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2025 겨울호
정사영 지도,
도시를 25센티미터로 재다
겨울 내내 한 사람이 서울을 한 장씩 눕혀 찍었다.
왜곡을 지운 수직 지도로 도시를 기록하는 연구소.
이 겨울 도시 연구소 게시판을 채운 것은 완공 사진이 아니라 측량 자료였다. 한 사람이 1월 3일 용산역 국제업무지구 정비창 일대를 시작으로, 2월 말 강남 테헤란로까지 마흔 장이 넘는 「수직 정사영 지도」를 연달아 올렸다.
정사영 지도가 무엇인지는 연재자가 1월 5일에 따로 한 편을 들여 설명했다. 지구는 평평하지 않아 직사각형 평면에 정확한 지도를 얹는 일이 쉽지 않지만, 도시계획과 건축에서는 건물의 면적과 상대적 거리를 정확히 재기 위해 그런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고가의 유료 솔루션으로 팔리고, 드론으로 개인이 만들 수도 있지만 도심에서는 제약이 많다고 그는 적었다.
01왜곡을 지우는 일
이 연재의 핵심은 「지형 데이터 제거」에 있다. 서울시 에스맵이 제공하는 배경지도를 그대로 쓰면 지형의 높낮이 때문에 건물이 미세하게 기울거나 늘어난다. 연재자는 자체 제작 과정을 통해 이 지형 왜곡을 걷어 내, 위에서 정확히 수직으로 내려다본 것과 같은 지도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왜곡이 있는 원본과 왜곡을 지운 결과를 나란히 붙여 그 차이를 보여 주는 장면이 설명편의 본론이다.
연재자는 서울시가 제공하는 자료라고 해서 완벽하지는 않다는 단서를 스스로 달아 둔다. 에스맵의 연도별 배경지도를 비교하다 보면 같은 건물인데도 스케일과 각도가 일부 잘못 제작된 경우가 있으며, 그랑서울을 그런 사례로 든다.
02목록이 되는 도시
한 편에 붙는 것은 규격표다. 지도 이름, 「에스맵 기반 25cm 초고해상도」, 압축 방식(20MB 이내 JPG), 용량, 이미지 크기, 그리고 「1px = 25cm」라는 축척 한 줄. 그 규격표가 쌓이면서 서울의 목록이 만들어진다.
겨울 두 달의 목록만 훑어도 범위가 넓다. 용산 정비창과 여의도, 경복궁과 동궐·종묘 같은 도심의 상징, 잠실 롯데타운과 송도 국제업무지구, 광운대역세권·이문뉴타운·은평뉴타운 같은 개발지,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국립현충원, 고척돔, 풍납토성, DDP와 왕십리뉴타운, 압구정·청담·가로수길, 그리고 강남 테헤란로까지, 모두 같은 규격의 한 장짜리 지도로 정리된다.
03시간을 겹쳐 보다
지도는 시계열로도 묶인다. 한 부지를 여러 해에 걸쳐 같은 좌표로 찍어 나란히 붙인다. 둔촌주공아파트는 2013·2020·2022·2024 네 시점으로 올라왔다. 저층 판상형 단지가 헐리고 올림픽파크포레온이라는 초고층 재건축 단지로 바뀌는 과정이 같은 축척의 지도 위에서 그대로 겹쳐 보인다.
둔촌주공만이 아니다. 구로·가산디지털단지는 2020·2022·2024, 청라국제도시는 2020~2023, 사당과 용산이태원은 2023·2024로 겹쳐 올라왔다. 인천 청라는 서울 에스맵이 아니라 인천 IFEZ 지도를 바탕으로 50cm 해상도로 새로 선보였다. 축척이 바뀌어도 같은 자리를 시간 순으로 눕혀 비교한다는 방법은 일정하다.
04평면 옆의 입체
지도가 반드시 평면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연재자는 1월 6일 경주시의 「디지털트윈 3D 지도」를 소개했다. 경주시가 운영하는 3D 지도 서비스(dtmap.gyeongju.go.kr)를 통해 입체적인 지형 데이터와 3D 모델을 확인할 수 있다는 안내다. 눕혀 재는 지도 옆에, 세워 놓고 보는 지도가 한 편 놓인 셈이다.
연재자는 정사영 지도가 도시계획과 건축뿐 아니라 개인의 과제와 프로젝트에서도 쓸 수 있는 자료라며, 「ortho」 태그로 더 많은 목록을 볼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다른 게시판이 도시를 세우는 동안, 이곳은 도시를 눕혀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