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 Daejun

첫 도시가 메모리 한계로 멈춘 바로 그날, 같은 사람이 두 번째 도시를 올렸다. 이름은 Nea Daejun이고 앞 도시의 이름은 Nea Seoul이었다. 설정은 붙어 있지만 밝히지 않겠다는 한 문장과 함께 시작한 도시, 그리고 닉네임과 같은 이름의 열차가 그 도시를 지나간 날의 기록.

Nea Daejun 전경
Nea Daejun 전경© N700A

10월 1일에는 같은 사람이 쓴 글 두 편이 올라왔다. 앞 글은 첫 도시가 더 이상 확장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끝나고, 뒤 글은 새로운 도시라는 말로 시작한다. 사이에 놓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새 도시의 이름은 Nea Daejun이었다. 나름대로의 설정이 붙어 있지만 넘어가겠다는 말이 곧바로 이어지고, 괄호 안에 앞 도시의 이름이 처음으로 밝혀진다. Nea Seoul이었고 거기에도 설정이 붙어 있었지만 역시 넘어가겠다고 그는 적었다. 닷새 동안 시린이라는 제목만 달고 올라오던 도시에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은 도시를 닫은 뒤에야 나왔다.

01약간 깔끔한 느낌

새 도시를 소개하는 문장은 한 줄이다. 저번 도시 때 한 시행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서 저번 도시보다는 약간 깔끔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이었는데, 단정하지 않는 어미가 세 번 겹쳐 있다.

산업 구역의 큰길
산업 구역의 큰길© N700A

지면에 실은 첫 화면이 그 깔끔함이 무엇을 뜻하는지 보여 준다. 넓은 아스팔트 도로가 화면 가운데를 곧게 가르고 양옆으로 창고형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데, 외벽마다 빨강과 노랑과 파랑의 사각형을 굵은 검은 선으로 나눈 무늬가 그려져 있다. 게임에 원래 들어 있는 산업 자재이고, 손으로 고른 흔적이 있다면 그것을 한 줄로 세워 큰길을 만든 배치 쪽이다. 도로 양쪽에 잔디 띠가 일정한 폭으로 남아 있고 멀리 항만 크레인이 보인다.

첫 도시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안을 빽빽하게 채우는 방식이었다면, 새 도시는 물을 훨씬 넓게 쓴다. 지면의 전경 화면에서 도시는 반도 끝의 한 무리로 모여 있고 나머지는 물과 숲이며, 섬과 섬 사이를 다리가 건너간다. 화물선 여러 척이 만에 떠 있고 해가 낮게 걸려 수면에 긴 빛줄기가 놓인다.

02밤의 역

밤의 역 구내
밤의 역 구내© N700A

두 번째로 실은 화면은 밤의 역이다. 유리로 둘러싼 연결 통로와 승강장 지붕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뒤편에 벽처럼 늘어선 고층 건물의 창보다 밝고, 초록 띠를 두른 통근형 전동차가 승강장에 서 있으며 그 옆으로 여러 갈래의 선로가 어둠 속으로 뻗는다. 승강장 위에 사람이 몇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철도는 이 사람의 도시에서 계속 중심에 있었다. 첫 도시의 마지막 화면 가운데 하나도 승강장이 여러 벌 늘어선 역 구내였고, 거기에는 고가 도로와 여러 갈래의 선로가 함께 담겨 있었다. 새 도시에서도 같은 구도가 반복되는데, 다만 이번에는 밤에 찍혔고 역 구내가 도시에서 가장 밝은 자리에 놓였다. 도시의 다른 부분이 아직 어두운 동안 역만 먼저 완성되어 있는 화면이다.

03이름과 같은 열차

신대전을 지나는 고속열차
신대전을 지나는 고속열차© N700A

닷새 뒤에 올라온 글은 도시가 아니라 열차 한 대를 다룬다. 제목은 그 고속열차의 형식명이었고, 본문은 신대전에서 촬영된 열차라는 소개로 시작한다. 게시판에서 이 사람이 쓰는 이름이 바로 그 형식명이다.

설명은 짧지만 꼼꼼했다. 전광판을 보니 히카리 등급인 것 같다는 관찰이 먼저 나오고, 팬터그래프의 위치와 길이를 보니 특정 철도회사 기준의 16량 정규 편성인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 뒤따른다. 자기가 놓은 열차를 두고 남의 사진을 읽듯 적은 문장인데, 실제로 도시 안에서 지나가는 것을 찍어 놓고 보면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지면에 실은 화면에서 흰 고속열차는 초록 잔디 위로 완만하게 휘어진 고가를 달리고 있고, 그 위를 검은 철제 트러스 다리가 가로지른다. 다리 아래 그림자가 잔디에 격자로 떨어지고 왼쪽 뒤로 고층 건물이 서 있다.

댓글은 뜻밖의 곳으로 갔다. 오늘 실물을 봐서 문득 생각나 들렀다는 말이 붙었고, 일본에 사느냐는 물음에 1년 넘게 살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전에 어느 현에 살 때 많이 탔는데 지난해 태풍으로 그 노선의 차량이 전멸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고, 대답 대신 붙은 것은 울음을 뜻하는 자음 몇 개였다.

04설정은 넘어가겠습니다

이 도시에 대해 남은 기록은 많지 않다. 도시 이름 두 개와 설정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설정을 밝히지 않겠다는 문장이 전부다. Nea Seoul과 Nea Daejun이라는 이름을 나란히 놓으면 앞에 붙은 말이 무엇을 하려던 것인지 짐작은 되지만, 짐작을 확인해 줄 문장은 어디에도 없다.

도시를 짓는 사람들이 대개 설정을 길게 적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매거진이 다뤄 온 도시들은 시청 소재지와 인구와 연혁을 표로 만들고 노선도를 그려 붙였다. 같은 계절에 새 도시를 시작한 다른 사람은 도시의 이름과 상징까지 만들어 첫 글에 실었다.

두 번째 도시의 첫 글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대신 화면을 서른 장 넘게 붙였다. 설명이 필요한 자리마다 사진이 대신 들어가 있는 구성인데, 첫 도시의 연재도 같은 방식이었다.

그 글에 처음 달린 댓글은 한 글자였다. 붙. 본문에서 설정이 붙어 있다고 쓸 때 받침을 잘못 적은 자리를 짚은 것인데, 새 도시의 첫 글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반응이 맞춤법 정정이었다는 점이 이 게시판의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그 아래로는 잘 만들었다는 인사와 사랑스럽다는 말이 붙었고, 아무 말 대잔치냐는 답이 돌아왔다.

마지막에 달린 댓글은 네 글자였다. 네아 대전. 영문으로만 적혀 있던 도시 이름을 한글로 소리 내어 읽어 준 것이고, 그것으로 이 도시의 이름은 게시판에서 한 번 발음되었다.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도시 이름·설정을 밝히지 않겠다는 진술·등급과 편성에 대한 판독·일본 거주 문답은 원문 그대로다
  • 사진 묘사(원색 사각형 외벽의 창고형 건물과 항만 크레인, 밤의 유리 연결 통로와 초록 띠 전동차, 곡선 고가와 철제 트러스 다리)는 지면에 실은 네 장에 보이는 범위다
  • 'Nea'가 무엇을 뜻하는지 원문은 밝히지 않았다. 04절에서 짐작만 언급하고 뜻을 단정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 02절의 '철도는 이 사람의 도시에서 계속 중심에 있었다'는 첫 도시 마지막 글의 화면과 새 도시의 화면을 대조한 편집부 관찰이다
  • 04절의 '화면을 서른 장 넘게 붙였다'는 게시글에 실린 이미지에 대한 서술이며 활동량 지표가 아니다
  • '신대전'은 원문 표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고, 도시명 Nea Daejun과의 관계를 편집부가 확정하지는 않았다
  • 지면 미게재: 철도회사 실명(JR도카이 → '특정 철도회사'), 지명(나가노현 → '어느 현'), 열차 형식명 일부. 회원 닉네임은 본문에 옮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