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Winter 2022
K-City,
짓고 무너지다
세 번째로 다시 시작한 한국풍 도시.
디테일을 쥐어짜 넣던 맵은 모드 하나에 승천했다.
1월 21일, K-City의 첫 글이 올라온다. 제목은 「RE:Start」다. 완성된 스카이라인이 아니라, 도시를 세 번째로 지웠다 다시 시작하는 장면부터다.
작성자가 밝힌 이유는 이렇다. 기존에 만들던 「K-도시」는 디테일 없이 건물만 무더기로 올린 탓에 작업량이 감당되지 않았고, 폐건물이 늘고 관리도 되지 않아 그냥 새로 만들기로 했다. 대신 이번에는 방향을 정했다. 한국 스타일의 느낌은 유지하되, 무작정 건물을 올리는 대신 프롭과 세부 디테일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었다. 첫 글에 올린 스크린샷조차 「손풀기로 아무 위치에 만든」 연습작이라, 저장하지 않고 날려 버렸다고 적었다.
01디테일을 쥐어짜 넣다
일주일 뒤 「K-City START」에서 도시는 본격적으로 열린다. 작성자는 「머릿속에 생각나는 디테일을 모두 쥐어짜 내서 올인하고 있다」고 적었다. 유튜브에 올릴 영상도 찍어 보지만 「무한 수정의 늪」에 빠져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는 고백이 붙는다. 골목 주택가 작업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어 정작 대로변은 손도 못 댔고, 다음에는 대로변·아파트단지·초등학교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이어진다.
이후 회차는 그 계획표를 하나씩 지워 가는 기록이다. K-City 2에서는 경찰서·아파트 단지·공원을, K-City 3에서는 비워 두었던 오른쪽에 두산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같은 거주지역을 채운다. K-City 4에서는 대학병원과 1기 신도시 스타일 아파트단지, 그리고 2기 신도시 스타일의 신축단지를 나란히 지어 「연식이 다른 두 신도시」를 한 화면에 담는다. 신축단지 옆 태양열 발전소와 배수시설이 임시로 강변에 놓여 있어 다음에 재배치해야겠다는 메모까지 남긴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티즈에 인생을 갈아넣는 중.
02밤을 찍기 시작하다
K-City 2에서 작성자는 처음으로 밤 시간에 촬영을 해 보고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다」며, 앞으로 야경이나 밤 분위기 사진도 한 번씩 찍겠다고 적는다.
이 도시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겨울 초의 다른 글들이 증언한다. 1월 10일부터 19일까지 같은 작성자는 「평암01」·「201」·「농어촌01」·「공영1」 같은 버스 노선의 주행영상을 올렸는데, 이는 K-City 이전 도시(평암 일대)의 흔적이다. 겨울의 앞부분은 옛 도시의 마무리, 뒷부분은 새 도시의 시작으로 나뉜다.
03NE3, 그리고 애도
2월 12일, 도시는 끝난다. 제목은 「K-City RIP 애도를 표합니다」. 작성자의 설명은 짧다. 「그 문제의 NE3로 인해 맵이 요단강을 건너 하늘로 승천했습니다.」 NE3는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도로 확장 모드(Network Extensions 3)다.
작성자는 사라진 맵을 두고 「제 맵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모두 JOY를 눌러 X를 표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JOY와 X는 이 게시판의 공감·비공감 표시다. 그는 「현타가 와서 한동안 휴식을 취하겠다」며, 멘탈이 부여잡히면 다시 플레이하겠다는 말로 글을 닫는다. 「RE:Start」를 올린 1월 21일로부터 3주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