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2025 연말호
지도로 남는
세계
현실을 지도로 뜨고, 서버를 지도로 연다.
도시를 짓던 사람들이 마지막에 남긴 것은 한 장의 지도였다.
이 게시판에는 오래된 3층 구조가 있다. 블록과 도시를 짓는 층, 그 위에 도시를 설정과 문서로 운영하는 층, 그리고 현실의 도시를 자료로 떠 오는 연구층이다. 마지막 층의 작업은 대개 완성된 스크린샷 뒤에 있다. 실제 도로 표지판의 치수를 재고, 실제 아파트의 평면을 따고, 실제 도시의 항공사진을 내려다보는 일이다. 이 계절의 「도시 연구소」 게시판에 올라온 것이 그 작업들이다.
0125센티미터의 현실
9월 초, 한 사람이 서울의 여러 구역을 「초고해상도 수직 정사영(Orthographic) 지도」로 올린다. 국립중앙박물관 일대, 삼육대·태릉선수촌, 노원 중계동과 공릉동, 남산과 당고개까지. 이 지도들은 서울시의 3D 지도 「에스맵(S-MAP)」을 바탕으로 만든 25cm 해상도의 정사영이다. 1픽셀이 현실의 25센티미터에 대응하고, 남산 한 장의 이미지 크기가 14,336 × 12,800 픽셀에 이른다. 건물 하나하나의 지붕과 도로의 차선까지 또렷한, 도시를 수직으로 눌러 뜬 한 장이다.
이 호의 다른 기사들도 현실을 자료로 삼는다. 실제 창원 지형을 옮긴 은하수시, 실제 세종포천고속도로의 표지판을 재현하려던 영서광역시, 실제 로드뷰를 보고 삼각형 카페를 지은 지산시가 그렇다. 정사영 지도는 그런 「따라 짓기」에 쓰이는 종류의 자료다.
02빌려 오는 3차원
쓰이는 도구는 하나가 아니다. 10월에는 네이버 지도가 「플라잉뷰(3D)」 기능을 정식 공개하자, 그 사용법과 지원 지역을 정리한 글이 올라온다. 서울 밖의 지역도 3D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에스맵과 다른 특징으로 짚인다. 11월에는 구글이 3D 지도를 지원하지 않는 도시 자카르타의 옛 식민 도심 「바타비아」를, 후처리를 거치지 않아 뿌옇게 보이는 항공사진에서 출발해 「마치 구글 어스가 자카르타를 지원하는 듯한」 이미지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인근 싱가포르의 3D 모델 스타일을 참고해 색을 보정하고, 중심지 위주로 건축물 배치도를 뽑아냈다는 기록이다.
12월에는 에스맵 자체가 2025년 판으로 갱신되어, 정사영 지도의 색감이 「고급스러워졌다」는 관찰과 구의역 KT 부지·이스트폴 같은 그해의 변화가 함께 기록된다.
03스스로 지도가 되다
12월 중순에는 방향이 뒤집힌다. 현실을 지도로 떠 오던 게시판이 이번에는 서버 자신을 지도로 내놓는다. 12월 14일 「플레이시티 블록, 24시간 웹 지도 통해 고도 정보 측량 기능 제공」이 공지된다. 이용자는 지도 위에 마우스를 올리거나 우클릭으로, 위치별 고도 정보를 24시간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수면 위 지점에서는 수면 높이와 함께 해저 지형의 고도까지 나온다. 지어낸 도시의 땅과 바다에, 현실의 측량 도구가 얹힌다.
나흘 뒤인 12월 18일, 「플레이시티 블록 지도」 베타 3이 처음 공개된다. 고도 측량을 넘어 「몰입형 보기(거리뷰)」가 최초로 지원되고, 미터법·야드·피트·해리 단위의 측정 도구가 붙으며, 지도 위 POI를 누르면 플레이시티 위키의 상세 정보로 이어진다. 앞선 기사들이 문서로 짓고 대장에 올리던 그 위키가, 이제 지도와 연동되어 클릭 한 번으로 열린다. 공지는 이 기능들 다수가 「마인크래프트 서버 역사상 최초」라고 적는다.
이 호의 다른 연재자들이 저마다 연재를 닫고 새 게임을 저울질하던 넉 달 사이에, 서버는 그 도시들을 한 장의 지도 위에 붙박아 24시간 열어 두었다. 현실을 떠 온 정사영 지도와 서버를 열어 준 웹 지도가 같은 계절에 나란히 놓이면서, 참조하던 층과 지어진 층이 한 장의 지도로 겹친다. 짓기가 저무는 자리에 남은 것이 이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