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 2020-autumn-1
금관로 90번지
봄 특집호가 다룬 블록 한옥 마을에 여름 끝에 다시 손이 갔다. 사흘 사이에 세 편이 올라왔고, 담과 부속채와 가옥 두 채가 새로 섰다. 영빈관에 쓰인 배너를 허락을 받아 얻어 오고, 집 한 채를 소개하면서 도로명과 번지수를 먼저 적는다.
8월 22일 새벽, 블록 게시판에 한옥 사진 열 장이 올라왔다. 제목 아래 첫 줄은 앞서 진행된 두 작업의 기운을 이어 가고자 오랜만에 황남동에 손을 대 보았다는 말이었다.
봄 특집호에서 이 매거진은 같은 사람이 쌓은 읍성을 다뤘다. 그 앞에 능참봉마을이 있었고, 4월에 가옥 몇 채와 갈비집과 초등학교가 지어진 뒤로 마을 쪽 소식은 한동안 없었다.
01담부터 손을 댔다
첫 편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갈비집 뒷골목의 풍경이고 그다음이 간단한 부속채다. 그러고 나서 담이 나온다. 왠지 손대고 싶어서 만들어 본 화려한 담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고, 그 아래에 바람이 하나 적혀 있다. 문양이 있는 블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벤치 자리에는 괄호가 달렸다. 쉬어 갈 수 있는 벤치라고 적어 놓고 괄호 안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을 전체를 찍은 화면에는 다른 종류의 단서가 붙었는데, 금관로에서 본 모습인데 공사 중인 곳이 많아서 어수선하다는 말이었다.
(사진) 금관로 쪽에서 본 마을. 차선이 그려진 도로 옆으로 한옥 담이 이어진다.
댓글은 두 줄이었다. 마을 이름을 한 글자 비틀어 부르는 농담이 달렸고, 슬프다는 답이 돌아왔다.
02허락 하에 얻어왔습니다
같은 날 오후에 두 번째 편이 올라왔다. 첫 문장은 다른 사람이 작업 중인 비각공원 옆에 아담한 집 한 채를 지어 봤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한 줄이 더 있다. 영빈관에 사용된 배너를 허락 하에 얻어 왔다는 것이었다.
이 편의 마지막 화면은 자기가 지은 집이 아니라 그 집과 옆 공원이 함께 들어간 구도이고, 캡션도 공원과 함께라고만 적혀 있다.
댓글에서 공원을 짓던 사람이 자기 공원의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적었고, 이름도 모르면서 수주를 받았다니 놀랍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옥이 현실적이고 아름답다는 말에는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답이 붙었다.
영빈관에 사용된 배너를
허락 하에 얻어왔습니다.
03지산시 금관로 90
이틀 뒤의 세 번째 편은 서른두 장이었다. 외관 꾸미기에 맛이 들린 것 같다고 그는 적었고, 물음표를 괄호 안에 넣어 외관이라는 말에 스스로 단서를 달았다.
두 번째 줄이 이 연재에서 새로 나타난 형식이다. 지산시 금관로 90에 위치한 가옥이라는 소개였다. 집을 무엇이라 부르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로 먼저 적은 것인데, 이 마을에는 이미 금관로라는 도로가 있고 황남시장으로 가는 길이 있어서 번지수를 붙일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소개는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순서다. 정면에서 본 모습, 대문 앞, 대문을 통과하면 나오는 한옥으로 둘러싸인 마당. 그다음에 방들이 하나씩 나온다. 길가 쪽 작은 방과 북쪽 큰 방이 나오고, 큰 방 옆에 전통 주방이 있다는 설명이 붙는다.
(사진) 북쪽 큰 방 옆의 전통 주방. 선반에 이것저것이 올라가 있다.
04불이 타고 있는 아궁이
주방 다음에는 한 줄짜리 설명이 셋 이어진다. 불이 타고 있는 아궁이, 뭔지 모르지만 만들어 둔 무언가, 이것저것 올라가 있는 찬장. 인테리어에 신경 써야겠다던 이틀 전의 답글이 여기서 실행된 모양새다.
그다음은 대청마루에서 바라보는 푸른 마당이고, 서쪽에 딸린 사랑채로 건너간다. 세 개로 나뉜 것 같지만 방은 두 개뿐이라는 설명이 붙고, 남쪽 작은방을 소개하면서 큰 방은 못 찍었다는 말이 딸린다.
(사진) 마당의 핵심이라고 적힌 작은 정원. 처마 아래에서 올려다본 구도다.
마지막 몇 장은 다시 바깥으로 나간다. 마당의 핵심인 작은 정원이라는 설명이 붙은 화단, 바깥으로 창이 나 있다는 벽면, 그리고 주방 쪽에서 뒷골목으로 통하는 문이다. 첫 편에서 갈비집 뒷골목으로 시작한 사흘이 세 번째 편의 뒷골목 문에서 닫히는데, 그사이 담과 부속채와 가옥 두 채가 늘었다.
05주소가 붙는 마을
이 마을의 4월 작업은 여러 사람이 나눠 맡았다. 이 매거진의 봄 특집호가 적은 대로 한옥을 지은 사람과 재조합해 배치한 사람과 갈비집 인테리어를 맡은 사람이 각각 달랐다.
8월의 세 편에도 같은 성질의 표기가 남아 있다. 옆 공원은 다른 사람이 작업 중이고, 배너는 허락을 받아 얻어 왔으며, 마지막 화면은 두 사람의 작업이 나란히 들어간 구도다. 각자 다른 맵에서 혼자 완성해 보여 주는 쪽과 달리, 이쪽에서는 누구에게 무엇을 받았는지가 본문에 적힌다.
세 편의 끝에는 매번 같은 한 줄이 붙어 있다. 서버 안에서 이 마을로 곧장 이동하는 명령어다. 세 번째 편에서는 집 한 채에 도로명과 번지수가 처음으로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