다.

월대까지는 복원하지 못했지만
해태상은 원 위치와 거의 비슷하게.

03헐린 해와 되살린 해

이 글의 성격은 전각 설명에 붙은 연도에서 드러난다. 강녕전 일대는 1917년 창덕궁 대화재 당시 창덕궁 권역을 복구하려고 일제가 모두 헐었다가 1990년대에 다시 복원했고, 흥복전도 같은 이유로 헐렸다가 최근에 복원되었으며, 만경전은 같은 화재 때 경훈각을 복구하느라 헐렸다.

소주방은 1915년에 헐렸다가 2015년에 복원되었다. 동궁 권역의 자선당과 비현각은 일제강점기에 팔려 나갔다가 1999년에 다시 섰고, 건청궁은 1939년 조선총독부 미술관이 들어선 뒤 2006년에 복원되었다. 사정전 권역의 만춘전은 6·25전쟁 당시 포탄에 파괴된 뒤 복원한 건물이라고 그는 적었다.

되살아나지 못한 자리도 적혀 있다. 선원전은 1931년 일제에 의해 이전되었고 그 자리에 국립민속박물관이 들어섰는데, 박물관을 짓는 과정에서 남아 있던 선원전 유구와 일제강점기에도 훼철되지 않은 부속 건물들까지 훼철되어 복원이 어렵게 되었다는 설명이 붙는다. 첫 호에서 우리가 선원전 자리를 밀고 선 민속박물관이라고 한 줄로 적었던 대목이 여기서는 한 문단으로 풀린다.

계조당에 대해서는 경복궁 안에서 가장 최근에 복원 공사를 시작한 곳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이 사람은 전각을 자재로 보지 않고 연표로 본다.

04현실에 없는 것까지

눈에 띄는 것은 그가 현실보다 더 지었다는 점이다.

강녕전 부속 건물들을 잇는 복도각은 현실에서 복원되지 못했지만 게임에서는 각 건물을 복도각으로 연결했고, 흥복전의 북행각과 서행각도 현실에서는 복원되지 않았으나 게임에서는 구현했으며, 수정전 주위의 복도각도 마찬가지로 재현했다. 자경전과 자미당도 복도각으로 이었다.

반대로 현실에 있는데 게임에 넣지 못한 것도 있다. 강녕전과 교태전은 왕과 왕비의 침전이라 지붕에 용마루가 없는데, 강녕전에서는 그 특징을 적어 두면서도 교태전에 대해서는 게임에서 구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복원되지 않은 회랑은 채워 넣고 사라진 용마루는 채우지 못한다. 어느 쪽도 완성이 아니어서, 이 궁은 현실의 경복궁보다 조금 더 크고 조금 덜 정확하다.

05육조거리와 후원

궁 밖도 함께 지었다. 지금 광화문광장으로 다니는 도로를 모두 지하화하고 육조거리를 복원하는 중이라고 그는 적었는데, 의정부 3분의 2 지점까지는 경복궁 축을 따라가다가 그 이후로는 관악산 방향으로 기우는 원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육조거리가 곧은 직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의 문장이다.

그러면서 램의 압박이 점점 더 심해지지만 조금씩 채워 나가 육조거리를 완벽히 재현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덧붙였다. 궁 하나와 그 앞 거리를 통째로 세우는 일은 컴퓨터가 먼저 비명을 지르는 종류의 작업이다.

앞선 두 궁과 다른 점은 후원이다. 그는 경복궁 후원의 전체 구조를 따로 보여 주고 공원 구역으로 나눈 경복궁과 후원의 모습을 함께 올려, 담장 안쪽만이 아니라 그 북쪽까지 범위에 넣었다.

첫 호에서 다룬 2018년의 궁은 태원전과 향원정, 건청궁까지 지었지만 그 너머는 청와대의 자리로 남겨 두었고, 신무문을 옮기면 청와대까지 밀린다던 축 이야기가 거기서 나왔다. 능선을 맞추던 사람도 같은 봄 댓글에서 청와대보다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던 후원을 만들어 볼까 싶다고 적었다. 같은 궁을 지어도 어디까지를 궁으로 볼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06여러 개의 같은 궁

겨울의 경복궁
겨울의 경복궁© 짱구uk

한 봄에 세 개의 경복궁이 나란히 있었다. 하나는 2년 전에 지어져 이제 사진으로만 남은 궁이고, 하나는 북악산의 능선부터 맞춰 가는 궁이며, 하나는 전각의 복원 이력을 짚어 가며 새로 짓는 궁이다.

서 있는 자리도 저마다 다르다. 능선을 맞춘 궁 뒤에는 손으로 깎은 북악산이 있는데, 이 세 번째 궁 뒤에는 게임이 준 지형이 그대로 놓여 바위 봉우리 하나가 뾰족하게 솟아 있고 그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궁 자체를 지으려는 사람과 궁이 놓일 서울을 지으려는 사람이 서로 다른 곳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이 궁에도 결국 눈이 내렸다. 5월 중순, 스노우폴을 구입한 기념으로 겨울 테마를 적용했다며 올린 사진의 제목은 겨울의 경복궁이었고, 역시 여러 각도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말이 괄호 안에 붙어 있었다. 실제로도 경복궁 설경을 만나 보고 싶다는 댓글이 그 아래 달렸다.

첫 호를 닫으며 우리는 눈 내린 경복궁을 두고, 축과 대칭과 자재를 이야기하던 목소리들이 전부 지붕 아래로 들어가고 남은 것은 흰 지붕과 붉은 기둥뿐이라고 적었다. 2년 뒤 다른 사람이 지은 궁에서도 같은 장면이 나왔다.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조선 다섯 궁궐로 이어질 계획'은 '제1탄'이라는 표현에서 편집부가 추정
  • 06절의 '바위 봉우리가 솟아 있고 그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는 게재 사진에 보이는 범위이며, 이 궁이 서울 지형이 아닌 별도의 맵 위에 서 있다는 서술의 근거다
  • '현실의 경복궁보다 조금 더 크고 조금 덜 정확하다', '전각을 자재로 보지 않고 연표로 본다' 등은 편집부 논평
  • 2018 겨울호 [경복궁, 눈이 내릴 때까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