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을 갈아 끼우다

자기 도시의 중앙역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이 역 자재를 직접 만들어 통째로 갈아 끼웠다. 이유는 셋, 조건은 둘이었고, 결과는 여유 공간 여섯 칸이었다. 그리고 역을 바꾼 진짜 이유는 역 뒤편에 있었다.

교체된 뒤의 중앙역
교체된 뒤의 중앙역© 무스카

도시를 짓다 보면 이미 놓은 것을 다시 놓아야 할 때가 온다. 이 매거진은 그런 장면을 여러 번 다뤘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다리를 헐고 다시 지었다가 결국 원래대로 되돌린 관문이 있었고, 옛 공항이 작아 보인다며 새 맵에서 다시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10월 중순에 올라온 한 글은 그 작업을 문서처럼 정리했다. 제목은 역 교체 기록이고, 첫 문장은 자기 도시의 중앙역으로 쓰려고 이번에 역 자재를 만들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01세 가지 불편

교체 전의 역
교체 전의 역© 무스카

바꾸기로 한 이유는 번호를 매겨 셋으로 정리되어 있다. 승강장 길이가 짧아 긴 외부 열차가 드나들 때 꼬이는 현상이 있었다는 것, 역 건물의 면적이 크다 보니 광장 같은 여유 공간이 없어서 중앙역이라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공간이 부족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차와 도시 안을 도는 열차가 같은 승강장을 써서 정체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지면에 실은 낮 화면이 그 상태다. 뾰족한 지붕을 얹은 커다란 석조 역 건물이 화면 왼쪽 절반을 차지하고, 그 옆으로 어두운 승강장 지붕이 여러 갈래 뻗으며 선로가 굽어 나간다. 건물과 도로 사이에 광장이라 부를 만한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대안은 오래전부터 생각해 둔 것이었다. 모듈식 승강장 자재에 얇게 벽만 세워 역 건물처럼 보이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하고 있었다고 그는 적었다. 그래서 찾을 역의 조건도 둘로 정리됐다. 중앙역이니 권위가 있는 건물일 것, 그러면서도 역 건물 자체는 폭이 얇을 것.

두 조건에 맞는 역을 찾다가 눈길이 간 것이 어느 항구 도시의 역이었고, 그것을 차용하기로 했다.

02여유 공간 여섯 칸

교체의 성과는 칸 단위로 계산되어 있다. 옛 역은 정문 쪽 폭이 네 칸이고 후문 쪽이 한 칸이었는데, 새 역은 정문이 한 칸이고 후문은 벽만 있으므로 영 칸이어서 모두 여섯 칸의 여유 공간이 생겼다. 여기에 정문 쪽 도로를 자전거 도로가 있는 여섯 차로에서 없는 여섯 차로로 바꿔 공간을 조금 더 얻었다.

승강장 수는 그대로 열이었지만 배분이 달라졌다. 외부 열차가 통짜 복선 승강장 자재를 써서 네 선을 쓰던 것을 단선 승강장으로 바꿔 두 선만 쓰게 했고, 그렇게 아낀 자리를 완행과 급행에 다시 나눠 주었다. 어느 선이 어느 노선의 무엇을 맡는지가 옛 배분과 새 배분으로 나란히 표까지 만들어져 있다.

여유가 생긴 정문 앞에는 광장과 택시 승차장을 놓았다. 택시 승차장은 물론 장식일 뿐이라는 단서가 괄호 안에 붙어 있는데, 이 매거진이 오래전에 다룬 손으로 세운 관문이 차단기를 내릴 수 없어 하이패스가 되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단서다.

03진짜 이유는 뒤편에 있었다

후문 쪽 승강장
후문 쪽 승강장© 무스카

글의 후반에서 이유가 하나 더 나온다. 역 교체의 가장 큰 이유라고 그가 직접 적은 것은 앞의 세 항목이 아니라 후문 사정이었다. 원래 역 앞에는 지하철과 노면전차만 있고 버스 노선이 없었는데, 버스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보니 근처 쇼핑몰을 지나는 노선에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노선이 중앙역을 지나지 않는 데 있었다. 중앙역에서 버스 정류장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탓에 시청역과 무역센터역 정류장으로 사람이 몰렸고, 그래서 노선을 중앙역 가까이 끌어와 승객을 분산시키고 쇼핑몰까지 논스톱으로 가는 노선을 새로 만들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렇게 했더니 시청역으로 몰리는 대신 이번에는 중앙역이 미어터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버스 노선을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고 버스 용량이 큰 것으로 다 바꿔 줬다는 말이 뒤따른다. 지면에 실은 밤 화면에서 승강장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고, 길가에는 버스와 노면전차가 나란히 서 있다.

04반년 만에 발견한 결함

이 작업 한 달 전, 같은 사람이 연구소 게시판에 다른 글을 올렸다. 자기가 처음 만든 역 자재에서 반년이 넘어서야 문제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문 네 짝짜리 열차 여섯 량이 들어가도록 승강장을 만들었는데, 시험 삼아 여섯 량을 넣어 보니 승강장 앞에 공간을 남긴 채 정차해서 뒷부분이 밖으로 삐져나오더라는 것이었다.

원인을 찾는 과정이 그대로 적혀 있다. 처음에는 열차 문제인가 싶어 다른 열차로 시험했고, 단선 선로를 쓰는 역이 다 그런가 싶어 다른 역으로도 시험했는데 그쪽은 멀쩡히 승강장에 들어와 멈췄다. 곰곰이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 회차선이었다. 복선 역에 선로를 연결하면 엑스자 회차선이 생기는데, 단선에서는 회차선이 보이지도 않고 현실에서는 필요도 없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게 보고 있었다. 다른 단선 역들과 선로를 비교해 보니 자기 역만 선로가 승강장 밖으로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고, 옮기는 도구로 선로를 밖으로 늘리자 열차가 승강장에 맞춰 제대로 섰다. 결론은 한 줄이었다. 역을 만들 때 역 선로는 승강장 밖으로 어느 정도 빼 줘야 한다.

아쉬움도 한 줄 남았다. 그 길이도 한번 재 볼걸 그랬는데 생각 못 하고 게임을 꺼 버렸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지금까지 이것에 대한 피드백이 아무것도 없었을까 하는 물음에 달린 댓글이 사정을 짚었다. 그걸 신경 쓸 정도의 고인물이면 알아서 옮기는 도구로 당겨 쓸 것이고,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원래 이런 것보다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일리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출처

편집 노트

이 기사에서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편집부의 해석인지 밝힙니다.

  • 교체 이유·조건·칸 수·승강장 배분·버스 노선 변경·회차선 진단은 모두 원문 그대로다
  • 사진 묘사(옛 역의 석조 건물과 승강장 지붕, 새 역의 얇은 건물과 광장·택시, 사람으로 가득 찬 승강장)는 지면에 실은 세 장에 보이는 범위다
  • 02절 마지막 문단에서 2018 겨울호 톨게이트와 비교한 것은 편집부가 이은 연결이며, 두 원문은 서로를 언급하지 않는다
  • 도입부에서 관문·공항을 불러온 것도 편집부의 구성이다
  • 차용한 역의 실명은 원문이 밝히고 있으나 지면에서는 도시 유형으로만 적었다. 실재 역사를 옮긴 자재이므로 원 건축물의 권리 관계가 별도로 있을 수 있다
  • 04절과 본문 사이의 시간 관계(자재 결함 발견이 역 교체보다 앞선다)는 게시 날짜에 근거한다. 원문도 '지금 만들고 있는 고베역부터 완성시키고'라고 적어 두 작업이 이어져 있음을 밝힌다
  • 앞선 사례: 2018 겨울호 [관문을 짓는 법](../2018-winter/tollgate.md)(장식으로만 기능하는 시설), 2019 겨울호 [신공항 건설기](../2019-winter/airport.md)(옛 작업물을 스스로 짚고 다시 시작하기).
  • 지면 미게재: 도구·자재 실명(에셋→자재, 무브잇→옮기는 도구, 모듈러 플랫폼→모듈식 승강장 자재, 자재 제작자 닉네임), 실재 역명(고베역·하즈쿠리역 → '어느 항구 도시의 역'·'자기가 처음 만든 역 자재'). 회원 닉네임은 본문에 옮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