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Winter–Spring 2023
나만의 세종시,
아파트숲을 고쳐 짓다
빈 땅에 새 도시를 세우는 대신,
이미 있는 도시를 실제 지형 위에서 다시 그렸다.
무대는 두 번 바뀐다. 1월의 평지맵, 그리고 3월의 실제 세종시 지형이다.
01시범단지에서 시작하다
겨울의 앞부분은 습작에 가깝다. 1월 초, 그는 실제 인천 송도신도시의 계획을 분석한다. 「왜 일반 아파트 단지는 앞동 뷰이고 송도는 시티뷰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송도의 블록 규격과 동간간격, 층수 배치를 재어 본다. 그 관찰을 옮겨 1월 22일 「시범단지」를 완성한다. 654세대·5개 동, 38층과 32층 타워동을 줄 맞춰 세워 균등한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타워 사이 간격을 100~150m로 벌려 통경축을 확보한 블록이다.
수치도 직접 계산해 붙인다. 한 블록을 160m×200m로 고정하고, 소형·중소형·중대형 평형의 가구당 인원을 각각 1.2인·2.2인·2.8인으로 가정해 블록당 1242명, 즉 주거지 기준 ㎢당 3만 8800명이라는 밀도를 스스로 낸다. 「엄청나게 높은 밀도이지만 단지 자체는 그렇게 빡빡해 보이지 않죠?」라고 그는 덧붙인다.
02실제 지형 위로 옮기다
3월, 무대가 바뀐다. 「단순 평지맵이 아니라 실제 지형에 테스트해 보고 싶어서」, 그는 세종시의 위성사진을 불러와 간선 도로망과 철도만 남기고 내부 도로망을 전부 새로 깐다. 「우리나라 지형이 너무 울퉁불퉁하더군요」라는 감탄이 붙는다.
도로망의 원칙부터 바뀐다. 실제 세종시는 중앙공원과 정부청사를 감싸는 환상형(環狀形) 도시다. 그는 이 구조가 「한 구역을 한 용도로만 만드는」 비효율적 설계라고 판단하고, 코펜하겐의 「손바닥 계획(finger plan)」을 가져온다. 도심에서 대중교통 노선을 따라 손가락처럼 뻗어 나가되, 손가락 마디들을 잇는 노선으로 외곽끼리의 단절을 막는 방식이다. 기존 4생활권 일대를 「엄지」로, 중앙공원 자리를 「손바닥」으로 삼아 그 위에 정부청사와 주요 업무시설을 모은다.
03아파트숲을 진단하다
「사실 세종시가 인구밀도는 낮은데 아파트숲처럼 보인다는 게 뭔가가 잘못됐다는 증거」라고 그는 적는다. 그래서 전체를 중밀도로 계획한다. 10층 아파트와 단독으로 이뤄진 외곽, 15~20층 타워동이 있는 주거구역, 30~40층 주상복합·오피스가 있는 중심지역으로 나눈다.
문제는 인구밀도보다는 건물의 배치와 간격, 용적률이기 때문이죠.
밀도를 낮추는 대신 배치를 바꾸는 방향이다. 강변에는 밴쿠버 False Creek을 참고해 판상형 아파트를 타워식으로 세우고, 저층 외곽에는 대로변에 근린상가 포디움을, 안쪽에는 타운하우스를 배치한다. 그렇게 지어 놓고도 그는 계속 자기 결과를 의심한다. 「그냥 신도시 같은 거 같아서 뭔가 슬프긴 합니다」, 「결국 아파트 외관의 한계일까요…」. 세대수는 실제 다정동·중촌동과 비슷하게 맞췄다는 근거를 대면서도, 만족과 불만 사이를 오간다.
04박물관과 생활권
3월의 후반은 중심부를 채우는 데 쓰인다. 중부권 최대 MICE 단지로 구상한 컨벤션센터, 언덕 위에 얹은 국립민속박물관 — 「도로 위에 얹혀진」 SANAA의 시드니 현대미술관을 참고했다는 — 그리고 방축천 옆 도램마을 자리에 앉힌 저층 타운하우스 단지가 차례로 붙는다. 마지막에는 5개 생활권 계획도가 공개된다. 1생활권은 중심 업무, 2생활권은 지식산업·유통, 3생활권은 전원형 저층, 4생활권은 대학가. 실제 세종의 생활권 골격을 따르되, 그 위에 자기만의 밀도와 배치를 다시 얹은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