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Year-End 2023
사베호,
일몰 뒤에 오는 겨울
낮을 먼저 보여 준 뒤 저녁을 내밀고,
나흘 뒤 같은 도시를 눈으로 덮는다.
12월 22일에 올라온 「낮보단 일몰」의 본문은 세 줄이다. 나흘 뒤의 「겨울」에는 그마저 없다. 두 편 모두 어떻게 지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열네 장과 스무 장의 사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01낮을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첫 편은 순서를 예고하며 시작한다. 「낮부터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한 줄이 앞에 오고, 낮의 사진이 이어진다. 바다에 면한 넓은 녹지 평야, 가로수를 심은 대로, 도로 한복판을 파고 내린 지하차도식 교차로, 그리고 물 건너편에 늘어선 컨테이너 크레인과 항만이 보인다. 배경에는 능선이 낮게 깔린다. 도시라기보다 도시로 자라기 직전의 땅, 아직 비어 있는 부분이 많은 외곽의 낮이다.
그다음에 오는 것이 제목이 예고한 저녁이다. 본문은 「대망의 저녁」이라는 한마디로 장면을 바꾼다. 초록빛이 남은 노을 아래 보행 아치교가 걸리고, 그 뒤로 고층 아파트군이 역광에 잠긴다. 다리 아래 도로에는 구급차와 승용차가 늘어서 불빛을 켠다. 낮의 사진이 도시의 골격을 보여 준다면, 저녁의 사진은 그 골격에 조명을 넣는다.
대망의 저녁
02미개발이라는 정직한 표시
세 줄 가운데 마지막 한 줄은 이렇다. 「공항은 아직 미개발 상태입니다.」 완성한 부분을 내보이는 글 안에, 아직 손대지 않은 구역을 굳이 표시해 둔 것이다. 커버스토리의 연재자가 「높이 130 (+5점)」이라고 진행을 세어 두었듯, 이 사진들의 주인은 「미개발」이라고 미완을 적어 둔다.
03나흘 뒤의 겨울
같은 사람이 나흘 뒤인 12월 26일에 올린 둘째 편의 제목은 그냥 「겨울」이었다. 이번에는 본문이 없다. 스무 장의 사진만 있고, 그 사진들은 앞 편에서 본 것과 같은 도시를 눈으로 덮어 놓았다. 고층이 모인 도심, 그 앞으로 촘촘히 깔린 저층 격자 주택가, 해안과 눈 쌓인 능선, 그리고 흩날리는 눈발. 첫 편이 하루 안의 시간을 낮에서 저녁으로 옮겼다면, 둘째 편은 계절을 바꿔 같은 곳을 다시 찍었다.
두 글 어디에도 이 도시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제목에 적힌 것은 「낮보단 일몰」과 「겨울」, 그 두 마디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