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Winter 2021
석진광역시,
47부작이 시작되다
하수처리장을 매립해 만든 공원에서 시작한다.
한 도시를 번호로 세는 가장 긴 연재의 1번.
석진광역시의 첫 회가 고른 무대는 하수처리장이다. 정확히는 하수처리장을 매립해 만든 공원이고, 그 설명은 게임 속 도시가 아니라 하수도 운영 일지처럼 읽힌다. 상수펌프 쪽으로 물이 역류하고 하수가 넘쳐 범람하는 일이 끊이지 않아 파이프를 한쪽으로 옮기고 내수처리장을 늘렸으며, 그 과정에서 생긴 자투리 땅을 녹지로 바꿨다는 것이다. 공원 안에는 원형 자전거도로가 돌고, 차로 오는 시민을 위한 주차장이 있으며, 입장료를 받지 않는 개방형으로 열어 두었다고 적었다.
01하수처리장에서 시작하는 도시
첫 회에는 버스 노선 이야기가 뒤따른다. 원래 하수처리장을 그냥 지나쳐 동구 산업단지로 직행하던 3230번 버스가, 매립공원이 생긴 뒤 노선을 바꿔 3호선 매립공원역과 공원 정문을 경유하게 됐다는 서술이다. 공원 하나가 생기자 버스 노선이 조정되고, 그 결과 원래도 붐비던 노선의 차내 승객이 서른 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됐다는 것까지 적혀 있다. 최근에 뚫어 이용이 저조하던 3호선도 공원 덕에 이용량이 늘고, 이제는 공항철도가 가장 한산하다는 관찰이 뒤따른다.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운영하는 이야기다. 시설 하나를 바꾸면 그 여파가 노선과 이용객 수로 번지는 방식으로 도시를 설명한다.
02삼도, 섬 셋을 묶다
두 번째 편의 무대는 동쪽 끝의 섬이었다. 세 개의 섬이 있는 부지를 사들이고 이름을 고민하다, 섬이 셋이니 그냥 삼도로 정했다고 그는 적었다. 처음에는 다리를 놓아 육지의 동구에 붙이려 했지만 다리가 너무 길어져 오히려 흉물스러워질까 봐 계획을 접고, 대신 삼도를 별도 행정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무렵 삼도와 바깥을 잇는 것은 정기여객선과 에어택시뿐이었다. 본섬 꼭대기에는 랜드마크를 박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면서, 처음엔 궁을 세우려다 외딴 섬에 궁이 있을 리 없다는 이유로 접고 시립 기념관을, 다시 호텔이나 리조트를 검토하는 과정이 그대로 적혔다. 섬 전체를 국립공원처럼 만들려던 초기 구상, 전기차만 다니게 하려다 시민들이 일반 차를 굴려 흐지부지된 정책까지 남겼다. 2월 10일 #11에서는 마침내 삼도에 터널과 다리가 놓여, 은하철도와 헬리콥터와 여객선으로만 닿던 섬이 육지와 연결된다.
드디어 석진시 외부연결요인들이 모두 추가된 것 같네요!
시외버스, 기차, 비행기, 이젠 여객선까지.
03노선도라는 노가다
연재의 뒤쪽 절반은 교통으로 채워진다. #5 도시철도 1호선, #6 석진교통공사 버스, #7 공항철도선, #8 3호선, 그리고 #10~#11의 교통공사 차량 넘버링. #5의 마지막에는 노선도를 직접 그린 뒤 「생각보다 노가다」라고 적었다.
버스에서는 서울 시내버스 번호 체계를 도시에 이식하는 작업이 등장한다. 할까 말까 접었다가 다시 시도했고, 막상 해 보니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결국 일을 두 번 하게 됐다고 그는 적었다.
04램 부족이라는 그림자
첫 회에는 밝은 소개 사이에 한 줄이 끼어 있다. 램 부족의 징후로 산정구 전체를 날려 버렸고, 강을 기준으로 오른쪽 부분이 지금은 싹 사라진 상태라는 고백이다. 규모를 키운 도시가 메모리 한계에 부딪히는 일은 이 게시판의 오래된 주제다. 석진의 연재자는 그 손실을 첫 회에 적어 두고 나머지 열다섯 편을 이어 갔다.
겨울이 끝날 무렵의 #12~#13은 2호선의 차량 교체와 고가화, 1호선 행선판 작업으로 이어지고, 뒤이어 주행 영상들이 붙는다. 스크린샷 연재가 영상 연재로 넘어가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