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 헐고 다시 세운 본사
마인크래프트 안에 2014년에 세워진 가상기업이 있다. 본사는 열두 대까지 이어지다 2017년에 멈췄고, 세 대는 사진조차 남지 않았다. 2020년 8월, 그 기록을 정리해 올린 사람이 나흘 뒤 새 본사 공사를 시작해 이레 만에 완공했다. 붉은 골조에서 유리 외벽까지의 기록.
8월 9일, 블록 게시판에 짧은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 앞에는 기록이라는 말머리가 붙어 있었고 첫 문장은 소개였다. 이 회사는 자기가 2014년에 설립한 마인크래프트 가상기업이라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그룹이나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정말 많은 건물도 짓고 활동도 했었다는 문장이 이어졌다. 그러고는 본사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여러 건물을 순서대로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01사진이 남지 않은 세 대
소개는 괄호 안의 단서부터 시작한다. 1대부터 3대까지는 스크린샷이 남아 있지 않은 관계로 생략한다는 것이었는데, 회사의 첫 세 시기가 목록에서 빠진 채로 연혁이 열린다.
그래서 목록은 4대부터 열린다. 2014년 9월 14일의 4대, 두 달 뒤인 11월 15일의 5대. 5대 아래에는 이유가 적혀 있다. 당시에 4대 본사가 너무 별로여서 재건축한 것이라고. 6대 자리에는 다시 한 줄이 놓인다. 남아 있는 스크린샷이 없어서 넘어간다고.
그다음부터는 속도가 붙는다. 2015년 1월 6일의 7대, 6월 14일의 8대, 8월 9일의 9대, 그리고 나흘 뒤인 8월 13일의 10대. 넉 달 만에 세 번을 다시 지은 여름이 있었다. 해가 바뀌어 2016년 3월 20일의 11대에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던 본사라는 말이 붙었고, 2017년 7월 16일의 12대에는 현재 스크린샷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붙었다.
목록의 마지막 줄은 한 문장이다. 이 이후로는 활동하지 않았다는 것. 열두 대 가운데 넷이 2014년 안에, 넷이 2015년 안에 들어 있고, 그 뒤로는 한 해에 한 대씩 이어지다 끊긴다.

같은 날 두 번째 기록도 올라왔다. 과거에 활동하면서 아파트 상표를 하나 만들게 되었다는 소개로 시작해서, 2014년 11월 6일과 9일, 2015년 1월 26일에 지은 세 단지가 차례로 나오고, 마지막에 2015년 9월 25일 자 미완공 상태의 아파트가 붙는다. 그 아래에는 나머지 다른 아파트들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몇 장이 더 이어지는데, 본사 목록과 마찬가지로 설명 없이 이름과 날짜만 적혀 있다.
댓글은 실력보다 시간에 반응했다. 역사가 상당히 길다는 말과 유구한 역사라는 말이 나란히 달렸다.
02붉은 골조

나흘 뒤인 8월 13일, 같은 사람이 새 글을 올렸다. 본문은 네 줄과 마흔네 장이 전부였다. 1일차, 2일차, 3일차, 4일차, 그리고 마지막에 완공을 향해.
화면이 설명을 대신한다. 첫 단계에서 세워지는 것은 붉은 블록으로 짠 골조다. 층마다 같은 무늬가 반복되는 격자 구조물이 허공에 먼저 서고, 그 아래 저층부부터 짙은 유리와 흰 석재가 채워진다. 위쪽은 아직 붉은 골조 그대로이고 아래쪽만 건물처럼 보이는 상태의 화면이 여러 장 이어진다.
골조만 놓고 찍은 화면도 있다. 아직 아무것도 입히지 않은 붉은 구조물 하나가 허공에 떠 있고, 그 아래로 도로와 다른 건물의 지붕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블록으로 짓는 고층 건물에서 이 순서가 드물지는 않지만, 이 연재는 그 중간 상태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올렸고 그래서 붉은 뼈대가 며칠 동안 도시 한복판에 서 있는 화면이 기록으로 남았다.
03벽에 적힌 10대 본사

열흘 뒤인 8월 23일에 5일차부터 7일차까지의 기록이 올라왔다. 본문은 세 줄이었고 사진은 마흔일곱 장이었다.
이번에는 안쪽이 많다. 여러 층이 트인 중정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통로, 짙은 줄무늬로 마감한 기둥과 밝은 타일을 깐 바닥이 몇 장에 걸쳐 이어지고, 난간 너머로 아래층이 내려다보이는 구도도 있다. 그 가운데 한 장에 글자가 적혀 있는데, 벽면 띠에 10대 본사와 2015라는 두 마디가 나란히 붙어 있다.
보름 전 기록 글의 목록에서 10대 본사는 2015년 8월 13일에 지어졌고, 아홉 번째와 열 번째 사이의 간격은 나흘이었다. 새로 짓는 본사의 벽에 그 대와 그 연도가 적혀 있는데,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는 원문에 적혀 있지 않다.
짓는 동안 올라온 사진 아흔한 장 가운데 설명이 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일차를 알리는 줄 아래로 그날의 화면이 묶음으로 놓이고, 다음 줄에서 다시 일차가 바뀐다. 무엇을 왜 그렇게 했는지는 적히지 않고, 며칠에 걸쳐 무엇이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만 남는다.
04완공
같은 날 세 번째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완공이었고 괄호 안에 날짜가 들어 있었다. 2020년 8월 23일.
본문에는 아무 말도 없다. 열세 장의 사진만 붙어 있고, 그 가운데 한 장이 이 기사의 첫 화면이다. 짙푸른 유리로 덮인 탑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구도이고, 현관 위 흰 석재 현판 안에 회사 표식이 붙어 있다. 층층이 물러나는 캐노피와 양옆의 조명이 입구를 감싸고, 유리면 곳곳에 실내 조명이 초록과 노랑으로 비친다.
댓글은 하나였다. 현실적이라는 다섯 글자였다.
이 이후로는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완공을 향해!
2014년에 세운 회사가 3년 동안 열두 번 본사를 다시 지었고, 그중 세 대는 사진조차 남지 않았으며, 그 뒤로 3년이 비어 있었다. 8월 9일에 그 비어 있는 목록이 게시판에 올라왔고, 나흘 뒤에 1일차가 시작됐다. 이 게시판의 다른 블록 도시들이 신청서와 좌표와 행정보고로 이루어져 있는 데 비해, 이쪽은 한 사람이 자기 회사의 연혁을 스스로 정리하고 그 뒤를 잇는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