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Winter 2022

한국도로를
처음부터 다시

차선 폭 0.1m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리와 지하도로까지 갈아엎는다.
도로 하나를 실물처럼 만들려는 겨울의 연구.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한국식 6차선 도로. 중앙분리대와 인도, 차선이 실제 도로처럼 정리되어 있다.
한국식 도로를 6차선까지 적용해 본 모습. 「거의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적은 시점 (사진: 시린시).

CS 연구소의 「애셋 연구소」 게시판에는 도시가 아니라 도시를 짓는 재료를 올리는 글이 모인다. 그중 한 사람은 겨울 내내 하나의 목표에 매달렸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기본 도로 대신, 한국의 도로를 실물처럼 옮긴 커스텀 도로 애셋을 만드는 일이다.

도로 애셋은 실제 도로의 규격 — 차선 폭, 인도 너비, 연석과 측대의 치수 — 을 0.01m 단위로 맞추지 못하면 어딘가가 어긋난다. 작성자의 글은 그래서 대부분 「문제 발견」과 「해결 시도」의 반복으로 채워진다.

01측대가 맞지 않는다

1월 초부터 그의 게시글에는 같은 부위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측대」다. 도로 가장자리, 차도와 인도 사이의 좁은 띠를 가리키는 이 부분이 아무리 조정해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월 12일 「커스텀도로 측대 부분 안 맞는 문제는 정녕 해결이 불가능한지」에서 그는 인도 부분은 도로 크기를 0.01 단위로 미세조정하면 어긋남 없이 맞아지는데, 측대만은 어떤 방법을 써도 맞지 않는다고 적는다. 노드를 4분할로 나눠 봐도 소용이 없었고, 이것이 시티즈 애셋의 구조적 한계인지 다른 방법이 있는지를 찾지 못하겠다고 한다.

측대가 맞지 않는 문제는 결국 방향을 바꾸게 만든다. 1월 11일 그는 바닐라(기본) 도로와의 호환을 포기하고 「한국식 도로끼리만」 이어지도록 독자 규격으로 가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재하는 다른 커스텀 도로와도 호환을 포기한 이유가, 2월 5일 다른 제작자(konno)의 일본 도로를 보며 「연석과 측대 사이즈가 서로 맞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같은 문제를 확인하면서 다시 확인된다.

022.7m의 대참사

차선 폭 결함을 발견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 시작한 시점의 근황.
「도로에셋 심각한 결함으로 처음부터 다시제작」. 차선 폭이 2.7~8m밖에 나오지 않는 문제를 발견했다.

1월 13일 「한국식 도로 6차선까지 우선 적용해 본 모습」에서 그는 「거의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었다」며 6차선까지 적용에 성공하고, 남은 것은 지하도로·교량 양산과 세부 디테일, 세팅 통일화 정도라고 적는다. 그러면서도 「여기까지 했는데도 남은 게 산더미」라고 덧붙인다.

일주일 뒤인 1월 20일 「도로에셋 심각한 결함으로 처음부터 다시 제작」에서 그는 테스트 도중 이상을 발견한다. 차선 너비를 고려하지 않고 3m 단위로 끊어 버려서, 실제 도로 폭이 2.7~8m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재하는 오래된 한국 도로 중에는 그런 폭도 많지만, 문제는 시티즈의 차량 애셋 상당수가 해외 규격이라 그렇게 좁은 폭에서는 대형차가 차선을 먹어 버린다는 데 있다. 적어도 2.9~3m는 되어야 하므로 폭을 늘려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로 한다. 차선 너비도 실제는 0.1~0.15m인데 애셋은 0.2m로 되어 있어 함께 조정한다. 그러면 이미 맞춰 둔 교량과 지하도로도 사이즈를 다시 맞춰야 하는 「대참사」가 뒤따른다.

그래도 굴려 본 짬이 있어서인지 처음 할 때보다는 수월하게 진행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네요.

03모든 변수를 고려하는 일

도로 호환의 여러 경우를 하나씩 점검하던 「한국도로 근황」의 한 장면.
「최상의 퀄리티를 위해 모든 변수를 고려」. 골목길 주차선·가로수 호환·중앙 에비뉴까지 경우를 나눠 점검한다.

다시 만들기 시작한 뒤의 글들은 「모든 경우의 수」를 점검하는 기록이다. 1월 30일 「한국도로 근황: 최상의 퀄리티를 위해 모든 변수를 고려」에서 그는 물음을 번호로 나눠 스스로 답한다. 골목길에 주차선을 넣을 수 있는가, 가로수를 적용한 도로도 호환되는가, 중앙 에비뉴가 있는 도로는 어떻게 되는가. 하나씩 확인한 끝에 「인도 너비만 맞으면 무엇을 해도 된다」는 규칙을 발견하고, 기본이 될 인도 너비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다. 그는 「될 수 있는 한 모든 바닐라 도로를 대체하도록 하고 싶기 때문에」 모든 변수를 다 따져 본다고 적는다.

문제는 도로 바깥에서도 온다. 2월 1일 그는 커스텀 도로가 고장 나는 원인이 특정 로딩스크린 모드였음을 알아낸다. 그 모드를 쓰는 순간 멀쩡하던 애셋이 망가지고, 한 번 망가진 애셋은 모드를 꺼도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도로 애셋을 갈아엎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고장이었다고 그는 밝힌다. 이번에는 백업을 해 두었고, 워크샵에 올린 뒤 다시 구독해 쓰는 방식으로 우회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겠다고 적는다. 같은 날 그는 CSUR라는 유명 도로 애셋이 신호등 없는 도로를 잇는 방법을 연구해, 커넥트 그룹을 트램으로 두고 노드 파일을 새로 넣는 「참신한 방법」을 알아냈다며,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고 덧붙인다.

이 겨울, 그의 도로는 끝내 워크샵에 출시되지 못했다. 「바닐라 도로를 다 대체할 만큼 양산해야 출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가 밝힌 출시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