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 그리고 산불
궁 앞 세종대로를 짓던 기록. 동상이 아직 없던 시절의 아쉬움, 발굴 중인 의정부 터, 나무를 많이 심어 난 산불, 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뒷블록에 대한 서운함까지 재연재가 남겼다.
궁을 짓기 전에 궁 앞의 거리를 먼저 짓는다. 첫 호에서 우리는 그 순서를 두고 태도의 문제라고 적었다. 이 궁은 도시에서 떼어 낸 유적이 아니라 도시의 한복판이라는 태도였다.
재연재의 두 번째 회가 그 거리를 다룬다. 서울의 가장 상징적인 거리, 세종대로. 회는 서촌 입구에서 바라본 정부청사로 시작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끝난다.
회마다 머리에는 원래 연재된 날짜가 붙어 있다. 첫 회가 2018년 1월 7일, 두 번째 회가 1월 8일, 세 번째와 네 번째 회는 나란히 1월 9일이다. 2018년의 사흘이 2020년에는 보름 남짓에 걸쳐 다시 올라왔다.
지면에 실은 표지 사진이 그 거리를 위에서 보여 준다. 앞쪽에는 철제 울타리를 두른 잔디 광장이 부챗살처럼 갈라져 있고 그 한가운데 흰 포장 위에 검은 사각 구조물이 놓였다. 광장 너머로 대로가 가로지르고 건너편에는 가로수를 심은 보도와 열주를 세운 낮은 건물, 유리 청사가 늘어서며, 오른쪽 끝으로 궁장과 문루가 걸린다.
01동상이 없던 시절
도입부에는 아쉬움이 하나 적혀 있다. 두 동상이 없던 때라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는 것.
세종대로에는 두 개의 동상이 있다.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인데, 2018년 초에는 그 자재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첫 회의 사진 한 장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 대신 배치했던 기마상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자리를 비워 두는 대신 비슷한 형태의 다른 동상으로 표시해 둔 것으로, 첫 호에서 우리가 다뤘던 대체의 문법이 여기서도 반복된다. 없으면 비슷한 것으로 메우고, 언젠가 자재가 나오면 바꾼다.
다만 이 도시에는 그 언젠가가 오지 않았다. 동상 자재는 나중에 만들어졌지만 도시는 그 전에 사라졌고, 대신 세종대왕 동상 뒤에 있는 잔디마당은 그때 이미 구현해 두었다는 기록이 남았다.
02발굴 중인 자리
두 번째 회에는 게임 밖의 공사도 하나 등장한다.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을 두고 그는 옛 의정부 자리이며 현재 의정부 터를 발굴 중이라고 적었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끝나면 복원된 건물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전언을 덧붙였다.
댓글에서 한 사람이 의정부는 언제쯤 복원이 완료되겠느냐고 물었다. 답은 신중했다. 육조거리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좋은 건물이지만 발굴이 마무리되고 계획을 짜려면 오래 걸리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게임 안에서 하루면 서는 건물이 게임 밖에서는 땅을 파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 재연재가 다루는 거리는 2018년의 화면 안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같은 자리의 현실은 2020년에도 아직 발굴 중이었다.
03산불
이 회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조경에서 나온다. 게임의 기묘한 시뮬레이션에 따라 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더니 산불이 났다고 그는 적었다.
조경을 위해 나무를 촘촘히 심으면 화재 위험이 올라가고 어느 날 불이 붙는다. 불이 난 자리는 도심 한복판, 세종문화회관 뒤편이었다.
불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띈다. 보기 드문 산불이라 열심히 찍어 봤다고 그는 적었고, 가을 겨울 분위기도 난다는 감상까지 덧붙였다. 수습할 사고가 아니라 찍어 둘 거리였다.
지난 호들에서도 같은 태도를 만났다. 톨게이트에서 차들이 로터리처럼 한 바퀴씩 돌던 일과 경회루 연못의 물이 자꾸 흘러나가던 일이 그렇게 기록으로 남았다.
보기 드문 산불이라
열심히 찍어 봤습니다.
04어김없이
첫 호에서 우리는 이 궁의 화재를 다룬 적이 있다. 영추문에 불이 붙어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청사 별관이 함께 탔고, 불이 청사 본관으로 옮겨붙었으며 국립고궁박물관까지 번졌던 사건이다. 그때 우리는 궁이 여러 번 불탄 적이 있으니 이 궁도 그 이력을 조금 물려받았다고 적었다.
재연재를 읽으면 그 화재가 한 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네 번째 회에도 어김없이 발생한 정부청사 화재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어김없이. 이 도시에서 정부청사는 습관적으로 불탔다.
읽는 쪽도 그 습관을 알고 있었다. 산불 사진에는 빅-화재라는 짧은 댓글이 달렸고 장안의 화재라는 답이 돌아왔으며, 불이 나지 않은 다섯 번째 회에는 이번에는 불이 안 났다는 댓글이 달렸다. 불이 나지 않은 편이 오히려 언급할 일이 되었다.
05주목받지 못한 뒷블록

이 회에는 서운함도 한 줄 적혀 있다. 배경이 되는 뒤쪽 블록들도 대강 채워 줬는데 주목을 한 번도 못 받았던 게 아쉽다는 것.
눈에 띄는 랜드마크는 칭찬을 받고 그 뒤를 채운 평범한 건물들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데, 정작 그 뒷블록이 없으면 랜드마크는 허공에 뜬다. 같은 회에서 그는 세종문화회관 뒤쪽 공원도 완성했다고 적었고, 거리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 좋은 것 같다는 감상을 남겼다.
지면에 실은 사진이 그 배경의 정체를 보여 준다. 광화문과 궁장은 이미 반듯한데 담 안쪽은 통째로 초지이고, 그 초지 끝에 탑 한 채와 작은 집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화면의 뒤를 메우고 있다. 세 번째 회는 이 화면에 텅 빈 궁역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2년 뒤의 재연재에서 그는 그 서운함을 기어이 적어 두었다. 그때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으므로 이제 자기가 말한다.
2018년의 연재가 도시를 보여 주었다면 2020년의 재연재는 그때 하지 못한 말을 덧붙인다. 두 번째 회는 다음 편에서 드디어 경복궁이 나온다는 예고로 끝나는데, 그 예고 뒤에 이어진 것이 이 텅 빈 궁역의 화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