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2024 가을호
청라 북항,
바다로 열린 역
고가철도와 부두와 고가도로가 한 몸이 된 역.
시드니의 서큘러키를 청라의 내해로 옮겨 짓는 가을.
「북항역 I」은 역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역은 청라 도시철도 A선의 역이며, 모델은 시드니의 서큘러키 역이라고 그는 적었다. 고가에 놓인 철도역이고, 역사 앞에는 부두가, 역사 위에는 고가도로가 지나는 복합 구조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바다와 철도와 도로가 한 지점에서 층으로 겹치는 이 구성이 이후 일곱 편의 뼈대가 됐다.
01하루에 한 층씩
연재는 층을 따라 위로 올라간다. II편에서 내부 구현이 시작되어 대합실 중앙과 리프트, 2층 승강장이 놓이고, III편에서는 1층 상업공간이 완공된다. 공간 임대는 역사가 완공된 뒤에 진행할 예정이라는 실무적인 한 줄이 붙는다. 모퉁이 점포와 굴다리 측 입구, 통로 측 모습이 차례로 소개된다.
VII편에서는 1층 대합실의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공사가 끝나고, 단면도와 함께 역 서부·동부의 점포 위치가 공개된다. 마지막 줄은 광고가 아니라 공고에 가깝다. 입점 문의는 댓글로 받되 서부 또는 동부, 점포 위치와 상호, 업종, 마크 닉네임을 적어 달라는 것이다.
02부두를 붙이다
IV편의 무대는 물이다. 역사 1층과 연결된 페리 부두를 짓는 작업으로, 구조가 미묘하게 달라 공통되는 부분을 먼저 만들었다고 그는 적었다. 1번 부두가 놓이고, 역사 내부에서 부두를 바라보는 시선, 매표기와 개찰구, 탑승장이 차례로 붙는다. 철도역의 개찰구와 여객선의 탑승장이 같은 건물 안에서 이어진다.
V편은 짧다. 깃대와 가로등을 몇 개 세워 보았는데 「하다보니 태극기가 된」 광경과 해질 무렵의 부두 사진이 전부다. VI편에서는 차양과 야외 테이블, 대각선 펜스, 「이름 모를 나무판」 같은 미세한 디테일이 더해진다. 그 나무판이 물살과 관련된 장치가 아닐까 한다는 추측까지 그대로 적혀 있다.
03광장 밑의 차고지
역이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자 연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설로 내려간다. 「북항 공영차고지」는 북항역의 시내버스 연계를 위한 시설이다. 한정된 공간에 짓는 데다 차고지 설계는 처음이라, 회차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하로 진입해야 하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고 그는 적었다. 상부는 역 앞 광장으로 덮일 예정이어서, 완성되면 지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차고지가 재개발 이전 청라에 있던 빌딩의 잔존 코어 부분을 활용해 만들어졌다는 서술이다. 옛 건물의 뼈대가 새 시설의 구조로 재사용되고, 그 엘리베이터는 북항역 구내로 연결된다. 옛 코어 위에 새 기능이 얹혔다.
04누군가 다시 찍은 북항
연재 사이사이에는 「블록생활」이라는 이름의 짧은 산책 기록이 끼어든다. 산책로와 연암동, 돌담, 빛의 착시를 두고 남긴 단편들로, 큰 공사의 틈에서 도시를 그냥 걷는 시선이 병행된다.
9월 24일에는 「북항역: TDB's pic」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참여자가 이 역을 자신의 시점에서 다시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짓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나뉘어 있고, 지어진 것은 곧 여럿의 풍경이 된다. 북항역은 완성되기 전부터 상가를 분양하고 부두를 열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