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Autumn 2023

러 시티와
핀란드式

사라진 심시티 도시를 대신할 새 도시를 세운다.
그리고 새 엔진의 버릇을 하나하나 '핀란드式'이라 부른다.

첫눈이 내린 도시. 능선 아래로 시가지가 퍼지고 도로가 흰 눈을 얇게 덮고 있다.
러 시티의 3년차 첫눈 (사진: 네인).

옛 도시의 기록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네인이 후속작 위에 「러 시티」를 다시 세우기로 한 것은 그 사정에서 출발한다.

01제물이 된 도시

「Ru City 01」은 도시 소개보다 먼저 사정을 적는다. 심시티 5 시절 도시는 기록이 아예 남지 않았고, 컴퓨터를 옮기던 중 시티즈 쪽 글을 먼저 백업하다 심시티 글은 하나도 못 가져온 채 사라졌다는 것이다. 스크린샷마저 「appdata 참사」 때 함께 날아간 듯하다고 그는 적는다. 그렇게 실물이 사라진 도시 가운데, 서버의 설정집(그는 「아레시 역사서」라 부른다)에 이름만은 계속 오르내리던 「러 시티」가 있었다. 새 엔진 위에 다시 세울 도시로 그는 이 이름을 골랐다. 이름만 남은 도시를 실체로 되살리는 일이자, 그의 표현으로는 새 게임을 시험하는 「제물」이기도 했다.

이른 기와가 얹힌 초기의 러 시티. 능선을 낀 주거지 위로 매연이 흐른다.
'Ru City 01. 이른 기와.' 바람 방향을 보지 않고 지어 주거지가 매연에 직격타를 맞았다는 첫 회의 관찰.

되살아난 도시는 곧바로 문제부터 드러낸다. 인구에 비해 공업 수요가 지나치게 많고, 바람 방향을 보지 않고 지은 탓에 주거지가 매연을 정면으로 맞는다. 지울 수 없는 「유령 노드」가 벌써 생겨나고, 그마저도 게임이 한 시간 분량을 날리며 튕긴 덕에 겨우 사라졌다고 그는 적는다. 03편에서는 「곡물 수요가 미쳐 날뛰는」 논밭을 절대 뺄 수 없다고 하고, 04편에서는 고등학교가 텅 비는데 초등학교만으로 스프롤이 번진다고 관찰한다.

02핀란드式이라는 이름

그는 게임의 결함마다 호칭을 붙인다. 유령 노드에서 도망치게 해 준 튕김에는 「역시 핀란드야」라 적고, 납치하듯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는 버스를 「타면 핀란드로 납치되는 버스」라 부른다. 11월 1일의 별도 게시물 제목은 아예 「핀란드式 핀란드蝕」이다. 「핀란드」는 그의 연재 내내 새 게임의 버릇을 가리키는 별명으로 반복된다.

끤란드는 이런 걸 만들 거면
당연히 연결을 끊을 방법도 만들어야 한다는 상식을 모르는 것일까요?

그 별명이 가장 자주 붙는 곳은 그래픽이다. 「핀란드式 핀란드蝕」에서 그는 하늘에 뜬 달의 모양이 어긋난 것을 문제 삼는다. 외곽 지형이 어느 정도 보이도록 구현한 점은 좋지만 화면 가운데가 하늘보다 더 어둡다는 것, 눈이 쌓이지 않은 나무는 서로 구분이 안 된다는 것, 사진 모드에서 특정 안티에일리어싱을 켜면 노이즈가 낀다는 것까지 그는 조목조목 짚고, 기술적 효과는 받쳐 주는데 결과물이 왜 이러냐고 묻는다. 그는 자신이 전작에서 직접 만든 하늘 테마를 언급하며, 예전에도 달만큼은 다른 게임을 참고해 제대로 그렸다고 덧붙인다.

어긋난 달과 어두운 하늘. 네인이 '핀란드式'이라 부른 새 엔진의 그래픽.
11월 1일 '핀란드式 핀란드蝕'. 가운데가 하늘보다 어둡고 달의 모양이 어긋난다는 관찰. 기술은 받쳐 주는데 결과물이 왜 이러냐는 물음.

03그래도 도시는 자란다

불평과 함께 연재는 이어진다. 03편에서 시청이 생기고, 04편에서 더블초등학교와 화물항이 붙는다. 05편에서는 개발자 모드의 도움으로 대학에 막히던 합류 램프를 마침내 놓고, 섬으로 다리를 개통해 소각장 같은 기피시설을 옮기며, 공항과 관람차를 세운다. 「도심과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관람차」라는 한 줄이 그 사이에 놓인다. 06편에 이르면 러 시티는 3년차 첫눈을 맞고, 산골짜기의 저밀도 지구와 섬의 오피스 지구가 자리를 잡는다. 「중앙분리대 있는 5차선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실무적 불평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11월 26일의 「골드 러시」로 이 계절의 연재는 잠시 매듭을 짓는다. 이름만 남아 있던 러 시티는 한 달 만에 항구와 시청과 공항과 관람차를 갖추고 3년차 첫눈을 맞았고, 그 여덟 편에는 새 엔진의 어긋난 곳마다 붙은 「핀란드式」이라는 이름이 함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