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 Autumn 2021
K-도시,
다섯 달을 되돌아보다
680시간을 쏟은 도시를 한 장씩 되짚어 본다.
그리고 제일 먼저 만든 도로부터 다시 갈아엎는다.
회고는 시간 기록으로 시작한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입문한 지 열 달, 다른 게임은 거의 하지 않고 이 게임에만 680시간을 기록 중이며 다음 달이면 700시간을 넘길 것 같다고 그는 적는다. 「K-도시」라는 이름부터가 특정 지명이 아니라 한국의 여느 도시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에 가깝다.
01한 장씩 되짚는 도시
회고 글은 도시를 구역별로 훑는다. 가장 최근에 작업한 한별동 원룸촌과 한별역에서 시작해, 인근의 한별발전소와 공업단지, 재개발로 신축 원룸이 들어선 구역을 지난다. 서부지구·도심중앙역·동백지구 대목에서는 행정구역의 이력까지 적힌다. 원래 이곳에는 「중부동」이라는 행정구역이 있었는데, 그것을 통째로 갈아엎어 도심중앙역을 만들면서 중부동은 사라지고 서부지구에 합쳐졌다는 것이다. 게임 속 지도 위에서 동 하나가 없어지고 다른 동에 흡수되는 과정을, 그는 실제 행정 개편처럼 서술한다.
도심중앙역은 회고 안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작업으로 꼽힌다. 개발하고 싶은 마음은 오래됐지만 고른 자리가 생각보다 좁았고, 에셋 선정이 잘 안 되며 컴퓨터가 불안정했고, 불안정 요소를 줄이려 에셋과 모드를 정리하다 작업을 통째로 날릴 뻔한 전과까지 있었다고 적는다. 「제일 골 때리며 난코스였던 작업」이지만 「막상 만들고 나니 뿌듯하다」는 문장이 뒤따른다. 빛고을동과 빛고을고속터미널, 산 하나를 넘어 나오는 시골 행복면, 그리고 첫 산동네인 평암동으로 이어진다. 「한국스러운 동네는 역시 언덕에 지어진 산동네」라는 관찰이 평암동에 붙는다.
02시작점, 그리고 못 본 바다
회고의 뒤쪽은 도시의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K-도시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중앙동과 중앙물류공업단지였고, 「사실상 이곳을 중심으로 모든 게 시작되었다」고 그는 적는다. 동네는 만들다 말고 공업단지만 미친 듯이 만들던 초창기, 그다음으로 지어진 은하동은 「은하맨션」이라는 아파트 이름에서 행정구역명을 따왔고, 성모동은 성모대학병원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건물이 먼저 서고, 그 건물의 이름이 동네 이름이 됐다.
해안동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고속도로 다리를 건너야 닿는 구역이다. 그는 이곳을 「여름에 강원도 바다를 보지 못했던 한을 풀었던 구역」이라고 적는다. 10월 19일에는 「여름에 동해 바다를 보러 가지 못해 한 맺혀서 만든 지역」이라는 제목의 글을 따로 올린다.
여름에 강원도 바다를 보지 못했던 한을 풀었던 구역이죠.
확실히 해안동은 여름 느낌이 나서 좋네요.
03되돌아보기에서 재개발로
회고 앞뒤로 K-도시의 작업은 재개발로 옮겨 간다. 9월 10일 「재개발 추진」에서 그는 오랜만에 중심 도심부로 돌아와, 도시를 대표하는 큰 역 — 비유하자면 서울역 같은 존재 — 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중심부를 「싹 갈아엎어」 보기로 한다. 고가철도를 현실감 있게 도로 옆 가변으로 옮기는 작업도 함께다.
9월 30일 「재개발 추진 2」의 대상은 상징적이다. 그가 손대는 것은 「K-도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제일 먼저 만들어 놓은」 도심순환고속화도로 중앙동–성모IC 구간이다. 도로의 선형이 울퉁불퉁하고 노면 높이도 고르지 못하다는 것이 이유다. 지상을 가로지르던 고가 고속화도로를 지하로 내리고, 서부간선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모티브로 선형을 다시 잡는다. 그 결과에 붙은 한 줄은 「Before / After / 짠 없어졌습니다」다.
되돌아보기에는 한계도 함께 적혔다. 회고 글에서 그는 K-도시가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81타일 지도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아니면 컴퓨터가 먼저 버티지 못할지를 자문한다. 그 자문을 적어 둔 채, 제일 먼저 만든 도로부터 다시 그리는 작업이 이어졌다.